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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核무력으로 남한 평정한다는데 김정은 '핵불용 약속' 옹호한 文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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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이 회고록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부각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남측을 위협하고 미사일을 쏘아대는 북한의 야욕을 모른 척하고 현 정부의 대북 정책만 탓하는 게 전직 대통령으로서 적절한 처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문 전 대통령은 17일 출간한 회고록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핵은 철저하게 자기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사용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비핵화 의지를 절실하게 설명했다"면서 김정은과의 대화를 소개했다. 회고록에는 재임 기간 중 외교·안보 관련 소회와 후일담이 주로 담겼으며 최종건 전 외교부 차관이 질문하고 문 전 대통령이 답하는 형식으로 꾸려졌다. 미·북정상회담을 중재하고 평양을 방문해 연설하는 등 남북 관계 해빙 분위기를 연출했던 치적을 부각하는 장면이 곳곳에 등장한다. 하지만 김정은 정권은 그때나 지금이나 핵·미사일 기술 고도화를 멈추지 않았다는 게 주지의 사실이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해 미사일 발사를 25차례 감행했고, 올해는 빈도를 더 늘리고 있다. 17일에도 김정은이 참관한 가운데 신형 유도체계를 탑재한 탄도미사일 시험 사격을 실시했다.

북한이 과시하는 신형 미사일이건 잠수함이건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낼 수 있는 게 아니다. 수년간 연구하고 시행착오를 수정한 결과물이다. 그런데도 문 전 대통령은 "남북 관계 위기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고 북한의 도발이 걱정이지만, 우리 정부의 과한 대응, 무엇보다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데도 대화를 통해 위기를 낮추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을 탓했다. 문 전 대통령에게 '비핵화' 타령을 했던 김정은은 지난해 12월 "유사시 핵무력을 포함한 모든 역량을 동원해 남조선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라"고 지시했다. 그의 동생 김여정도 최근 "우리의 전술무기들은 서울이 허튼 궁리를 하지 못하게 만드는 데 쓰이게 된다"고 강조했다. 전직 대통령의 편향적 대북 인식이 정치적 메아리가 돼 안보태세 균열을 불러올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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