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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증시와 세계경제

‘레딧’으로 본 한·미 공모주 투자 차이는, 美는 배정방식 미공개 개인투자자에 불리한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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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HD현대마린솔루션이 우리나라 증시 상장에 나선다. 올해 상반기 기업공모(IPO) 시장 ‘최대어’로 꼽히다 보니 개인 투자자들의 공모주 청약 열기가 더 달아오를지 관심사다. 이전에도 공모주 청약 열풍이 불기는 했다. 2020년 카카오게임즈와 SK바이오팜, 2021년 SK바이오사이언스, 2023년 파두, 두산 로보틱스, LS머트리얼즈, 에코프로머티리얼즈 같은 종목들이 대표적이다. 다만 최근 다시 청약 열풍이 부는 배경은 정부의 기업 밸류업 정책 추진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가 전반적으로 상승 모멘텀을 찾지 못한 탓이다. 우리나라 증시는 보기 드물게 상·하한가 제한(잠깐용어 참조)이 있다. 이 때문에 큰 수익을 내려면 상·하한가 제한이 없는 공모주 투자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공모주 같은 경우는 우리가 흔히 들어본 ‘따상(상장 당일 주가가 공모가 대비 두 배 상승)’이나 ‘따따상(4배 상승)’을 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 <잠깐용어> 상·하한가 제한

한국 증시 상·하한가 기준은 지난 1995년 ±6%이던 것이 1996년 ±8%, 1998년 3월 ±12%, 1998년 12월 ±15%였다가 2015년 6월에 ±30%까지 확대됐다. 다만 ‘상·하한가’ 제도는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대만 증시에만 있다. 구체적인 기준은 조금 다르다. 우리나라(±30%)와 중국 본토(±10%), 대만(±7%) 증시는 비율을 제한 기준으로 두고 있는 반면 일본은 특정 금액을 제한 기준으로 두고 있다. 일례로 주가가 1만엔 이상 1만5000엔 미만인 주식은 일정 금액(±3000엔) 이상 주가가 오르내릴 수 없게 주가 변동폭을 제한하는 식이다.



미국 상장 기업 관심 커져
국내 공모주 청약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최근 들어서는 한국 주식을 넘어 미국 상장 기업에 대한 관심도 커지는 모양새다.

한국과 미국 공모주 투자는 어떻게 다를까. 미국 상장 기업투자는 어떤 점에 주의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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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소셜미디어 기업 ‘레딧’의 스티브 허프먼 최고경영자(CEO)가 뉴욕증시 상장을 알리는 타종 행사에서 활짝 웃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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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말, ‘미국판 DC 갤러리’ 격인 미국 초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할 때 기업이 한국 개인 투자자들에게도 청약을 받아서 눈길을 끈 바 있다. 지난 2005년 설립된 레딧은 지난해 10월 기준 일일 순방문자가 7000만 명이 넘는 대형 커뮤니티로, ‘미국 개미들의 성지’로도 통한다. 지난 2021년 레딧의 주식 토론방 ‘월스트리트베츠(WSB)’를 통해 개인투자자들이 게임스톱 공매도에 나선 헤지펀드에 타격을 가한 것으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레딧의 공모주 청약은 미국 다른 기업과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달랐다.▲첫째는 이례적으로 한국에서도 청약을 받았다는 점이고 ▲ 둘째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공모주 배정을 늘렸다는 점이다. 회사 정체성 자체가 개인 사용자들을 기반으로 한 사회연결망(SNS) 기업이다 보니 기업 공모 과정에서 개인 투자자 친화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라는 해석이 따른다.

레딧은 2024년 3월 20일 공모주 청약을 마감하던 당시 배정 물량의 4~5배 초과 청약이 몰렸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상장 흥행’ 기대감을 받았다. 게다가 당일 레딧 최종 공모가가 회사가 희망한 범위(31~34달러) 중 가장 높은 34달러로 책정됐다는 점도 상장 흥행 기대를 끄는 부분이었다. AI 업계 유명 인사인 샘 올트먼 당시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레딧의 3대 주주라는 소문까지 나오면서 공모주에 목 말랐던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도 한껏 높아졌다.

