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4 (화)

서울대판 'n번방' 로스쿨로 번졌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울대 졸업생 남성 2명 검거돼

주범 중 로스쿨 졸업생도 포함

여성 후배들 타깃으로 범행 저질러

제작한 성 착취물 영상 1800건 ↑

대학 후배를 비롯한 여성 수십 명의 사진을 합성한 음란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서울대 졸업생 30대 남성 2명이 검거됐다. 이 중 한 명은 서울대 로스쿨 졸업생인 것으로 알려져 변호사 시험 응시를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아시아경제

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사진=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2일 서울경찰청 사이버 수사대는 여성 총 61명(서울대 동문 12명 포함)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지른 서울대 로스쿨 졸업생 강 모 씨(31)를 비롯한 20~50대 남성 3명을 검찰에 넘겼다고 밝혔다. 이들은 2021년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텔레그램 비밀방에서 대학 동문 및 지인의 사진을 음란물과 합성한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성폭력처벌법상 허위 영상물 편집·반포 등)를 받는다. 박 씨와 강 씨는 주로 서울대 여성 후배들을 타깃으로 삼아 범행을 저질렀으며, 박 씨의 경우 총 1852건의 합성 사진과 영상을 제작·유포했다. 박 씨가 유포한 영상들은 대부분 강 씨가 제작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박 씨가 유포한 합성물 중에는 미성년자 성 착취물도 포함됐다.

박 씨와 강 씨는 일면식이 없는 사이였으나 조사 과정에서 서울대 동문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텔레그램에 올라와 있는 '서울대생' 등의 키워드로 만나 범행을 저질렀다. 추적이 어려운 텔레그램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성 착취 영상을 촬영·유포하고 협박한 'n번방 사건'과 유사하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이들은 변태적 성적 취향을 가진 사람들에게 개별적으로 '링크'를 전송해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에 초대해 범행을 이어나갔다. 박 씨가 만든 텔레그램 단체방은 200개에 달했는데, 한 방에 많게는 50명이 참여했다.

아시아경제

서울대 입구 전경. [사진=게티이미지]


박 씨는 대학 재학 시절부터 공무원 시험과 각종 자격증 시험을 준비해왔지만 번번이 탈락했다. 강 씨 역시 로스쿨을 졸업한 뒤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지 못했다. 두 사람 모두 졸업 후 특정한 직업을 갖고 있지 않았으며 미혼이었다. 지난달 3일 경찰은 주범인 박 씨를 검거했다. 이후 조사 과정에서 강 씨가 공범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강 씨는 주범인 박 씨에게 서울대 로스쿨 동기의 인적 사항과 사진 등을 전달했다. 해당 사진은 앨범 제작 업체가 내부 서버에 올린 것이라, 그 해 로스쿨 졸업생이 아니면 구할 수 없는 사진이었기에 특정이 쉬웠다. 이후 경찰은 지난 8일 강 씨를 주거지에서 검거했다.

박 씨와 강 씨 외에도 지인을 상대로 불법 합성물을 제작·유포한 3명 중 C씨(20대)는 혼자서 지인 17명을 상대로 총 2101건의 영상을 제작·유포했다. 또한 이들은 여성 지인의 불법 합성물을 제공하는 대가로 또 다른 지인의 합성물을 요구하며 4년에 걸쳐 범행을 이어나갔다. 제작한 불법 합성물 위에 음란 행위를 하는 영상을 추가로 촬영해 유대감을 키워나갔으며, 이를 피해자에게 직접 보내고 전화해 능욕하는 범죄를 저지르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박 씨 등 주범들이 불법 합성물로 얻은 수익은 없다"며 "이들의 범행 목적은 영리가 아닌 성적 욕망 해소"라고 밝혔다. 검거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5년 전 'n번방' 사건을 최초로 알린 '추적단 불꽃'이었다고도 밝혔다. 2년 넘게 박 씨를 쫓은 '추적단 불꽃'은 본인을 서울대 출신 남성이라고 속여 만남을 유도했고, 경찰이 현장에서 박 씨를 검거할 수 있도록 도왔다.

서울대는 디지털 성범죄 예방 교육을 강화하고 피해자 보호와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서울대 관계자는 "(디지털 성범죄가) 우리 학교 뿐만 아니라 모두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인식 하에 대응을 강화하자는 취지"라며 "총학생회와의 협의를 전제로 학생도 TF에 참여시키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고기정 인턴 rhrlwjd031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