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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북극땅다람쥐의 겨울잠, 그리고 양수와 음수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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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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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1학년 수학 ‘정수와 유리수’ 단원에 등장하는 양수(0보다 큰 수)와 음수(0보다 작은 수)는 상반된 성질의 수량을 나타내며, 각각 +와 - 부호를 붙인다. 학생 다수가 처음 등장하는 정수, 그중에서도 음수의 개념을 헷갈려하는데, 자연 현상과 연결해 설명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북극땅다람쥐의 겨울잠 메커니즘은 양수와 음수의 개념을 설명하는 데 매우 적합한 비유가 된다. 인간은 체온이 36.5 ℃에서 1~1.5 ℃만 떨어져도 저체온증으로 위험에 빠질 수 있다. 반면, 북극땅다람쥐는 겨울잠을 자는 동안 영하 3도(-3 ℃)까지 체온이 떨어져도 혈액이 얼지 않아 생존하는데, 그 원리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이는 북극땅다람쥐가 특수한 생화학적 메커니즘을 통해 과냉각 상태를 유지하면서, 정기적으로 체온을 다시 정상 범위인 영상 36.5도(+36.5 ℃)까지 끌어올리는 능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북극땅다람쥐는 체온이 영하(-)로 떨어졌다가도 2~3주에 한 번씩 정상체온인 36.5도까지 끌어올려 뇌가 손상되지 않도록 하는 신체 시계가 작동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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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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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땅다람쥐의 동면 방식을 연구 중인 알래스카 페어뱅크스대 브리언 반스 박사팀에 따르면, 처음엔 개구리처럼 부동액 같은 얼지 않는 성분이 혈액 속에 포함돼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동면 중인 북극땅다람쥐에서 채취한 혈액을 얼렸더니 0.6 ℃에서 얼어버렸다. 이에 브리언 반스 박사팀은 현재 북극땅다람쥐가 어떤 특정한 방식으로 체온을 아주 천천히 내림으로써 어는점 이하에서도 얼지 않는 ‘과냉각' 상태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추정한다. 이 비밀이 풀린다면 조만간 진짜 냉동인간이 나올지도 모른다.



오스트리아 빈수의과대학 동물생리학자 토마스 루프 교수는 동면하는 동물의 평균 체중이 70g에 불과하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작은 동물은 체중에 비해 넓은 표면적을 갖고 있어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동면 중에는 체온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대사작용이 느려진다. 동면을 하는 동물은 특정 온도까지 체온을 떨어뜨렸다가 다시 대사를 통해 지방을 태워 에너지를 만들고, 최저온도 이상으로 체온을 올린 뒤 유지한다. 죽지 않을 체온까지 버티다가 다시 열을 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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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을 수학적으로 바라보면, 북극땅다람쥐 체온은 양수 영역인 양수에서 잠을 자는 동안 음수 영역인 영하로, 음수 영역인 영하에서 양수 영역인 영상으로 전환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수학에서 양수와 음수 사이를 오가는 계산을 연상시키는데, 이를 활용하면 정수의 덧셈과 뺄셈 계산식까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북극땅다람쥐의 체온 조절 원리와 흡사한 또 다른 예는 학생들이 반팔 옷을 입고 체육수업을 한 뒤 체온이 급격히 떨어져 오한을 느끼는 경험이다. 자신의 몸이 외부 환경에 적응하려고 체온을 조절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수학의 개념과 원리를 이처럼 자연 세계의 신비로운 사례로 재밌게 풀어 설명한다면 수학을 어렵지 않고, 즐겁게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수학을 배우는 것이 단순히 공식을 외우고 문제를 푸는 것을 넘어서, 우리 주변 세계를 이해하고 예측하는 강력한 수단임을 학생들에게 보여주는 것, 이것이 진정한 교육의 목표가 아닐까? 북극땅다람쥐와 함께하는 수학 원리 여행을 통해 더 많은 학생들이 이러한 깨달음을 얻기를 기대한다.



최우성 다산고 교장∙‘수포자도 수학 1등급 받을 수 있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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