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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기업대출 꾸준한 증가세 속 연체율 상승세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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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서울의 한 은행 기업대출 상담창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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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은행의 기업대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주춤했다 다시 늘고 있는 가계대출과 달리 기업대출의 증가세는 꾸준하다. 고금리 환경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상환능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연체율도 상승 추세여서 금융회사의 건전성 우려도 짙어지고 있다.



19일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지난달 중 기업대출 잔액은 11조9천억원 증가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2009년 6월)된 뒤로 4월 기준으로 역대 세 번째로 큰 증가 폭이다. 중소기업 대출이 5조4천억원 늘었고, 대기업 대출이 6조5천억원 증가했다.



은행 대출 증가는 지난해부터 대기업이 채권시장에서의 회사채 발행보다 금융기관 대출을 선호하는 현상이 계속되는 데다가, 정부가 가계대출 확대에 대한 창구 지도를 강화하면서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상 대출 영업 경쟁에 나서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이 시중은행에 기준금리보다 낮은 이자로 돈을 빌려주고 이 자금이 중소기업에 대출되도록 하는 금융중개지원대출(금중대)과 정부의 이른바 ‘상생금융’ 기조도 중소기업 대출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중소기업 특화 점포를 개설하는 등 대출 확대를 위한 채널을 넓혀가고 있다. 한은에서 저리로 자금을 내어주는데 은행 입장에서 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고 전했다.



부채의 질이 나빠질 수 있단 우려는 따라붙는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3월 말 기업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연체·원화대출 기준)은 0.48%로 전달보다 하락했다. 하지만 은행들이 일반적으로 분기 말에 연체채권을 손실 처리하거나 매각하는 것을 고려하면 연체율 하락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봐야한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 최근 연체율은 1년 전인 지난해 3월 말(0.35%)과 비교해서도 높다. 특히 중소기업 연체율이 올해 3월 말 0.58%로 2년 전(0.27%)과 견줘 두 배가 넘는 수준으로 올라선 상황이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상환 능력이 취약한 기업(영업이익보다 이자비용이 큰 기업)의 차입금 비중(57.4%)이 외환위기 때 고점(67.8%)보다는 낮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때 고점(34.1%)보다는 크게 높다”며 “2023년 하반기 이후 고금리가 지속되고 내수시장 침체가 진행형인 만큼 추가 악화 여부에 대해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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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도 건전성 악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1년 이상 계속된 고금리와 경기둔화로 한계 차주 중심으로 부실이 늘고 있고 앞으로도 이런 현상은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취약 업종이나 요주의 차주 등을 대상으로 신용등급 재평가 등 위험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인 비엔케이(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 은행의 화두는 보통주자본비율(CET1)인데 중소기업은 위험 가중치가 높아 은행으로서는 중기대출을 급격히 늘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일단 정부 정책에 호응하는 차원에서 중기 대출을 늘린 면이 있다”며 “(위험 관리를 고려해) 전체적으로는 대출 성장을 자제하려고 하는 모습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 부실에 따라 자본적정성 비율 하락 가능성이 높은 만큼 중기 대출 영업 전쟁도 한 풀 꺾일 공산이 있다는 뜻이다. 실제 한은의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를 보면, 대기업·중소기업 대출태도는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완화 기조를 이어갔지만 지수는 6에서 3으로 하락했다. 대출을 더 늘리겠다는 은행권 여신담당자의 태도는 이어지고 있으나 그 강도는 절반으로 줄었다는 뜻이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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