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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정책 발표 사흘 만에…체면구긴 정부, 해외직구 금지 사실상 '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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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오른쪽 두번째)이 19일 오후 서울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해외직구 대책 관련 추가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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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통합인증마크(KC 인증)를 받지 못한 어린이 제품 등의 해외 직접구매(직구) 금지 논란이 해프닝으로 일단락됐다. 안전성 조사에서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에 한해서만 직구를 금지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정책 발표 사흘 만에 'KC 미인증 제품' 직구 금지 방침을 사실상 철회한 셈이다. 정치권은 물론 국내 이커머스업계 조차 무리한 규제 추진이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무조정실 등 관계부처는 19일 브리핑을 갖고 '위해품목의 해외직구를 사전적으로 전면 금지·차단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 스스로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앞서 국무조정실 등 관계부처는 지난 16일 '국민 안전을 해치는 해외직구 제품 원천 차단'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13세 이하의 어린이가 사용하는 어린이 제품 34개 품목(유모차, 완구 등)은 철저한 안전관리를 위해 KC인증이 없는 경우 해외직구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또 화재, 감전 등 안전사고 발생 우려가 큰 전기·생활용품 34개 품목(전기온수매트 등)도 KC 인증이 없으면 해외직구를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KC 인증을 받지 못한 어린이제품 및 전기·생활용품의 경우 해외직구가 금지된다는 의미로 읽히는 대목이다.

당장 소비자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소비자 선택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규제라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해외직구를 하는 이유가 국내에 원하는 물건이 없거나 더 싼 가격에 구매하기 위한 것인데 KC 인증을 받은 물건만 직구가 허용되면 가성비 효과가 사라질 수 있어서다.

규제 반대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한 청원인은 '해외직구 자유를 보장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에서 "정부는 안전을 이유로 수많은 제품의 해외직구를 금지하려 하지만 국민 스스로 위험을 평가하고 선택할 자유가 있다"며 "국민을 과보호한다면 이는 국민 자유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도 거들었다. 총선 이후 현안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개인 해외직구시 KC 인증 의무화 규제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므로 재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도 "KC인증이 없는 80개 제품에 대해 해외직구를 금지하겠다는 정부 정책은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며 "안전을 내세워 포괄적 일방적으로 해외직구를 금지하는 것은 무식한 정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부는 해외직구 제품으로부터의 국민 안전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정책의 오해가 생겼다는 입장이다. 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은 "다양한 파트(분야)를 종합 정리하다 보니, 특히 안전에 대한 것들을 강조하다보니 (1차) 보도자료가 그렇게 나갔다"며 "(1차 보도자료) 워딩이 (국민들이 오해해) 받아들일 수 있게 나갔다는 점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가 강제로 해외직구를 막으려면 관세법 개정이 필요하다. '국민 보건 등을 해칠 우려가 있는 물품의 통관을 보류할 수 있다'는 관세법 237조를 손봐야 한다.

정부는 산업부와 환경부, 서울시 등 관계기관이 그동안 진행해 온 해외직구 제품에 대한 안전성 조사 결과와 앞으로 추진할 안전성 조사에서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에 한해서만 반입을 제한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관세청과 서울시의 안전성 조사에서 발암가능물질이 국내 안전 기준치 대비 270배 초과 검출된 '어린이용 머리띠'나 기준치를 3026배 초과한 카드뮴이 검출된 '어린이용 장신구' 등 위해성이 확인된 특정 제품만 반입 제한된다는 설명이다.

위해성 판단 기준을 KC 인증 여부만으로 제한할지도 재검토한다. 정부 관계자는 "해외직구 제품의 안전관리를 위해 KC 인증이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라며 "앞으로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법률 개정 여부를 신중히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논란을 두고선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서조차 무리한 규제 추진이란 비판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KC 인증 의무화의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그 대상을 전체 해외직구 물품으로 잡은 것은 다소 무리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며 "C커머스 상품 중 유해성분이 발견된 제품 위주로 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고 중국 셀러들이 KC 인증을 받은 제품을 팔면 인센티브를 주는 것을 검토해 볼만하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소비자들이 고물가에 시달리면서 중국 등으로부터 저렴한 제품을 많이 직구하고 있다"며 "안전성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없는 어린이들을 위해 유아용품은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지만 KC 미인증이면 무조건 안 된다고 하는 건 국내 소비자의 합리적인 소비를 원천 차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유예림 기자 yesr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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