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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文 믿고 우리 괴롭힌 어린애”… 홍준표, 연일 한동훈 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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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전당대회 앞두고 당내 신경전 가열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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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차기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유승민 전 의원 등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인사들은 물론 홍준표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까지 당과 정부에 쓴소리를 하는 등 여권 잠룡들 간 경쟁에 불이 붙은 모양새다.

홍 시장은 22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한동훈 때리기’를 이어갔다. 그는 “내가 지난 30여년간 이 당을 지키고 살려온 사람인데 탈당 운운은 가당치 않다”며 “윤석열 후보에게 당이 한번 점령 당했으면 그만 두어야지 문재인 믿고 우리를 그렇게 못살게 괴롭힌 어린애에게 또다시 점령 당하란 말인가”라고 했다.

한 전 위원장이 문재인정부 초기 적폐 수사 실무 책임을 맡았던 사실을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홍 시장은 한 전 위원장을 ‘총선 말아 먹은 애’, ‘문재인의 사냥개’ 등으로 지칭하며 연일 견제구를 날린 바 있다.

홍 시장이 페이스북 글에서 ‘탈당’을 언급한 것은 박수영 의원 등의 공격 때문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홍 시장님, 더 빨리 나가셔도 좋습니다. 아무도 안 따라 나갈 겁니다”라고 썼다. 홍 시장이 20일 지지자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또 초짜 당대표가 되면 이 당은 가망이 없어 나도 거취를 결정할지도 모른다. 우리를 지옥으로 몰아넣은 애한테 굽실거리기보다는 새 살림 차리는 게 그나마 희망이 있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 쓴 글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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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20일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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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시장이 연일 거친 표현으로 한 전 위원장을 저격하는 데 대해 당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YTN라디오에서 “대구시장(일)도 바쁘실 텐데 하루에 몇 번씩 이렇게 분노에 찬 언어를 통해 한동훈 위원장을 공격하는 것은 더더욱이 잘못된 일”이라고 했다. 홍 시장이 한 전 위원장을 ‘총선 말아 먹은 애’라고 표현한 것을 놓고는 “그거보다도 훨씬 더 지방선거를 말아 잡수신 분”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홍 시장이 국민의힘 전신 자유한국당 대표를 맡고 있었던 2018년 지방선거에서 대구·경북·제주(제주는 무소속 원희룡 후보가 당선)를 제외한 14개 시·도지사 자리를 더불어민주당에 내준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조해진 의원도 MBC라디오에 나와 “(홍 시장이) 대통령 의중을 읽고 대변인 역할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본인 표현대로 해석하면 한 위원장이 당대표가 되는 게 싫다는 것”이라며 “후배한테 고춧가루나 뿌리는 건 대통령선거 후보까지 지낸 원로로서 졸렬하다”고 날을 세웠다.

당권주자들은 정부의 ‘해외 직구 금지’ 정책 철회와 관련해 설전을 벌인 바 있다. 한 전 위원장과 유 전 의원, 나경원 당선자 등이 ‘설익은 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내놓자 오 시장이 ‘중진들의 처신이 아쉽다’는 취지로 비판했고, 이는 오세훈·유승민·한동훈 세 사람 간 ‘설전’으로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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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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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여당 당권주자들은 국회 세미나 등을 통해 세를 과시하는 등 출마 군불 때기에 한창이다. 윤상현 의원은 KBS라디오에서 “우리가 가야 할 혁신 보수의 어떤 생활 양식 아니면 방식이 뭔가라는 것을 하나의 대장전으로 제시해야 되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하고 (보수혁신 대장정) 세미나를 하고 있다”면서 한두 달 안에 ‘혁신 보수의 길’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게 전당대회 가는 과정 중에 있어서 그걸 염두에 뒀다고 얘기할 수 있는데, 가장 큰 테마는 당의 생존과 저의 정치적 생존”이라고 덧붙이면서도 출마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윤 의원은 ‘한동훈 전대 등판론’에 대해서도 “우리 스스로 책임지는 자세”를 강조하면서 “지금은 자숙과 성찰의 시간으로 보이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나 당선자는 SBS라디오에서 “당의 미래와 22대 국회에 대한 고민은 많지만, 제가 꼭 해야 되는 게 맞느냐는 고민의 단계까지는 이르지 않았다”며 “정말 전당대회를 한다 그러면 그때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전대 룰·시기·대진표 모두 별로 중요하지 않다면서 “제가 정말 잘 할 수 있다, 또 제가 해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확신이 들면 하겠다”고 덧붙였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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