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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평생 치료 필요한 자가면역질환, ‘표적치료제’ 바꿔도 보험 인정해 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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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성기 한국건선협회 대표 

쿠키뉴스


우리의 건강에 이상 신호가 생기는 경우는 정말로 다양하다. 그중 병원균 등 외부 침입자로부터 내 몸을 지켜주는 면역기능에 이상이 생겨 자기 몸을 공격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를 자가면역질환(AutoImmune Diseases)이라고 하는데, 대표적인 질환으로 류마티스 관절염, 강직성척추염, 건선, 갑상선기능 저하증, 다발성경화증, 궤양성대장염, 크론병 등이 있다. 이외에도 1형 당뇨병, 아토피피부염 등 일반인들은 자가면역질환이라는 사실조차 잘 모르는 질환들도 있다. 이 밖에도 100여 가지 정도의 자가면역질환이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약 10% 정도의 인구가 자가면역질환을 앓고 있다.

인체의 면역체계 이상으로 대부분의 자가면역질환이 치료제가 없어 대증치료를 하고 완치의 개념도 없다. 병증이 호전되었다가 다시 재발하는 것이 반복되면서 평생 치료와 관리를 해야 하므로 환자는 물론 가족들의 고충 역시 크다. 일부 희귀질환의 경우에는 아예 대증치료를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너무나 다행스럽게도 자가면역질환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심각한 몸 속 염증반응의 원인이 되는 특정한 사이토카인 혹은 특정 단계의 면역세포만을 억제해 치료 효과는 높이는 ‘표적치료제’들이 개발되었다. 자가면역질환 환자에게 이런 표적치료제는 희망과 생명의 구원자나 다름이 없다. 질병이 오래되면 몸의 염증으로 인한 관절 파괴가 점점 진행되어 필연적으로 장애를 입을 수밖에 없었던 류마티스 관절염과 강직성척추염 환자들은 적절한 시점에 표적치료제로 치료를 하면 관절 파괴를 현저히 막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건선이나 아토피 피부염 역시 심각한 피부염증 반응을 완화시켜 피부의 가려움증 등이 개선되어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

의료전문가의 판단과 처방으로 중증의 자가면역질환 환자들을 치료하는 이런 표적치료제들이 신기의 명약으로 환자들의 삶에 큰 변화를 불러온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동안 기존의 치료제로는 해결되지 않았던 고통을 덜어주고 있는 치료제들은 주사제인 생물학적제제가 주를 이뤘지만, 요즘에는 JAK(Janus Kinase) 억제제와 같이 먹는 약 형태로 개발된 표적치료제가 개발됐다는 점도 환자들에게는 치료환경이 개선되어 좋은 일이다.

그러나 표적치료제로 치료하는 도중에 증상이 악화되거나, 부작용이 생기거나, 아예 효과가 없는 경우에 다른 치료제로 교체가 필요한데, 특히, 류마티스 관절염, 아토피 피부염, 궤양성대장염 등 일부 자가면역질환에서 표적치료제 교체 시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상황에 접해 있다. 모든 환자에게 한 가지 치료제로 계속해서 항상 충분한 효과를 내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다양한 치료 방법이 있어야 한다. 환자에 따라 투여하고 있는 치료제가 효과가 없더라도 다른 치료제로는 효과를 보일 확률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보험 적용되는 치료제를 두고도 교체할 경우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벽에 막혀 있다. 환자 입장에서는 다른 치료제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효과가 없는 치료제를 계속 투여해야 하거나 아니면 치료 자체를 부작용으로 인해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교체투여가 보험 적용이 되지 않다 보니 아토피처럼 최신 치료제들간 약가 차이가 큰 경우 보험 적용이 되는 첫 치료는 여러 치료제 가운데 더 고가의 치료제에 손이 가는 것이 인지상정이고 이는 건강보험재정의 누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교체하게 될 경우 보험 적용이 안되다보니 효과가 충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투여를 이어가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보건의료 당국의 입장에서도 교체 시 급여를 적용하지 않는 것은 더 고가의 치료제로 유도하는 형국이다. 효과 없는 치료체를 계속 투여하는 것 역시 보험재정의 낭비이자 의료전문가를 믿고 치료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 환자의 의지를 꺾는 것이며, 이는 환자의 삶을 망가뜨리는 일이기도 하다.

더욱이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들의 교체 투여에 대한 보험 기준도 일관성이 없다. 아토피 치료제는 최신 치료제인 생물학적 제제와 JAK 억제 경구제간의 교체 투여에 대한 데이터가 없다는 이유로 교체 투여가 급여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많은 자가면역질환의 치료제들이 효과가 없어 교체할 경우 데이터 보유와 상관없이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다. 얼마 전 발매된 건선 치료 경구제의 경우만 봐도 보험이 적용되면서 바로 기존 생물학적 제제와의 상호 교체 투여에도 보험이 적용된다.

자가면역질환자의 희망은 간단하다. 표적치료제 교체 투여에 대한 보험급여가 빠르게 이루어져 환자가 좀 더 효과적인 치료를 받고 일상을 위협하는 질환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이것은 환자가 더 나은 치료를 받고, 일상의 위협에서 벗어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환자가 희망을 품고, 미래를 기대할 수 있도록 치료 환경이 개선되어야 한다. 우리 모두는 누구나 환자다. 그리고 비록 환자라도 ‘아파도 걱정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은 생각을 하고 있다.

이에 여러 자가면역질환 환자들의 치료환경 및 인식 개선을 위해서 UC사랑회(궤양성대장염 환우회), 류마티스를 이기는 사람들, 중증아토피연합회, 크론가족사랑회,한국강직성척추염환우회, 한국건선협회 등 유관 환자 단체들이 연대한 한국자가면역질환연합회를 결성을 준비하고 있으며 향후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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