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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이스라엘 비판하라" BTS도 휩쓸린 '디지털 단두대'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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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커져가는 가자지구 반전 시위

셀럽에게 '반전 메시지 내라' 요구도 커져

'디지털 단두대' 침묵하는 셀럽 명단 공개

디카프리오, 테일러 스위프트 등도 포함

호화 패션쇼 '멧 갈라'와 대규모 시위 겹쳐

'셀럽 비난하는 건 과해' vs '사회적 책임'

BTS 팬덤, 친이스라엘 임원 해임 요구도



■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박수정 PD, 조석영 PD

◇ 채선아> 지금 이 순간 핫한 해외 뉴스, 중간 유통 과정 싹 빼고 산지 직송으로 전해드립니다. 여행은 걸어서, 외신은 앉아서. '앉아서 세계 속으로' 시간입니다. 박수정 PD가 준비해 왔습니다.

◆ 박수정> 테일러 스위프트, 저스틴 비버, 셀레나 고메즈, 이렇게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화제가 되는 슈퍼스타들이 요즘 미국에서 살생부, 일명 '디지털 단두대'에 올라가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이 여파가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BTS나 블랙핑크와 같은 글로벌 케이팝 스타들에게까지 미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 디지털 단두대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 채선아> 디지털 단두대라는 단어만 들어도 좀 살벌하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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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수정> 미국 NBC 뉴스의 기사에 '기요틴'이라는 단어가 등장합니다. '디지털 기요틴'이라고 영어로는 쓰여 있는데 프랑스 혁명 때 시민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죄인을 처형할 때 쓰던 그 단두대를 뜻하는 말이 기요틴이죠. 디지털 기요틴을 한국어로는 디지털 단두대라고 번역해서 쓰고 있는 겁니다. 기사 헤드라인이 'SNS 이용자들이 가자지구의 전쟁에 대해서 침묵하는 유명인을 골라서 차단하고 있다'고 하면서 말씀드린 것처럼 테일러 스위프트, 저스틴 비버, 이런 유명 인사들이 디지털 단두대 위에 올라와 있다고 이야기하는데요.

요즘 미국에서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일어나는 참혹한 전쟁 상황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지 않고 침묵하고 있는 유명인들을 골라서 SNS상에서 이들을 차단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팔로우하고 있으면 언팔로우하는 식의 운동을 말하는 건데요. 이걸 이른바 디지털 기요틴, 디지털 단두대 운동이라고 부르고 있다고 합니다.

언뜻 생각하면 이게 얼마나 영향이 있겠느냐 싶은데 유명 인사들의 SNS 계정 팔로워 수는 몇백만 명 규모가 아니에요. 무려 4억 명 정도 됩니다. 미국 인구가 4억 명이니까 엄청난 숫자죠. 셀럽들은 사실 이 SNS 팔로워 숫자가 곧 파워고 돈이고 출연료고 영향력이거든요. 근데 많은 사람들의 디지털 단두대 운동으로 그 수가 줄어든다면 이들 입장에서는 정말로 직업적으로 단두대 위에 올라와 있다고 느낄 수도 있는 그런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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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석영> 몇 년 전부터 캔슬 컬처(Cancel Culture)라고, 아주 단순하게 얘기하면 '네가 하는 어떤 행동과 발언 때문에 너를 불매하겠다'는 게 있어요. 이 셀럽이 나온 콘텐츠를 사람들이 안 볼 거라고 해버리면 제작하는 사람들이 그 셀럽을 안 쓸 거 아니에요. 이런 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소비자 운동 맥락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지금의 디지털 단두대는 셀럽들에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상황에 대해서 반전 메시지를 내라는 압박을 주고 있는 거죠.

◆ 박수정> 반전 메시지를 내지 않은 셀럽들의 SNS 계정을 차단하면서 셀럽들의 얼굴에 '이들을 더 이상 지지하지 말아라.'라고 적기도 하고요. 팔레스타인 상황에 대해서 침묵하고 있는 셀럽들의 이름을 빨간색 배경에 쭉 적어놓기도 했어요.

◇ 채선아> 명단에 누가 들어가 있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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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수정>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브루노 마스, 비욘세, 빌리 아일리시, 이렇게 전 세계급의 유명세를 가지고 있는 유명인들이 쭉 나오는데요. 같이 적힌 문구들을 자세히 보면 행동 강령이 아주 정확히 적혀 있어요. '이들을 소비하지 말아라, 그리고 단순히 차단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SNS에서 이들의 계정을 신고해라, 침묵하는 것은 인종 학살에 동조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이들이 폭력적으로 인종 학살에 동조했다고 신고하라'라고 이야기하는 거예요. 이렇게 계정을 신고하고 차단하면 SNS로 창출되는 수익이 정지될 수 있다는 거죠.

