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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젤렌스키 “서방 지원 무기로 러 공격하게 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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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 인터뷰 도중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키이우/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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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서방이 금기시해온 우크라이나 전쟁 직접 개입과 서방 무기를 이용한 러시아 내 군 시설 타격 허용을 요구하고 나섰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현재 상황이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가장 어려운 시기라며 이렇게 요구했다. 이는 그동안 서방이 금기시하던 것으로, 우크라이나군이 1000㎞가 넘는 전선에서 러시아군에 밀리면서 강한 압박을 받는 현실을 반영한 요구라고 통신은 지적했다.



이번 인터뷰는 젤렌스키 대통령 취임 5주년에 맞춰 이뤄졌다. 그는 2019년 5월 20일 5년 임기를 시작했으며, 예정대로라면 지난 3~4월께 대통령 선거가 실시되었어야 한다. 하지만, 그는 러시아의 침공 이후 계엄령을 선포한 점을 내세워 대통령 선거를 연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전투의) 아주 강력한 파장이 일고 있다”며 “우리나라 동부에서 더 많은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걸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도네츠크주 중부 쿠라호베, 포크로우스크, 차시우야르 지역을 전투가 격렬한 지역으로 거론했다. 지난달 10일 러시아군이 지상군 병력을 새로 투입한 동북부 하르키우주 상황에 대해서는 “통제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미사일 격추 등 영공 방어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300기의 전투기를 사용하고 있으며 우리가 하늘에서 저항하기 위해서는 120~130기의 전투기가 필요하다”며 서방이 전투기를 즉각 지원하지 못한다면 영공 방어를 도와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주변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에서 전투기를 띄워 러시아군의 미사일을 격추할 것을 제안했다.



이는 서방의 직접적인 전쟁 개입을 뜻하는 것이어서 서방 국가들이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다. 독일의 경우, 타우러스 장거리 미사일을 지원하면 미사일 시스템 운영에 자국군이 직접 개입할 수 밖에 없다는 이유를 들어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미사일 지원 요구조차 거부해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서방이 러시아를 노골적으로 적대시하기를 꺼리는 점은 이해한다면서도 이는 “의지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모두가 전쟁 확산 우려를 말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죽고 있다는 사실에는 모두가 익숙해졌다”며 우크라이나 사람들 처지에서는 서방의 개입은 ‘확전’이 아니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서방이 지원한 무기로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 등에 집결한 러시아군 시설을 공격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도 요구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서방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긍정적인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5월 독일 등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나, 그 이후 이 약속을 깨고 러시아 본토 공격에 나섰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드론을 동원한 러시아 에너지 시설 공격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전황이 날로 나빠지자,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서방 무기를 동원한 러시아 본토 공격까지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상황이 어렵지만 여전히 전쟁을 이길 수 있다며 “우리가 이 길을 끝까지, 가급적이면 승리하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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