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
암 환자인 남편을 둔 신도에게 '목숨 연장 기도'를 권유하며 수천만원을 편취한 50대 여목사가 법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9단독 장혜정 판사는 사기, 절도 혐의로 기소된 A씨(55·여)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22년 4월경 피해자 B 씨에게 기도비 명목으로 31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당시 암 말기였던 B씨 남편에 대한 상담 전화를 받고 "내게 '목숨 연장 기도'를 받은 사람들이 암에서 싹 나았다. 당신 손녀딸에게도 암이 보이고 남편은 죽은 사람처럼 보인다"며 "목숨 연장 기도를 받으면 남편 암이 낫고 영적 청소를 하면 30년 생명이 연장된다"고 하면서 금품을 요구했다.
이에 B씨는 3차례에 걸쳐 총 3100만원을 A씨에게 건넸다. 이후 B씨가 A씨에게 '2000만원을 돌려 달라'고 했지만, A씨는 이미 받은 돈 대부분을 대출 채무 변제에 쓴 뒤였다.
이에 대해 A씨는 법정에서 "하나님께 기도하면 다 들어주기 때문에 B씨를 기망한 게 아니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가 "종교 행위로서의 한계를 벗어난 행위"를 했다며 '사기' 혐의가 맞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절박하고 불안한 상황에 있는 피해자를 기망해 사기 범행을 저질러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며 "수사 기관에서부터 법정에서까지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고 이 사건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는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3000만원을 변제한 점, 피해자가 법정에서 피고인에 대한 처벌 불원 의사를 표시한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A씨는 지난해 5월 21일 경기 화성시의 한 은행 ATM기 위에 놓여 있던 10만원 상당의 반지갑을 절도한 혐의로도 기소돼 함께 재판받았다.
A씨는 이에 대해서도 "주인을 찾아주려고 지갑을 갖고 나왔을 뿐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A씨가 지갑 분실 신고를 하지 않았을 뿐더러 피해자 소유 신분증과 카드들을 버리고 현금이 있는 지갑만 계속 갖고 있었다"며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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