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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사람도 배변 훈련”…‘묵묵부답’ 강형욱, 중립기어 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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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화장실 고장 잦아 10분 거리 카페 이용하라 지시…‘3시에 몰아서 가라’ 등 시간까지 통제했다“ 주장 나와

CCTV·메신저 감시하며 ‘의자에 누워서 일하지 말라’ 등 통제…“여직원 옷 갈아있는 곳까지 CCTV 있었다”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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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훈련사 강형욱(왼쪽)과 그가 운영하는 보듬컴퍼니가 2017년까지 이용한 신사동 사옥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화면을 담은 모니터. 사진=뉴스1·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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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통령’의 시대는 저물었나. 대한민국 반려견 문화 개선의 선두주자, ‘강아지들의 대통령’이자 1500만 반려인들의 아이돌,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39)에 대한 믿을 수 없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아버지의 개농장에서 고통 받는 강아지들을 보며 눈물 흘렸다는 그의 완벽한 이미지는 함께 일하는 직원들에게 ‘개만도 못한 취급’을 했다는 의혹으로 산산조각 났다. 폭로가 하나씩 추가될 때마다 ‘개통령’에 대한 믿음은 갈 곳을 잃고 있다. 강형욱은 여전히 취재진의 물음에 일체 답하지 않고 있다. 이는 또 하나의 기만에 가깝다.

최근 강형욱과 그의 아내가 운영하는 보듬컴퍼니에서 직원들에 대한 갑질·괴롭힘이 있었는 폭로가 터져나온 가운데, 21일 JTBC ‘사건반장’을 통해 강형욱에 대한 추가 폭로가 전파를 탔다. 보듬컴퍼니 전(前) 직원들이라는 제보자들은 ‘사건반장’을 통해 강형욱 부부가 폐쇄회로(CC)TV를 통해 직원들 모니터는 물론 여직원이 옷 갈아입는 공간까지 감시했으며, 화장실 사용 시간을 통제했다는 충격적인 폭로를 내놨다. 직원에 대한 막말, 고객에 대한 비하, 메신저 감시에 대한 증언도 추가로 이어졌다.

‘사람도 개처럼 취급했다’는 폭로는 현재진행형이다. 제보자 A씨는 “보듬컴퍼니 직원용 화장실 고장이 잦았다. 1층 화장실은 고객용이기에 강 대표 아내(보듬컴퍼니 이사)는 ‘인근 카페 화장실을 이용하라’라고 지시했었다”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강형욱 아내가 지목한 카페는 모듬 컴퍼니에서 차로 10분 떨어진 곳에 있었다고. 화장실이 먼 것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A씨에 따르면 보듬컴퍼니 측은 ‘오후 3시쯤 되면 몰아서 화장실을 다녀와라’, ‘카페에 한 번에 가셨으면 좋겠다’, ‘다른 데로 가지 마셔라’ 등 화장실 이용 시간과 행동 양상까지 통제하려 들었다. 이에 당시 직원들 사이에서 “배변 훈련 같다”, “이거는 사람으로 취급해 주시는 것 같지 않다”는 불만이 나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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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욱 아내가 CCTV를 통해 직원을 관찰해 ‘앉아있는 자세’를 지적한 메시지(위)와 보듬컴퍼니 측이 ‘업무 시간 내 업무와 무관한 대화를 주고 받지 말라’며 직원들에게 서명하게 한 동의서. CCTV 및 사내 메신저 감시를 사실상 기정사실화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JTBC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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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한 직원이 인근에 더 가까운 친구의 집에 들러 용변을 봤다가 혼나기도 했다”고 전했다. 또 “카페 주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음료도 1인 1음료를 구매해야 했다”라며 “음료를 마시니까 또 화장실을 가게 돼서 악순환이었다”라고 토로했다. 결국 이 제보자는 보듬컴퍼니로부터 화장실 사용을 통제당하며 과민성 대장 증후군을 앓아 치료를 받았다고 호소했다.

강형욱 대표 부부가 사내 메신저와 CCTV를 이용해 직원들을 감시했다는 주장도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JTBC는 이날 보듬컴퍼니가 2017년까지 사용한 서울 신사동 사무실 CCTV화면을 공개했다. 무려 9대의 CCTV 중 3대는 직원들의 모니터를 촬영하고 있었다. 정작 현관에 설치된 카메라는 가짜였다. 전 직원 B씨는 “강형욱이 일본 출장 갔을 때 CCTV업체 직원이 사무실에 왔는데, 강형욱이 CCTV 중 한 대가 작동하지 않는다면서 업체에 전화를 걸었더라”고 ‘사건반장’에 전했다. 또 B씨는 “강의실인데 수업은 거의 이뤄지지 않아 탈의실로 쓰이는 공간이 있었다”라며 “그곳에도 CCTV가 달려있었고, 여직원이 이 사실을 뒤늦게 알고 기겁한 적이 있다”라고 말했다.

한 직원이 “왜 현관에도 없는 CCTV가 저희 모니터를 보고 있냐, 이건 위법이다”라고 말했더니 강형욱 아내가 정색하면서 어디서 “법 얘기를 꺼내냐. 법 얘기하면 내가 너네 다 근무태만으로 고소할 수도 있다. 가족 사이에도 법 얘기는 꺼내는 게 아니다”고 협박조로 말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강형욱 아내는 CCTV를 보고는 메신저를 통해 ‘거의 누워서 일하지 마시죠’라고 직원의 근무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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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플래닛에 올라온 보듬컴퍼니에 대한 고발.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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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듬컴퍼니 측은 메신저를 통한 직원 사찰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C씨가 공개한 메시지에 따르면 보듬컴퍼니 측은 직원들에게 “자극적인 내용, 동료들을 향한 끝없는 조롱이나 회원을 향한 욕... 이곳이 과연 정상적인 업무를 하는 곳이 맞는지 의심이 되는 정도로 업무시간에 업무와 관련 없는 지속적인 메세지가 오고 가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윽박질렀다. ‘밤새 다 읽어봤다’며 메신저의 유료 기능을 이용해 직원들이 주고 받은 메시지를 낱낱이 감시했음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그 후 직원들은 뒤늦게 ‘업무 외 대화를 하지 말라’는 동의서에 서명해야 했다.

뿐만 아니라 강형욱 부부는 고객을 비하하며 ‘병x들에게 도움 주고 돈 버는 것이다’, ‘그러면 계속 비싸게 받아도 되겠다’고 말하는가 하면, 훈련비 입금이 조금만 늦으면 ‘강아지에게 밥을 주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강형욱과 보듬컴퍼니는 현재까지 어떤 공식입장도 내놓지 않았으며, 어떤 매체의 취재 요청에도 답하지 않았다. 지난 2월 ‘유명 반려견 훈련사’의 강제 추행 의혹이 나왔을 때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저 아님”이라고 즉각적으로 부인한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강형욱이 출연하는 KBS ‘개는 훌륭하다’는 측 역시 20일 결방한 후 “강형욱의 공식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고 논란에 대해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강형욱의 이야기를 직접 듣기 전엔 의심하고 싶지 않다’는 이들도 이른바 ‘중립기어’를 지키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모양새. ‘개통령’은 자신을 믿어온 이들에게 과연 어떤 말을 내놓을 것인가.

서다은 온라인 뉴스 기자 dad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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