다음 날인 3월 21일 레딧은 상장식을 마친 후 첫 주식 거래를 시작했다. 결과를 보면 시초가가 공모가(34달러) 대비 약 40% 높은 47달러였고, 이날 종가는 50.44달러로 공모가보다 약 50% 높았다. 다만 4월 중순까지를 기준으로 회사 주가는 상장 첫날 종가 대비 20% 가까이 떨어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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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공모주 투자가 우리나라와 매우 다르다. 한 문장으로 단순하게 표현하면 개인 투자자들에게 불리한 구조다. 미국은 소수의 거액 자산가가 아닌 한 개인 투자자들은 공모주 청약이 사실상 막혀 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금융투자협회 규정에 따라 주관사가 개인 투자자에게 공모주 물량의 25%를 배정해야 해서 청약을 받는 반면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도 공모주를 배정받는 개인 투자자 비중은 10%를 밑돈다. 대부분 기관·전문 투자자 위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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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증시에서는 주관사가 일반 개인 투자자에게 공모주 물량을 일정 부분 배정해야 한다는 의무가 없다. 드물게 기관 투자자들이 공모주 물량을 배정받은 후에 일부를 VIP 고객인 거액 자산가에게 배정하는 정도다. 그나마 레딧 같은 경우 일반 투자자에게 공모주 물량을 8% 정도 배정하기는 했다. 우리 나라 투자자들의 눈으로 보면 굉장히 적지만 미국 증시 기준으로는 이마저도 상당한 비중을 배정한 사례다.

한국과 미국은 공모주 청약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미국 공모주 배정은 주관사 등의 내부 기준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배정 방식을 알기 어렵다. 또 공모주의 청약 경쟁률도 공개되지 않는다. 레딧이 ‘배정 물량의 4~5배 초과 청약이 몰렸다’는 정도로만 뉴스가 나왔던 이유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 주관사인 증권사가 개인 투자자들 몫으로 배정된 공모주 물량을 균등 배정과 비례 배정으로 따로 나눠서 각각 청액 경쟁률에 따라 배정한다. 기관 투자자들의 수요 예측 과정에서 나온 경쟁률도 공개하고 일반 개인 투자자들의 청약 결과 나온 경쟁률도 공개한다.

반면 레딧 공모주 청약에 나선 한국 개인 투자자들은 청약 경쟁률과 배정 방식을 알 수 없었다. 이런 가운데 국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개인 투자자들의 빈손 청약 인증글이 올라오기도 했고 한 누리꾼은 “1000달러(약 130만원) 넣었는데 0주 받았다”며 인증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개인들 상장 후 투자 가능
결과적으로 미국증시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상장 기업에 투자하고 싶다면, 기업이 공모를 마치고 상장한 후에 가능하다. 다만 상장 당일에는 구체적으로 몇 시부터 일반 거래가 시작되는지조차 공개되지 않는다. 경험적으로 봤을 때 통상 우리 시간으로 자정~다음 날 새벽 1시 즈음에 일반 개인 투자자들도 상장 당일 거래를 할 수 있지만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상장 당일 거래 초반에는 매매가 활발하고 주가 변동성도 매우 크기 때문에 매매 타이밍을 결정하기 쉽지 않다.

상장 당일 이후에 투자하더라도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요 투자자들의 록업(잠깐용어 참조) 해제에 따라 주가 변동성이 커지는 시기에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이 부분은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 <잠깐용어> 록업(Lock-up)

기업이 상장하거나 새 주식을 추가 발행할 때 대주주나 일정 지분 이상을 보유한 주요 주주들이 일정 기간 주식을 매도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은 록업 기간이 일반적으로 상장일로부터 90~180일 후이고 중국은 6개월~3년이다. 나라마다 다르다. 주요 주주들이 한꺼번에 매도 물량을 내는 것을 막기 위해 해당 기간 내 1,2차로 나누어 제한을 푸는 경우도 많다. 우리나라로 치면 ‘보호예수’라고 할 수 있다. 소액 개인 투자자 등 일반 투자자들을 보호하기위한 것이 제도의 취지다.



미국에서도 공모주가 언제나 투자하기 좋은 대상인 건 아니다.

우선 상장 과정에서 기업이 희망한 공모가보다 실제 공모가가 낮거나 상장 당일 종가가 공모가보다 별로 높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 물론 ‘별로 높지 않다’라는 것이 주관적이기는 하지만 일단 공모가 책정 단계에서부터 분위기가 어땠는지 확인해보면 판단에 도움이 된다.

다음으로는 상장 당시에는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더라도, 그러니까 우리나라 식으로 치면 ‘따상’ 혹은 따상급으로 상장 당일 주가가 폭등했다 하더라도 현재 시점에선 주가가 폭락한 상태라면 투자하기 좋은 대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상장 단계에서는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지만 결과적으로 실망만을 안긴기업들도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재단을 통해 투자한 것으로 유명한 온라인 중고차 거래기업 브이룸과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포드 이후 처음으로 공모주 투자에 나선 것으로 유명세를 끈 클라우드기업 스노우플레이크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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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월 중순까지 브이룸 주가는 상장 당시인 2020년 6월 대비 99% 넘게 떨어졌다. 불과 3년이 안 된 시점이다. 스노우플레이크 주가도 상장 당시인 2020년 9월 대비 33% 이상 떨어졌다. 상장 후 3년이 안 된 시점이다.

[김인오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4호 (2024년 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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