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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0 (목)

[폴리스라인] '사약'된 수면제···대리·쪼개기 처방 여전히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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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치 처방인데···여러번 내원한 척

병원이 건넨 수면제, 살인 도구 됐다

타인 이용한 대리처방으로 오남용도 多

강압·친분 등 이용해 약 건넸다가 범죄 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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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 영등포구의 한 모텔에서 50대 노숙인 여성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사인은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인한 폐혈전색전증이었다.

이튿날 구속된 범인 B(74)씨는 경찰에 '강간을 하기 위해 몰래 향정신성의약품 성분의 수면제 63정을 7차례에 걸쳐 먹였다'고 실토했다. B씨가 이렇게 많은 수면제를 보유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추가 수사 결과 B씨는 이른바 ‘쪼개기 처방’으로 기준 용량을 초과하는 약을 확보한 것으로 밝혀졌다. 평소 병원에서 졸피뎀·알프라졸람·트리아졸람 성분의 수면제를 정기 처방 받아온 B 씨가 '장거리 내원이 너무 힘들다'는 핑계를 대며 한 달 치 약을 한꺼번에 처방 받은 것이다. 이에 검찰은 B씨에게 수면제를 다량 처방한 의사 C씨에 대해서도 관할관청에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이처럼 '꼼수'로 향정신성의약품을 대거 처방받는 상황이 만연하다는 문제가 지적된다. 오는 20일부터 병원 진단 및 약국 처방약 구입 시 신분증 제시가 의무화됐지만 여전히 다른 사람을 이용하거나 본인이 장기 처방을 요구할 경우 얼마든지 오남용이 가능하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사람은 하나, 처방전은 여러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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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10단독 손승우 판사는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염 모(61)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추징금 3371만 원을 선고했다. 보호관찰과 40시간의 약물치료 강의도 명령했다.

오랜 시간 수면장애와 무기력증에 시달린 염씨는 약 5년 동안 4281알의 수면제를 복용했다. 한 명의 처방량으로는 불가능한 갯수다. 염씨는 자신의 회사에서 일하던 직원 강 모(36)씨와 임 모(36)씨를 비롯해 총 7명에게 대리 처방을 부탁했다. 매번 약값 명목으로 3~5만 원을 건네고 한 명당 수십~수백 정의 수면제를 매매했다.

결국 약을 대리 구매해 준 강 씨와 임 씨도 각각 벌금 800만 원과 추징금 231만 원, 벌금 500만 원과 추징금 420만 원이 선고됐다.

법원은 "염 씨는 상당한 기간에 걸쳐 수많이 반복 투약했을 뿐만 아니라, 투약으로 인해 자신의 가정 또한 파탄 냈다"고 지적했으며 "강씨와 임씨 등은 피고인 염씨의 직원으로 일하면서 상사의 지시를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당시 범죄 일람표에 따르면 대리구매인들이 수면제를 처방받은 곳에는 정신과는 물론이고 내과, 치과의원, 정형외과, 이비인후과 등 온갖 종류의 병원이 포함돼 있었다. 1번에 향정신성의약품 성분의 수면제 30여 정 이상을 처방받은 경우도 존재했다. 실제로는 그 어떤 수면장애나 병을 앓고 있지 않지만 '연기'만으로 손쉽게 어떤 병원에서든 대량의 수면제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상하관계' 이용한 대리 처방 범죄도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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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판결문처럼 사회적 상하관계를 이용해 대리 처방을 압박한 사건이 최근 스포츠계에서도 발생했다.

이달 7일 경찰은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를 받는 전 국가대표 야구선수 오재원(39)씨에게 수면제 등을 대리 처방한 혐의를 받는 전현직 야구선수 13명을 무더기로 입건했다. 이들 대부분은 2군 소속 선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선배이자 1군인 오씨의 폭행과 폭언을 못 이기고 약을 건넸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오재원은 2021년부터 후배들에게 모바일 메신저로 끊임없이 대리 처방을 강요하면서 "(수면제를 받아오지 않으면) 칼로 찌르겠다" "팔을 지져 버리겠다" 등의 협박도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오씨는 2022년 1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지인과 함께 필로폰을 11차례 투약한 혐의 등으로 지난달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4월 지인의 아파트 복도 소화전에 필로폰 약 0.4g을 보관한 혐의도 있다. 또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89차례에 걸쳐 지인 9명으로부터 향정신성의약품인 스틸녹스정(졸피뎀 성분의 수면유도제) 2242정을 수수하고 지인 명의를 도용해 스틸녹스정 20정을 산 혐의 등도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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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에는 한 연예기획사 대표가 직원에게 허위로 수면제를 처방받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김연실 부장검사)는 마약류 관리법 위반(향정) 혐의로 후크엔터테인먼트 대표인 권진영씨를 불구속기소 했다. 권씨는 2022년 1~7월 사이 직원 2명에게 허위 증상으로 수면제인 스틸녹스정을 처방받도록 해 수면제 17정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괜찮겠지' 안일한 생각에 병원·대리처방인까지 처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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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강압 또는 친분에 따른 대리 처방 부탁을 안일하게 생각했다가는 함께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향정신성의약품의 수면제를 대신 수령해 다른 사람에게 건네주면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질 수 있다는 점을 약국 등에서 철저히 주지시킬 필요성이 제기된다.

또한 병원 측에서도 환자의 요구에 따라 회당 최대 처방 용량을 넘기는 양을 '꼼수'로 처방해 줄 경우 범죄 악용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식약처 마약관리과의 ‘의료용 마약류 최면진정제(졸피뎀 제외) 안전사용기준’ (2023.7.)상 향정신성의약품인 트리아졸람의 1회 처방 용량은 최대 21일(3주 치)이다.

위 '영등포구 모텔 노숙인 사망 사건'에서 피고인을 기소한 검찰은 1회만 진료·처방받았음에도 전산, 진료기록부 등에 2회에 나눠 진료·처방받은 것처럼 기재하는 소위 ‘쪼개기 처방'이 수면제 다량 확보의 배경이었음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면제 과다 복용에 따른 B의 신체 상태 변화가 강간살인 혐의 인정의 핵심 요소였다"고 설명했다.

장형임 기자 j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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