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상·청소로 평생 모은 12억 기부’ 홍계향 할머니 별세

22일 성남시는 지난 19일 평생 모은 전 재산을 사후에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기부한 홍계향(90) 할머니가 질환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사진은 2014년 6월 경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행복한 유산 기부 성남시 1호’로 이름을 올린 당시 모습. 성남시 제공

평생 모은 전 재산을 사후에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기부한 홍계향(90)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홍 할머니는 10년 전 경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행복한 유산 기부 성남시 1호’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22일 성남시는 지난 19일 홍 할머니가 질환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홍 할머니가 살던 경기 성남시 중원구의 4층 규모 다세대주택(현재 시세 12억원 상당)은 홍 할머니가 생전 밝힌 뜻에 따라 성남 지역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기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1934년 부산에서 태어난 홍 할머니는 21살에 결혼한 뒤 서울로 상경해 김·미역 노점상, 폐지 줍기 등을 하며 생계를 이어왔다. 49살 때인 1983년 성남시에 정착한 뒤에도 홍 할머니는 지하철 청소, 액자 공장 노동자 등을 하며 돈을 벌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마련한 집이 중원구의 4층 규모 다세대주택이었다.

22일 성남시는 지난 19일 평생 모은 전 재산을 사후에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기부한 홍계향(90) 할머니가 질환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성남시 제공

평소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신념을 갖고 있던 홍 할머니는 외동딸이 2010년 질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치매를 앓던 배우자마저 2013년 눈을 감자 유산 기부 공증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앞서 2006년에는 서울대병원에 ‘사후 장기 기증’을 서약하기도 했다.

홍 할머니는 2014년 6월 전 재산을 사후에 성남 지역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기금으로 사용할 수 있게 경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해 성남시 첫 ‘행복한 유산’ 기부자로 이름을 올렸다. 당시 홍 할머니는 “성남은 제2의 고향”이라며 성남에 대한 애착을 드러내기도 했다고 한다. 같은 해 8월 홍 할머니는 지역사회에서 나눔과 봉사를 실천해왔던 33명과 함께 청와대에 초청을 받아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오찬을 하기도 했다.

그 뒤에도 자원봉사 활동을 꾸준히 해왔던 홍 할머니는 지난해 9월 낙상 사고로 왼쪽 다리뼈가 골절돼 수술 뒤 재활치료를 받았다. 올해 2월에는 오른쪽 다리뼈마저 골절돼 눈을 감기 전까지 병원에서 생활했다.

앞서 홍 할머니는 2014년 9월 ‘레이디경향’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내가 죽으면 (재산은) 시에서 다 가져가겠지’ 이런 마음만 먹고 있었어요. 그러다 마침 동네 아줌마랑 이야기를 하는데 ‘살아서 해야지요!’라고 하는 거예요. ‘살았을 때도 할 수 있어? 그럼 나 시청 간다’라고 하고 그 길로 찾아갔어요. 생각하면 바로 해야 해요. 그렇다고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뭐라고 하지는 않아요. 난 누구한테 간섭하는 게 싫어요.”

발인식은 이날 오전 성남시의료원 장례식장에서 치러졌다. 홍 할머니는 화장 뒤 성남시립 추모원에 안치된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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