이런 이야기가 사실은 전쟁이 시작된 후 계속 있긴 했어요. 반전 메시지를 유명인들이 내줬으면 좋겠다고 하는 여론이 있긴 했는데 이렇게 한 번에 폭발하게 된 구체적인 사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얼마 전에 있었던 2024년 멧 갈라 이벤트에서 벌어진 일인데요.

멧 갈라는 잡지 보그에서 매년 뉴욕으로 전 세계의 유명인을 싹 불러 모으는 행사를 말합니다. 명분은 자선 이벤트인데요. 그건 정말 명분이고 전 세계적인 셀럽들이 누가 누가 더 멋지고 특이하고 화려하고 비싼 옷을 입고 오는지를 보여주는 초대형 행사예요. 그래서 항상 사진이 화제가 되는데요.

올해는 조금 다른 의미로 언론의 관심이 더 집중됐습니다. 멧 갈라가 뉴욕에서 개최되는 날 이스라엘에서 가자 남부 도시 라파에 대한 군사 공격 계획을 발표했거든요. 그래서 뉴욕 한쪽에서 멧 갈라 행사가 열리고 있을 때 바로 그 행사장 앞에서는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가자 전쟁 종식을 요구하는 시위를 열고 있었어요. 길을 다 점령할 정도의 큰 시위행진이 있었는데 경찰에 연행된 시위대도 있고 하면서 좀 심각한 상황이 이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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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수정> 게다가 이 현장에서 대중들의 분노를 촉발하는 한 영상이 찍히게 됩니다. 멧 갈라에 참석했던 유명 모델이자 틱톡 스타인 헤일리 칼릴이 자신의 SNS에 하나의 영상을 올려요. 그때 본인의 의상 콘셉트가 프랑스 마리 앙투아네트였다고 해요. 그 마리 앙투아네트가 굶주림에 지쳐 있는 군중들에게 했다고 알려졌던 유명한 말이 있죠.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라는 이 대사를 장난스럽게 립싱크하는 영상을 멧 갈라 현장에서 찍어 올린 거예요. 본인은 굉장히 화려한 옷을 입고 마리 앙투아네트를 따라 하는데, 뒤로는 일반 시민들이 쭉 보이는 그런 아이러니한 영상이 된 거죠. 행사장 한편에서는 전쟁을 종식하자며 목숨 걸고 외치는 시위대가 있는데 유명인이란 사람은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약간 시위대를 조롱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그런 영상을 올렸으니 이 영상에 대중의 분노가 모여서 폭발하게 된 겁니다.

논란이 일자 해당 모델은 바로 '내가 무지했다. 난 그런 의도가 없었다'라고 사과 영상을 올렸어요. '조롱할 의도가 없고 그냥 이게 유행하는 것 같아서 찍었을 뿐이다.' 했는데 여파가 잠잠해지지 않고 있죠. 디지털 단두대 운동까지 퍼지는 상황입니다. 사람들의 의견은 '대중의 관심으로 그렇게 비싼 옷을 입고 유명해졌는데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전쟁의 참상이 이어지고 있는데 수천만 원짜리 드레스 입고 패션쇼나 하고 있느냐'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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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선아> 안 그래도 지금 그 시위대와 행사장 안에 장면이 대조가 되는데 이 영상이 나오면서 방아쇠가 된 거잖아요. 영상을 올렸던 모델의 팔로워 수가 정말 줄었는지 그것도 궁금하네요.

◆ 박수정> 이 모델이 틱톡에서 굉장히 유명해요. 이번 멧 갈라 이벤트에 참여하면서 팔로워가 천만 명을 넘었어요. 그래서 본인이 스스로 '천만 명 넘었습니다.'라는 축하영상을 올리기도 했거든요. 근데 멧 갈라에서 문제가 된 영상을 업로드한 후에 사람들이 막 우르르 차단을 하기 시작하면서 하루가 안 되어서 10만 명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1천만 명에서 990만 명이 됐다고 하고요. 멧 갈라에 참석했던 다른 셀럽들도 하루에 수천에서 수만 명씩 팔로워를 잃는 중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아까 처음에 보여드린 그 살생부 명단 있잖아요. 거기 올라와 있는 셀럽들이 한두 명씩 반전 메시지를 업로드하고 있어요. 미국의 유명한 가수 리조의 인스타그램에는 하필 이 멧 갈라 사건이 있었던 그날 당일에 처음으로 본인 SNS에 가자지구나 팔레스타인의 단체에 후원하자는 영상을 올렸고요. 또 유명 인플루언서인 크리스 올슨도 후원하자는 영상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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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선아> 반전 메시지를 안 내는 쪽은 팔로워를 잃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이 타이밍에 반전 메시지를 내는 모습이네요. 이런 디지털 단두대를 바라보는 현지 사람들 반응은 어떤가요?

