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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HBM 주도권' 다급한 삼성전자, 반도체 수장 깜짝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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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담당 DS부문장에 전영현
그룹 내 손꼽히는 '기술통'
"분위기 일신해 경쟁력 강화 선제 조치"
한국일보

전영현 삼성전자 새 DS부문장이 삼성SDI 사장이던 2020년 1월 경기 용인시 기흥사업장에서 2020년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삼성SDI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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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전영현(64) 미래사업기획단장(부회장)을 반도체 부문 책임자에 앉히는 깜짝 인사를 단행했다. 그룹 전체의 핵심 먹거리인 반도체 사업을 이끄는 자리를 정기 인사철도 아닌 시기에 전격적으로 교체한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회사 측은 지난해 반도체 업황 악화로 15조 원 가까운 적자를 냈고 대내외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반도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인사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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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에 전영현 부회장을, 전 부회장이 맡고 있던 미래사업기획단장에 기존 DS부문장이었던 경계현 사장을 각각 임명했다고 21일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는 대내외 분위기를 일신해 반도체의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며 "전영현 부회장은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와 배터리 사업을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성장시킨 주역으로 그동안 축적된 풍부한 경영노하우를 바탕으로 반도체 위기를 극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 DS부문장은 25년 동안 삼성전자, 삼성SDI 등에서 위기 때마다 돌파구를 찾는 역할을 해왔다. 그는 LG반도체 출신으로 1999년 반도체 빅딜로 회사가 현대전자에 흡수 합병되자 2000년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겼다. 2006년 설계팀장, 2009년 D램 개발실장을 맡으며 입지를 다졌고 2014년 메모리사업부장(사장)에 올랐다. 특히 2012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영업이익이 연간 4조 원대까지 떨어졌다 반도체 업황이 되살아나며 DS부문 영업이익은 13조 원대까지 늘었다. 이 시절 전 부회장은 20나노 이하 미세 공정 개발을 이끌었다.

2017년에는 삼성SDI로 자리를 옮겨 5년 동안 대표이사 사장을 맡았다. 삼성SDI 사업의 무게 중심을 에너지저장장치(ESS)나 자동차 등 중대형 배터리로 옮겼고 국내 태양광 사업과 전기차 시장이 탄력을 받으며 부임하자마자 첫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말에는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장을 맡아 삼성전자와 관계사의 미래 먹거리를 찾았다. 재계 관계자는 "(전 부회장은) 이재용 회장의 의중을 잘 파악하는 측근"이라며 "불확실한 경영 환경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안정을 꾀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인사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경계현 사장 대표이사 사임...당분간 한종희 1인 체제

한국일보

서울시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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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는 반도체 부문 수장의 '원포인트' 인사를 이례적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경계현 사장은 최근 반도체의 위기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 마련을 위해 스스로 부문장에서 물러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 사장이 부문장 사의를 표명한 시점은 명확하지 않다. 다만 삼성전자가 본격적으로 후임자를 검토한 시점은 1분기(1~3월) 반도체 사업 실적이 흑자 전환으로 확정되고 조 바이든 미 행정부와 반도체 보조금 협상이 마무리된 4월 중순 이후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지난 연말 인사에서 경 사장이 유임된 배경도 반도체 보조금 협상 때문이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당시 반도체 부문이 연간 15조 원에 가까운 적자를 낸 데다 고대역폭메모리(HBM) 같은 차세대 시장에서 경쟁사에 주도권을 뺏겼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경 사장의 유임 여부에 관심이 모였다. 다만 삼성전자 관계자는 "보조금에 대한 정말 중요한 세부 협상은 이제 시작"이라며 관련 해석을 부인했다.

삼성전자는 기존 한종희 부회장(DX부문장)-경계현 사장(DS부문장) 투톱 체제에서 '한종희-전영현' 두 부회장 체제로 바뀌게 됐다. 이번 인사에 앞서 DX, DS 부문 양 대표가 협의하고 이사회에도 사전 보고해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부회장은 내년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사내이사 및 대표이사에 선임될 예정이다. 이날 경 사장이 대표이사 사임서를 내 주총 이전까지 삼성전자는 한 부회장 1인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된다.

2022년부터 삼성전자 DS부문장을 맡았던 경 사장은 미래사업기획단을 이끌며 미래 먹거리 발굴을 이끌 예정이다. 기존 맡고 있던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원장은 그대로 맡는다. 삼성전자는 부문장 이하 사업부장 등에 대한 후속 인사는 검토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신임 의료기기사업부장 겸 삼성메디슨 대표로 유규태 의료기기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부사장)을 임명했다. 전임인 김용관 부사장은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반도체 담당으로 옮긴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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