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공안서 잔뼈 굵어… '강경파' 인사
권력투쟁서 승리? "서기장 경쟁자 물리쳐"
차기 베트남 국가주석으로 내정된 또럼 공안부 장관이 지난해 7월 하노이 호국오페라하우스 개관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하노이=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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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권력 서열 2위 국가 주석에 또럼(67) 공안부 장관이 내정됐다. ‘불타는 용광로’로 불리는 고강도 반(反)부패 수사의 칼자루를 쥔 그가 유력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서열 1위’로 향하는 발판을 놓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패 사정 지휘해온 칼잡이
19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베트남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전날 럼 장관을 차기 국가주석으로 지명했다. 국가주석은 베트남의 국가원수로서 상징적 권력을 갖는다. 오는 20일 열리는 정기국회 회기에서 표결을 거치는데 임명이 유력하다. 이에 따라 럼 내정자는 지난 3월 보반트엉(53) 전 주석이 부패 연루 의혹을 받고 사임한 지 두 달 만에 빈자리를 채우게 됐다. 당분간 공안부 장관직도 유지한다.
1957년 북부 흥옌성 혁명 운동가 집안에서 태어난 럼 내정자는 40여 년간 한국의 경찰과 국가정보원을 합친 역할을 하는 공안부에 몸담아왔다. 2016년부터 장관을 맡고 있다. 베트남 내 시민운동과 인권운동을 강력 진압해온 강경파 인사로 꼽힌다.
권력 서열 1위 응우옌푸쫑(80) 총비서(서기장)가 이끌고 있는 ‘부정부패방지 지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부패 척결을 위한 일련의 사정 작업을 진두지휘해 온 ‘칼잡이’기도 하다. 그간 부패에 연루된 당·정부 간부와 기업인 수천 명을 체포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베트남 공산당이 ‘반부패 십자군’을 차기 대통령으로 지명했다”고 전했다.
럼 내정자가 이번 주석 선임을 등에 업고 차기 서기장을 노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쫑 서기장의 세 번째 임기는 오는 2026년 끝나는데, 팔순 고령인 까닭에 연임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국회의사당 전경. 하노이=허경주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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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서기장 '경쟁자' 제거?
이번 주석 지명을 권력 투쟁 결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동남아시아 전문가 재커리 아부자 미국 워싱턴 국립전쟁대 교수는 AFP통신에 “럼 내정자가 반부패 수사를 무기로 삼아 ‘서기장 될 자격이 있는’ 정치국 내 경쟁자들을 체계적으로 무너뜨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베트남 외교가에서는 수사권을 쥔 럼 내정자가 유력 인사 실각을 막후에서 주도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지난해 3월 응우옌쑤언푹 전 주석이 급작스럽게 물러난 데 이어, 올해 들어 트엉 전 주석(올해 3월), 권력 서열 4위이자 쫑 서기장의 유력 후계자로 꼽혔던 브엉딘후에 국회의장(4월), 서열 5위 쯔엉티마이 당 조직부장(5월) 등 주요 정치국원이 줄줄이 사임했다. 빌 헤이튼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 아시아·태평양 프로그램 부연구원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럼 내정자는) 누가 조사를 받고 재판받을지 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은 수뇌부(당 정치국원) 14~18명이 정책을 결정하는 집단지도체제를 운영한다. 이 중에서도 차례로 서열 1~4위인 서기장(국정 전반), 국가주석(외교·국방), 총리(행정), 국회의장(입법)이 권력을 분점하고 있다.
또럼 베트남 공안부 장관이 2021년 영국 런던의 유명 레스토랑에서 150만 원이 훨씬 넘는 금박 스테이크를 먹는 장면. 유튜브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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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엔 만 부의장 내정
럼 내정자는 ‘금박 스테이크 만찬’으로 비판받은 인물이기도 하다. 앞서 2021년 그가 영국 출장 중 런던의 한 유명 레스토랑에서 금박을 입힌 스테이크를 먹는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됐다. 스테이크 한 접시 가격이 베트남 평균 월 소득(30만~40만 원)의 5배가 넘는 1,140~2,015달러(154만~271만 원) 수준이어서 비판이 확산됐다. 당시 럼 장관 식사를 풍자하는 영상을 게재했던 시민은 공안에 체포됐다가 지난해 ‘반국가 선동’ 혐의로 징역 5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한편 베트남 공산당은 비어 있던 국회의장에 쩐타인만(61) 부의장을 내정했다. 북부 출신인 럼 내정자와 달리 남부 허우장성 노동조합 간부로 시작해 공산당 전위조직 조국전선 중앙위원회 위원장 등을 거치며 남부지역과 당내에서 정치적으로 성장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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