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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사설] ‘보도 통제’ 몸살 앓는 YTN, 이러려고 민영화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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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13일 유튜브에 올라왔던 와이티엔(YTN) 돌발영상 ‘자신감의 근거’ 편 썸네일. 윤석열 대통령 옆에 소주병이 그려져 있다. 유튜브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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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민간자본의 손에 넘어간 와이티엔(YTN)에서 권력 비판 보도가 위축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새 대주주 유진그룹이 낙점한 김백 사장이 취임한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불편해할 만한 보도들이 축소되거나 사라지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는 게 와이티엔 내부 구성원들의 주장이다. 김백 사장이 취임 직후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대선 보도 등이 불공정했다며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할 때부터 정권에 ‘땡윤 방송’을 헌정하겠다는 거냐는 비판이 나왔는데, 그런 우려가 점차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와이티엔지부 공정방송추진위원회는 지난 20일 ‘김건희 여사, 와이티엔 보도의 성역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어 “김백 사장 취임 후 와이티엔에서 김건희 여사에게 불리한 뉴스가 사라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사건과 관련해 최재영 목사가 검찰에 출석하면서 한 발언 녹취가 한차례 방송된 뒤 다음날 삭제되는 등 과도한 정권 눈치보기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의 주장에 대해 사쪽은 공정성과 정확성을 위한 일상적 조치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게이트키핑’(뉴스 결정권자가 뉴스를 취사선택하는 과정)의 일환이라는 얘기인데, 우리 방송 역사에서 게이트키핑 강화를 명분으로 보도·제작의 자율성을 짓밟고 권력 비판 보도를 틀어막는 일이 비일비재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노조 주장대로 그 ‘일상적 조치’가 유독 김건희 여사 관련 보도에서만 깐깐해졌다면, 현장 기자와 피디들 처지에선 ‘내부 검열’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않겠나.



와이티엔에서 보도 통제 논란이 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4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전통시장에서 해산물을 앞에 두고 “소주만 한병 딱 있으면 되겠구만”이라고 말한 것을 풍자한 ‘돌발영상’이 방송 하루 만에 비공개로 전환돼 ‘외압’ 의혹이 제기됐다. ‘돌발영상’은 김백 사장 취임 직후에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윤석열 정부 비판 발언 등을 담은 방송분이 불방된 바 있다.



김백 사장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와이티엔 보도국장, 상무이사 등을 지냈다. 권력에 기운 보도와 노조 탄압 등으로 ‘와이티엔의 암흑기’로 불리던 시절이다. 민영화와 함께 김백 사장이 돌아오면서 와이티엔은 그 암흑기를 향해 빠르게 후진하고 있는 중이다. 김백 사장은 두번씩이나 와이티엔의 저널리즘을 망가뜨린 역사의 죄인이 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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