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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반도체 수장 교체’ 이재용의 승부수… AI 시대 주도권 잡기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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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 수장 교체]

역대 두번째 원포인트 DS수장 교체… HBM-파운드리 등 공세 본격화

“전 부회장, 쇄신 드라이브 적임자”

사업지원TF 반도체 부사장 늘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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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삼성전자가 반도체를 총괄하는 DS부문장에 원포인트 인사로 전영현 전 미래사업기획단장(부회장·64)을 선임한 것은 삼성전자 내부 위기감의 반증이다. 전 DS부문장인 경계현 사장은 위기 극복을 위해 먼저 용퇴 의사를 밝히고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부회장)과 협의를 마쳤다고 알려졌다. 이사회는 물론 이재용 회장에게 사전 보고해 재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인공지능(AI) 시대 반도체 산업이 격변하는 상황에서 메모리 분야에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도권을 쥐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는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 회장이 쇄신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2011년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DS부문을 신설한 이후 수장을 정기 인사가 아닌 원포인트로 교체한 건 2017년 이후 처음이자 역대 두 번째다. 2017년 권오현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이 세대교체를 위한 용퇴 의사를 밝히면서 DS와 가전(CE)·모바일(IM) 3곳의 부문장이 모두 교체됐다. 당시 이 부회장의 구속 수감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시기였다. 3대 부문의 수장을 60대에서 모두 50대로 끌어내리며 이 부회장이 처음으로 본인 의중을 담은 파격 인사를 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날 김용관 삼성메디슨 대표(부사장)도 삼성전자 사업지원TF로 배치됐다. 과거 삼성 미래전략실에서 반도체를 담당한 김 부사장은 사업지원TF에서도 반도체 업무를 맡을 예정이다. 사업지원TF에서 반도체 담당 부사장은 2명에서 3명으로 보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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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2017년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을 지낸 전 부회장은 2017년 삼성전자를 반도체 1위로 이끈 주역이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기) 정점이던 2018년 1위 삼성은 DS부문에서 역대 최대인 44조57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하지만 지난해 DS부문은 14조8800억 원의 적자를 냈다. 반도체 시장의 깊은 불황도 영향을 미쳤지만 AI 시대에 주목받는 핵심 반도체 분야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김기남 체제’ 이후 사장급으로 낮췄던 DS부문장의 체급을 부회장급으로 격상하고 강한 기술 리더십을 가진 전 부회장을 전격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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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현호’ 체제의 DS부문에는 난제가 산적하다. 우선 HBM이다. 2019년 삼성전자는 HBM 연구개발팀을 해체했다. 그 결과 SK하이닉스가 미국 엔비디아에 4세대 HBM(HBM3)을 독점 공급하고 있고, 삼성전자는 다음 세대를 통해 반격을 노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의 5세대 HBM(HBM3E) 12단 제품에 대해 “젠슨이 승인했다”는 서명을 남겼지만 아직 납품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HBM 점유율을 SK하이닉스 52.5%, 삼성전자 42.4%로 전망했다.

파운드리도 녹록지 않다.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와의 점유율 격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7∼9월) 파운드리 점유율은 TSMC가 57.9%, 삼성전자가 12.4%였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10∼12월) 점유율 격차는 TSMC 61.2%, 삼성전자 11.3%로 더 벌어졌다.

최근 모든 임원이 주 6일 근무에 나서는 등 비상경영에 들어간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를 계기로 쇄신의 고삐를 더 조일 것으로 전망된다. 전 부회장은 초격차 기술 강화, 수율 개선, 조직 분위기 쇄신 등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전 부회장에 대해 “위아래를 아우르는 리더십이 강하다. 위기에 봉착해 흐트러진 내부 분위기를 봉합하고 쇄신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적임자”라며 “부회장급이 DS부문장으로 오면서 그룹 내 사업부의 위상 및 무게 중심도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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