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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英총리 '혈액 스캔들' 은폐에 사과…3만명에 피해 배상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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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낵 총리 "당국이 감염 막지 못해…국가적 수치" 책임 인정

오염 혈액에 HIV·C형간염 감염…6년간 조사 마친 보고서 발표

뉴스1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20일(현지시간) 하원 본회의에 출석해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정부의 오염 혈액 공급과 은폐로 최소 3만명이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와 C형 간염에 걸린, 이른바 '혈액 스캔들'에 대해 사과하고 피해 배상을 약속했다. 2024.05.20. ⓒ AFP=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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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20년 넘게 오염된 혈액을 수혈받아 최소 3만명이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와 C형 간염에 걸린, 이른바 '혈액 스캔들'과 관련해 정부의 은폐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 배상을 약속했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리시 수낵 총리는 관련 보고서가 발간된 20일(현지시간) 의회에 출석해 "국가적으로 수치스러운 날"이라며 "권력과 신뢰를 가진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감염 전파를 막을 기회가 수차례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수낵 총리는 "이 끔찍한 불의에 대해 진심으로 분명하게 사과하고 싶다"며 수혈 피해자들에게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전부 배상하겠다"고 약속했다. 오는 21일 발표될 정부 배상액은 100억 파운드(약 17조원)를 넘길 것으로 영국 일간 더타임즈는 예상했다.

이날 영국 오염혈액조사위원회는 2500쪽 분량의 최종 보고서를 통해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영국에서 3만명이 넘는 환자들이 영국 국영의료기관 NHS에서 오염된 혈액이나 혈액제제를 투여받아 HIV와 C형 간염에 감염됐다는 결론을 냈다. 관련 질환으로 지금까지 3000명이 숨졌으며 앞으로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조사위는 1980년대 초반 HIV의 원인이 오염된 혈액 수혈임이 명백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역대 정부와 보건당국이 관련 위험을 완화하는 데 총체적으로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헌혈자의 HIV 감염 여부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마약 복용자나 수감자의 혈액을 사용하는 미국에서 혈우병 치료용 혈액제제를 수입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럼에도 1993년 영국 보건부는 관련 문건을 파기해 문제를 덮으려고 했다. 전직 고등법원 판사인 브라이언 랭스태프 조사위원장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재난은 우연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자신을 안전하게 지켜줄 의사와 정부를 믿었지만, 그 신뢰는 배신당했다"며 "정부가 체면을 살리고 비용을 아끼기 위해 진실을 숨겼다"고 지적했다.

조사위는 테리사 메이 총리 시절인 2017년 출범해 지난 6년간 혈액 스캔들 진상 조사를 진행했다. 2022년 7월 중간 보고서가 공개되자 영국 정부는 피해자 중 일부에게 1인당 10만 파운드(약 1억7000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조사위는 정부에 올해 연말까지 피해 배상을 마무리할 것을 주문했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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