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년 탓 공급부족에 투기 쏠리며 사상 최고가
EU 우림보호 규제 맞물려 공급 계속 빠듯할 듯
"숲 깎아 재배한 코코아 아닙니다" |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유럽연합(EU) 때문에 초콜릿 가격이 한동안 계속 높게 형성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초콜릿의 원자재인 코코아의 가격은 최근 뉴욕선물시장에서 1년 전보다 무려 4배 높은 t당 1만1천500달러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가격 급등의 원인은 코트디부아르, 가나 등 코코아 주산지가 있는 서아프리카에 닥친 흉년이다.
우기에 맞지 않게 고온 건조한 날씨, 건기에 볼 수 없는 강우, 코코아 질병이 겹쳐 수확량이 급감했다.
헤지펀드나 투기 거래자들이 원자재 시장에 뛰어들어 코코아값 상승에 베팅했다.
초콜릿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몬델리즈 인터내셔널, 린트&슈프륀글리 등 식품 대기업들은 제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예고했다.
서아프리카 농민들은 대체로 이 같은 상황에서 숲을 개척해 경작지를 늘리는 방식으로 공급을 늘렸다.
그러나 이번에는 과거처럼 경작지를 확대할 수 없는 변수가 등장했다.
EU가 숲을 깎아 추가 경작지를 만들지 못하도록 '보이는 손'(시장개입)을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초콜릿 업체들은 EU에서 영업하려면 2020년 말 이후 개간된 숲에서 재배된 코코아를 쓰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농경지 때문에 위협받는 지구촌 우림 |
올해 말부터 적용되는 이 법률에 따라 업체들은 수확된 경작지의 GPS 위치정보가 있는 코코아만 EU에 들여보낼 수 있다.
이미 농장주들은 환경단체, 업체, 정부의 도움을 받아 코코아 수확지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입력하고 있다.
코트디부아르 당국에 따르면 자국 코코아 농장 155만곳 가운데 80%가 수확물 등록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다.
전 세계 코코아의 절반 이상을 사들이는 EU의 입김을 생산국이 당해낼 수 없고 그 영향력은 시장에도 직접 반영되는 구조다.
EU의 산림보호 규제는 환경보호 실패에 대한 반성과 오랜 개선 노력의 결실로 평가된다.
코트디부아르는 빽빽한 우림을 자랑하는 나라였으나 최근 60년 동안 그 숲의 90%를 잃었다.
급격한 환경 파괴에 맞선 코코아 농장 추적제도는 독일에서 태동했다.
독일은 2017년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세계 1, 2위 코코아 생산국인 코트디부아르, 가나와 협약에 서명했다.
이 협약에 서명한 국가는 2022년까지 전 세계 코코아 사용의 85%를 차지하는 36개국으로 늘었다.
EU는 협약을 28개 회원국 전체의 법규로 확대하면서 코코아 농장의 전체 경계선을 GPS로 입증하도록 했다.
그뿐만 아니라 제출 자료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한 답사나 위성사진 분석까지도 준비하고 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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