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회사 순이익/그래픽=최헌정 |
금융당국이 보험사의 장래이익을 뜻하는 보험계약마진(CSM)의 전환(상각)방식을 바꾸려는 것은 보험권의 '진흙탕' 싸움이 심각해서다. 업계는 결국 "이익을 줄이라"는 주문이라며 반발한다.
새 회계제도(IFRS17)가 도입되면서 CSM이 주목받았다. 순이익으로 보험사의 현재 수준을 파악할 수 있다면 CSM은 미래가치를 판단하는 중요한 지표여서다.
보험사들은 단기납 종신보험이나 무해지·저해지 상품처럼 CSM을 많이 확보할 수 있는 상품을 집중적으로 팔았다.
납입기간이 짧으면서 보장기간이 긴 상품 위주로 과당경쟁이 촉발됐다. GA(보험대리점) 중심으로 수수료가 과도하게 오르고 불완전판매 이슈까지 불거졌다.
단기실적에 집중하다 장기적인 건전성을 헤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지난해 개최된 한국리스크관리학회 세미나에서 할인율 적용으로 인해 손보사 이익이 1.65배 부풀려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제시됐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가 "초기에 많은 이익을 내고 나중에는 이익을 적게 잡는 회계처리가 단기실적, 과당경쟁을 부추기는 요소가 된다"고 지적한 이유다.
전문가들은 부풀리기 의혹을 받는 보험회사 신뢰도 제고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매출은 늘지 않았는데 이익은 사상 최대를 이어가서다. 5개 손보사의 1분기 순익은 1조9921억원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 2조5277억원 대비 26.9% 급증했다. 업계 1위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1분기 합산순익이 금융지주 1위인 신한금융지주도 제쳤다.
지난 16일 금감원이 주최한 보험회계 세미나에서 한승엽 이화여대 교수는 "새 회계제도 도입 이후 보험사들이 공격적이고 임의적으로 회계처리를 하고 있다"며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정리하는 것처럼 (금융당국이) 몇몇 보험사는 문을 닫게 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업계는 반발이 거세다. 제도개선은 결국 보험사 전체 이익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보험사 고위 관계자는 "CSM제도 개선은 보험사의 이익이 많이 나오니 사실상 이익을 줄이라는 주문"이라며 "보험사의 이익이 줄면 법인세 등 세금도 줄어들 수밖에 없고 투자자들이 보험사 주식을 보는 시각도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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