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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이란 “6월 28일 대통령 선거”...‘최고지도자 아들’ vs ‘신학 지도자’ 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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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지도자 아들, 모즈타바 거론…세습 거부감인 난관

국가지도자운영회 소속 알리레자 아라피도 물망

서방 “누가 되든 이란 강경보수 노선 변함 없을듯”

헤럴드경제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의 대행인 모하마드 모흐베르 수석 부통령이 내각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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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의 예기치 않은 사고로 사망하면서 뒤를 이을 새 대통령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란의 대통령은 최고지도자의 유력한 후계자로 인식되는 만큼 차기 대통령에 이란의 향후 행보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이란 정부가 대통령 사망 사실을 20일(현지시간) 공식 발표한 가운데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승인 하에 모하마드 모크베르 수석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대행하게 됐다. 이란 선거관리위원회는 헌법 관련 조항에 따라 새 대통령를 뽑는 보궐선거일을 오는 6월 28일로 확정했다.

신정국가인 이란에서 대통령은 최고위 성직자인 라흐바르(최고지도자)에 이은 2인자다. 라이시 대통령은 올해 85세인 현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후계자로 꼽혀왔다. 이에 이번 대선은 차기 최고지도자 선출과 맞물리게 된 것이다.

우선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둘째 아들인 모즈타바 하메네이(54)가 가장 강력한 대통령 후보자로 꼽힌다. 모즈타바는 라이시 대통령을 ‘징검다리’로 차기 최고지도자의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돼 왔다.

모즈타바는 이란 정부에서 공식 직책을 맡고 있지는 않지만 이란 혁명수비대(IRGC)와 그 산하 준군사조직인 바시즈의 배후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란 전문가를 인용 “이란 지도부 내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모즈타바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1979년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리고 공화정을 세운 이란으로서는 세습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미 CNN은 모즈타바가 새 대통령으로 나서게 될 경우 라이시 대통령의 죽음이 의도된 것이라는 의혹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메네이 또한 지난해 세습 정부를 ‘비(非)이슬람적’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온라인 매체 암와즈의 이란 분석가인 모함마드 알리 샤바니는 NYT 인터뷰에서 “최고지도자가 세습 체제로 바뀐다면 (이슬람 공화국) 체제가 죽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모즈타바 외에 거론되는 인물은 국가지도자운영회의 소속 알리레자 아라피(67)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는 아라피가 대통령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아라피는 이슬람 성직자 출신으로 전문가 회의 회원이자, 12명으로 구성된 핵심 지도부 ‘수호자 위원회’의 위원인 만큼 종교계와 정치계 모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아라피는 모즈타바보다는 덜 알려졌지만 시아파 교리를 설파하는 핵심 기관인 알 무스타파 국제 대학의 총장으로 하메네이가 직접 발탁한 인물이다. 이란의 종교 도시 쿰(Qom)에서 아라피는 금요 대예배를 집전하며 이슬람 신학교의 지도자로서 시아파 신학자들을 육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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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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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란이 새 대통령을 선출한다고 해도 미국 등 서방과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강경보수 노선은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란이 2015년 역사적인 핵 합의를 타결했던 하산 로하니 전 대통령을 포함한 온건·개혁파 정치인들의 출마를 금지했기 때문이다.

미 퀸시연구소 트리타 파시 부소장은 “국민들은 투표를 통해 변화가 올 수 있다는 믿음을 잃었다”며 “이란 강경파에 대한 진정한 대안(온건파)은 지난 몇 번의 선거에서 공직에 설 수 없었다”고 엑스(X·옛 트위터)에 말했다.

분쟁 전문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알리 바에즈 이란 국장은 “곧 치러질 이란 대선은 심각한 정통성 위기에 처해 있는 데다 이스라엘 및 미국과 맞서고 있는 이란에 중대한 도전이 될 것”이라며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은 최고지도자와 이란 혁명수비대(IRGC)이며, 우리는 변화보다 연속성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mokiy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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