컨텐츠 바로가기

06.04 (화)

'원전 셧다운' 막을 고준위방폐법, 여야 접점 찾았는데...결국 폐기 위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the300]

머니투데이

경북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 월성원자력본부에 위치한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임시저장소) 맥스터(모듈형 저장소) 전경.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원자력 발전 전면 중단 사태를 막기 위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 제정안'(이하 고준위방폐물법)이 여야 간 의견 접근을 이루고도 결국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여야 간, 정부 부처 간 의견차가 큰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안 처리 문제와 연계되면서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6일 앞둔 이날까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중기위) 전체회의 개최 일정을 정하지 못했다.

국회 산자중기위 여당 간사인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여야 간사 간에 전체회의 개최 일정에 대한 협의가 없었다. (더불어민주당) 내부 정리가 좀 돼야 한다"며 "(고준위방폐물법 관련) 쟁점은 다 해결이 됐는데 야당에 일부 강경파들이 있어 여태까지 안 열리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로 산자중기위가 열리지 못하면 처리가 시급한 고준위방폐물법은 오는 29일 21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된다.

고준위방폐물법은 원전 가동으로 발생하는 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영구 처분시설을 마련하기 위한 근거 법안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원전 내 설치된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이 빠르면 6년 뒤인 2030년부터 포화상태에 도달해 원전 운영이 중단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핵연료 영구 처분시설 건설, 임시저장 중인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관리 방안 마련 등의 조치가 필요한데 아직 법적 근거조차 마련되지 않았다. 특히 영구 처분시설의 경우 부지선정 등 난제가 많고, 건설에 약 40년이 소요돼 시간을 더 끌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야는 지난해 12월부터 국민의힘과 민주당 양당 정책위의장과 원내수석부대표로 구성된 '2+2 협의체'를 통해 민생법안의 조속한 협상을 위해 노력해왔다. 시설의 저장 용량 등을 두고 이견을 보였던 여야는 최근 원내대표 간 협상 등을 통해 고준위방폐물법에 대해 상당한 의견 접근을 이뤘다.

또 여야는 고준위방폐물법과 '풍력발전보급촉진 특별법' 제정안(풍력법)을 함께 처리하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풍력법은 풍력발전 사업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다.

그러나 법안 처리만을 앞두고 있던 고준위방폐물법은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안에 대한 본회의 직회부를 추가 제안하며 다시 교착 상태에 빠졌다.

차기 국회의장으로 사실상 확정된 우원식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중소기업협동조합법은 협동조합 등 중소기업들이 원도급 대기업과 협상할 때 시장지배적 지위에 해당하지 않는 중소기업들이 협동조합을 통해 공동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협상력이 약한 중소기업들이 공동으로 가격을 제시하는 등 납품단가를 올려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의 법이지만, 사실상 중소기업에 담합을 허용하는 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중소기업에 대한 '가격 후려치기'를 막기 위해 납품단가연동제가 이미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정경쟁 원칙만 해칠 뿐 실익이 적다는 지적이다.

해당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국회 산자중기위를 통과했으나 법사위에서는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았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와 법무부 등이 해당 법안 처리를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 부처 간 의견차가 커 단기간에 합의를 이끌어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여야 원내대표가 모두 교체된 상황이라 새로운 조건이 추가되는 경우 고준위방폐물법과 풍력법을 함께 처리하기로 한 앞선 합의가 유지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김 의원은 "핵연료 영구 처분시설은 지금 공사를 시작해도 완공되려면 2060년을 넘긴다"며 "(고준위방폐물법은) 어떤 이념과 상관없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야당에) 제안은 넣어놓은 상황"이라며 "마지막까지 처리 시도를 한번 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안재용 기자 poong@mt.co.kr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