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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3 (목)

만기친람 ‘용와대’ 정부…총선 패배 레임덕 우려에 몸집 키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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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윤석열 대통령은 20일 로런스 웡 싱가포르 신임 총리와 전화 통화를 갖고, 양국 관계 발전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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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 뒤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에는 민정수석실이 생긴데 이어, 저출생수석실 신설이 예고됐습니다. ‘대통령실 슬림화’를 공약하며 ‘2실정(비서실장·안보실장)·5수석(정무·홍보·시민사회·경제·사회 수석)’ 체제로 출범했던 대통령실이 ‘3실(비서실·정책실·국가안보실장)·8수석(정무·홍보·시민사회·경제·사회·과학기술·민정·저출생수석)’ 체제로 확대 개편되는 것입니다.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 조직을 확대하기 시작한 시점은 총선 5개월 전인 지난해 11월부터입니다. 지난해 연구·개발(R&D) 예산 삭감뒤 거센 비판을 받은 윤 대통령은 정책 역량 강화 등을 명분으로 11월 말 정책실장과 과학기술수석을 신설해 ‘3실장 6수석’으로 대통령실 조직을 불렸습니다. 지난 1월에는 국가안보실장 산하에 제3차장을 신설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2수석을 추가했습니다. 자신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개혁하겠다”고 비판했던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3실8수석 체제와 같아진 것입니다. 관가 등에서는 ‘용와대(용산+청와대) 정부’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윤 대통령이 늘린 것은 조직 규모만이 아닙니다. 대통령실이 물가나 저출생, 반도체, 노동 문제 등을 만기친람하는 일도 다반사입니다. 대통령실은 총선 뒤 ‘민생물가 태스크포스(TF)’와 ‘국가전략산업 태스크포스’를 꾸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부처들을 지휘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4일 민생토론회에서 시민들 이야기를 들은 뒤 마무리 발언에서 임기 안에 노동법원 설치를 위한 법안을 마련하라고 깜짝 지시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이를 두고 대통령실 안에서도 “돌발 지시에 놀랐다”, “미리 알았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뒷말이 나왔습니다. 관련 부처들 사이에서는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용산만 바라볼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이 달라졌단 걸 보여줄 수 있는 ‘중도층 겨냥 아이템’을 가져와야 한다는 압박이 커졌다”는 푸념이 나온다고 합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잔재를 청산하겠다. 부처 위에 군림하며 권력만 독점하는 청와대로는 국가를 이끌어갈 수 없다”며 대통령실 조직 축소를 공약했던 윤 대통령이 임기 2년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을 두고 대통령실은 현실론을 이야기합니다.



윤 대통령도 지난 7일 민정수석을 부활시키면서 “모든 정권에서 다 둔 기능은 이유가 있어서 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저출생과 같은 문제는 전 사회적으로 나서야 하는 시급한 시대적 문제”라며 “부처 간 정책 조율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막상 정부를 직접 운영해보니, 부처를 조율할 수 있는 대통령실 내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더라는 취지의 설명입니다.



그런데 이를 두고 총선 패배 뒤 국정 장악력 약화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역대 정부가 대통령 임기 후반 청와대의 권한을 키웠던 흐름과 유사하다는 겁니다. 윤 대통령이 민정수석실을 부활시키며 예시로 들었던 김대중 정부는 1실 6수석 35비서관 체제로 시작했지만, 임기 말에는 1실장 2특보 8수석 39비서관 체제로 확대됐습니다. 이명박 정부도 1실장 1처장 7수석 42비서관 체제에서 임기 말에는 2실장 1처장 9수석 5기획관 46비서관 체제로 몸집이 커졌습니다.



문재인 정부 2년 차인 2018년 ‘청와대 정부’라는 책에서 청와대 권력 집중 구조를 ‘자의적 통치체제’라고 비판했던 정치학자 박상훈(전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문재인 정부는 ‘일하는 청와대’를 만들겠다며 초반부터 규모를 키웠던 반면, 대부분 역대 정부는 힘이 빠질 때쯤 청와대 권한을 키우는 익숙한 방식을 택했다”며 “윤석열 정부가 민정수석실을 두고 정책 라인을 강화한 건 충성하지 않는 행정 쪽에 그립감을 높이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그는 “하지만 당을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해온 과거 (정부)와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대통령실의 영향력이 실제로 커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대통령실 비대화보다는 야당과의 협치로 권력 누수 방지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민주화 이후에도 ‘제왕적 대통령제’ 의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돼왔습니다.



윤 대통령도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며 대선 후보 시절 대통령실 조직 규모 축소를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뒤 ‘조기 레임덕’이 우려되자 어영부영 다시 큰 청와대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국민적 우려를 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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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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