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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 공급 '가뭄'의 나비효과 [부동산 Ato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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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분기 서울 인허가·착공 전년동기 대비 '반토막'

정비사업 활성화하면 빌라 공급 더 줄어들어

서울·수도권 빌라(다세대 연립)의 공급이 줄어들고 있다. 정부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촉진하려 하면서 빌라를 지을 곳이 감소하면서다. 또 전세 보증한도 규제(공시가격의 150%→126%)에 따라 빌라 건축 수요도 떨어지고 있다. 이처럼 빌라 공급이 끊기면서 주 수요자인 청년과 서민의 주거 불안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부동산 AtoZ는 이 같은 서울·수도권 빌라 공급 상황에 대해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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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 한 건물에서 바라본 빌라촌 모습. [사진=문호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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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분기 서울 빌라 인허가·착공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 수준
빌라는 주로 다세대 주택과 연립 주택을 말한다. 공동주택 중 5층 이상의 건물은 아파트라고 한다. 빌라는 4층 이하의 건물인데, 1개동 바닥 면적의 합(연면적)이 660㎡를 넘기면 연립 주택, 660㎡ 이하면 다세대 주택으로 구분한다. 빌라는 아파트와 달리 소규모로 공급돼 공사기간이 짧다. 아파트는 인허가에서 착공까지 1~2년, 착공에서 준공까지 3년 정도 걸리는 반면 빌라는 인허가에서 착공까지 1~2개월, 착공에서 준공까지 6개월 남짓 걸린다.

빌라 공급은 청년과 서민들의 주거 안정 차원에서 중요하다. 빌라는 값비싼 아파트에 거주하기 어려운 청년과 서민들의 보금자리이자,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한다. 청년과 서민들은 값비싼 아파트를 사기 어려워 비교적 저렴한 빌라에 월세나 전세 형태로 들어간다. 이에 빌라는 아파트와 달리 매매시장보다 임대시장이 활성화했다.

그런데 최근 서울·수도권 빌라 인허가·착공 실적이 매우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빌라 인허가 실적은 564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1198가구) 대비 약 53% 감소했다. 수도권 빌라는 올해 1분기 1665가구 인허가를 받았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3691가구)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올해 1분기 서울 빌라 착공 실적은 909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1762가구) 대비 48.4% 감소했다. 수도권 빌라는 올해 1분기 1858가구 착공에 들어갔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3513가구)의 반토막 수준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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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시내의 재건축 공사 단지 모습. [사진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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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지 좋은 곳에 정비사업이 진행되면 이 지역 빌라 공급 어렵다
특히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에 관심이 몰리면서 빌라 공급이 더 어려워졌다. 서울시는 모아타운, 역세권개발, 신속통합기획 등 정비사업 구역을 지정한다. 이처럼 정비사업 구역으로 지정되면 이 지역에 빌라 등을 지을 수 없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정비구역에서 건축물을 건축하거나 토지를 분할하는 등 행위를 할 때 시장·군수 등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해 사실상 건축행위를 제한하고 있다. '정비사업 정비몽땅'에 따르면 서울에서 운영되고 있는 정비사업은 총 809개다. 이처럼 역세권 등 수요가 몰리는 곳으로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빌라를 공급할 곳이 줄어들고 있다.

서울뿐 아니라 분당, 일산 등 수도권에도 정비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지난달 27일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통합 재건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은 통합 재건축을 지원하는 법이다. 오는 22일 통합 재건축 선도지구 선정 기준, 규모 등이 공개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선도지구는 분당, 일산 등 최대 2만~3만가구로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통합 재건축이 대규모로 이뤄지고 있어 빌라를 공급할 수 있는 지역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정부가 빌라 전세보증 한도를 공시가격의 150%에서 126%로 내리면서, 사업자들의 빌라 신축의 유인 요소가 사라졌다. 예컨대 공시가격 1억원짜리 빌라는 1억5000만원까지 전세보증보험을 가입할 수 있었지만 전세보증 한도가 줄면서 1억2600만원까지만 가능해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임대인은 다음 임차인과 더 낮은 가격으로 전세 계약을 맺게 된다. 사실상 전세가 하락해 빌라 가격이 내려가는 요인이 된 것이다.

이 같은 요인들로 인해 빌라 공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수요가 몰리면 빌라 월세나 전세는 상승하게 된다. 이때 오른 가격을 감당할 수 없는 이들은 빌라를 떠날 수밖에 없다. 청년과 서민들이 빌라 임대도 어려워, 고시원이나 쪽방촌 등 더 열약한 환경을 찾아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박원갑 KB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올해와 내년 빌라 입주 물량 감소로 전세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며 "빌라는 건설 기간이 짧아 단기에 공급이 가능한 만큼 빌라 공급 시장을 정상화해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승욱 기자 ty16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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