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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정부부채 이자 年31조 … 고금리 지속땐 재정부실 갈수록 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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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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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인 블룸버그인텔리전스(BI)는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복지지출 충격으로 한국의 나랏빚 증가 속도가 부쩍 빨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나랏빚 증가세에 제동을 걸 재정준칙은 4년째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데, 거대 야당의 확장재정 요구는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나라 곳간을 짓누르는 요인으로 꼽혔다.

이날 관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며 정부가 관리할 수 있는 재량지출 증가폭을 '0%' 수준으로 묶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렇게 되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3년 연속 20조원대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이 단행될 공산이 크다. 또 무조건 국세에서 20.79%를 떼서 교육청을 지원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을 개편해 의무지출에도 메스를 대는 방안을 검토한다.

정부가 재정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은 최근 나라 곳간 사정을 어렵게 보는 전망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는 올해 56.6%인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2045년께 100%를 넘고, 2050년을 전후해서는 120%까지 치솟을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고금리가 나랏빚 증가세를 부채질할 것이라는 우려다. 금리가 기본 시나리오로 가정한 수준(2%)에 비해 1%포인트 더 오르면 GDP 대비 부채 비율은 2050년께 141%까지 오른다. 보고서는 한국은행 기준금리(3.5%)가 고공행진을 계속하며 한국의 이자 지급비용이 2022년 GDP의 0.9%에서 지난해 1.4%로 늘었다고 봤는데, 2050년에는 이 부담이 2.4%까지 올라갈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명목 GDP 규모(2236조원)에 비춰보면 현재 이자 비용으로만 31조원을 부담하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현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에도 전임 문재인 정부의 확장재정 여파로 나랏빚이 불어나는 속도가 주요국 중 가장 빨라졌다는 점이다. 매일경제가 국제통화기금(IMF)의 최신 재정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코로나19 여파로 확장재정에 발동이 걸리기 시작한 2020년 48.7%에서 2029년 59.4%로 10.7%포인트 급증할 것으로 관측됐다. 주요 8개국(G8) 가운데 경제 규모 대비 나랏빚 비중이 가장 빠른 속도로 늘어난다.

정부 재량으로 조절할 수 없는 의무지출 비중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정부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총지출 중 의무지출 비중은 2019년 49.4%에서 2027년 56.1%까지 늘어난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각종 사회보장지출이나 교육교부금처럼 법령에 지출 규모가 정해져 있는 경직성 예산이 늘어나는 데 따른 것이다.

2023~2027년 재량지출 연평균 증가율은 2.0%인 반면 의무지출 증가율은 5.0%로 두 배 이상 빠르게 늘어난다. 의무지출 중에서도 복지 분야 법정지출 증가율은 6.6%로 교육교부금 등 지방이전재원 증가율(2.5%)보다도 높아 전체 의무지출 증가세를 주도한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7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내년도 예산 증가분이 모두 의무지출에 해당해 신규 증액 사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민생 과제 등 정부가 해야 할 일에 재정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부처별로 덜어내는 작업이 선행돼야 하며 구조조정 실적에 따라 예산상 인센티브를 부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재부는 부처 사업 타당성을 모두 재점검해 우선순위가 낮고 성과가 미흡한 사업은 과감히 삭감하거나 폐지하기로 했다. 또 유사·중복 사업은 정리하고, 여윳돈이 있는 기금에서 재원이 부족한 기금으로 자금을 옮겨 보다 효율적으로 재정을 관리한다.

교육교부금 개편도 추진한다. 현행법상 정부는 저출생 현상에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세태에도 국세의 20% 이상을 떼 교육청을 지원하고 있다.

교육교부금을 고등교육이나 사교육비 완화 사업에 투입하는 개편안도 거론된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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