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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3 (목)

네타냐후 영장 청구에 미국이 더 난리…“국제형사재판소 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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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형사재판소(ICC) 청사.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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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형사재판소(ICC) 수석검사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지도부와 함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상대로도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미국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터무니없다”며 반발하고 재판소 제재 움직임도 일어, 가자지구 민간인 대량 살상을 놓고 다수 국가가 가입한 국제형사재판소와 미국이 대립하는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



카림 칸 국제형사재판소 수석검사는 20일 성명을 내어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의 공격과 이후 이스라엘의 반격에 대한 조사를 통해 영장을 청구할 “합리적 근거”를 확보했다며 체포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영장 발부 여부는 국제형사재판소 판사들이 결정한다.



하마스 쪽에서는 가자지구 지도자 야흐야 신와르, 군사 지도자 무함마드 다이프, 카타르에 근거를 둔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가 영장 청구 대상이 됐다. 칸 수석검사는 이들이 국제형사재판소 설립 규정인 로마규정에 따라 ‘반인도 범죄로서의 살해와 절멸’, ‘전쟁범죄로서의 납치’, ‘성폭행, 다른 성적 폭력’, 고문 등에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쪽은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에 대해 영장이 청구됐다. 칸 수석검사는 이들도 ‘반인도 범죄로서의 살해와 절멸’, ‘민간인들에 대한 고의적 공격 지시’, ‘전쟁 수행 수단으로서 민간인 기아 유발’ 등의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과 갈란트 국방장관에 대한 영장 청구에 대해 “세상에서 가장 도덕적인 이스라엘 군대를 살인과 사체 방화, 참수, 성폭행을 일삼는 하마스 괴물과 비교하다니 뻔뻔하다”며 “이는 완전한 현실 왜곡이며, 신반유대주의”라고 격렬히 반발했다.



칸 수석검사는 이날 시엔엔(CNN) 인터뷰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반발에 대한 질문에 “누구도 법 위에 존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네타냐후 총리 등이 전쟁 수행을 위해 굶주림을 유발하고 인도적 지원을 차단하면서 가자지구 민간인들을 의도적으로 표적으로 삼은 점이 혐의에 포함됐다며 “하마스 전사들에게 물이 필요하다는 게 가자의 민간인 전체에 대한 물 공급 차단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했다.



2002년에 설립된 국제형사재판소는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국가원수, 오마르 알바시르 전 수단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네타냐후 총리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되면 최고 지도자급으로는 네 번째 발부다. 또 미국의 동맹국 정상으로서는 최초다.



미국 쪽도 이스라엘만큼이나 격하게 반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내어 “이스라엘 지도자들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는 터무니없다”며 “이스라엘과 하마스를 등치시킬 수는 없다. 우리는 안보 위협에 맞서 이스라엘을 언제나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도 성명을 내어 칸 수석검사가 “근거 없고 불법적인 결정”을 했다고 비난하면서 “의회는 그들이 더 나간다면 국제형사재판소와 그 지도부를 벌하기 위해 제재를 비롯한 모든 수단을 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반인도 범죄와 전쟁범죄 등을 처벌하려고 네덜란드 헤이그에 설치된 국제형사재판소에는 123개 회원국이 참여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참여하지 않았다. 미국이 참여하지 않은 것은 자국 군인이나 지도자들이 전쟁범죄를 이유로 처벌 받을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미국은 2020년 국제형사재판소가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전쟁범죄 혐의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자 이 재판소 판검사들에 대해 국무부가 미국 내 자산 동결과 미국 입국 금지를 시행할 수 있도록 제재를 가한 바 있다. 이번에 미국이 또 제재 위협까지 가하며 반발하는 것은 이스라엘을 두둔해온 관행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또 미국이 민간인 대량 살상에 이용된 폭탄 등 무기를 공급해 ‘공범’으로 지목되는 것도 배경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민간인 살해에 거듭 경고를 보냈지만 이번에는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다르다’는 주장을 꺼냈다. 그러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네타냐후 총리는 팔레스타인 인구의 5%를 살상하는 “전례 없는 파괴적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국제형사재판소의 조처는 옳다”고 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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