◆ 박수정> 미국 누리꾼들의 의견은 분분합니다. '전쟁이 중요한 거지 유명인을 비난하는 것에 집중하면 안 된다, 유명인을 비난한다고 해서 전쟁이 끝나는 건 아니다' 등의 반대 의견도 있고요. 반면에 실제로 유명인들이 이렇게 업로드를 해주면 후원금이 금방 찬다고 하거든요. 이런 영향력이 있기 때문에 '나서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어요. 양쪽으로 갈리는 상황입니다.

◆ 조석영> 미국에서는 얼마 전부터 대학 캠퍼스를 중심으로 반전 시위가 엄청 크게 일어나고 있기도 하잖아요.

◆ 박수정> 뉴욕타임스 홈페이지에 들어가시면 아예 실시간으로 전국에 있는 캠퍼스 시위 상황을 업데이트 해주고 있거든요. 멧 갈라 사건이 있기 전에 이미 미국 전역의 대학가에선 그야말로 들불처럼 반전 시위가 퍼져나가고 있었어요. 지난달 18일 이후로 미국에서 시위로 체포된 학생이 전국에서 2,500명이 넘는다고 하고요. 특히 미국 대학은 졸업식이 5월부터 시작하는데 졸업식 시즌이 되면 사람이 많이 모이고 연사도 주목받잖아요. 그래서 이 졸업식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반전 시위가 지금 진행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옷을 같이 단체로 맞춰 입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요. 졸업식에 나오는 연사가 친이스라엘 인사가 나온다고 하면 아예 졸업식을 거부하기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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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수정> 미국의 명문대 중의 하나인 듀크대학교의 졸업식 시위 장면을 보면 졸업 가운을 입은 학생들이 반전 플래카드를 들고 졸업식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또 프린스턴 대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단식 농성을 했다고 하고요. 이런 움직임을 학생들만 하는 게 아니라 교수들도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 화제가 되고 있어요. 미국 대학가에 있는 교수진들이 본인이 청년 시절 베트남 전쟁에 대해서 반전 시위를 했던 그 세대들이라는 거예요. 월스트리트 저널에서는 이 현상을 분석하면서 베트남 전쟁 반전 시위에서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의 교수들이 오늘날 학생들의 반전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고 분석하는 기사를 내기도 했습니다.

◆ 조석영> 셀럽들이 이렇게 디지털 단두대에 올라간다고 하면 우리 케이팝 아티스트들도 자유롭지 않겠는데요?

◆ 박수정> 친이스라엘계 기업이라고 분류가 되는 기업 중에 맥도날드와 스타벅스가 있거든요. 이 해당 두 기업의 광고 프로모션을 진행했던, 혹은 본인의 라이브 방송에서 해당 두 기업의 식품을 섭취했던 그런 케이팝 스타들이 '캔슬 컬처'에 바로 저격이 돼서 팔로워를 수만 명 잃은 사례가 나오고 있어요. 전 세계적인 영향력을 이미 가져버린 케이팝 셀럽들이기 때문에 이 여파를 피해 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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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수정> 실제로 두 달여 전에 어떤 일이 있었냐면요. BTS의 소속사 하이브의 미국 법인 CEO가 스쿠터 브라운이라는 굉장히 유명한 인물이에요. 미국에서 이 사람이 대표적인 친이스라엘계 인사입니다. 가자지구 전쟁을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해서 문제가 됐던 인물인데 BTS의 해외 팬들이 '그를 해임하지 않으면 우리가 더 이상 BTS를 소비하지 않겠다'면서 시위 트럭을 한국의 하이브 용산 사옥 앞까지 보낸 적도 있다고 합니다.

◇ 채선아> 사실 케이팝 스타들 같은 경우에는 이런 메시지를 내는 게 좀 익숙하지 않은 것 같거든요. 다만 영향력은 점점 더 커지고 있으니까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리고 있는 것 같네요. 여기까지 박수정 PD, 조석영 PD와 함께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박수정, 조석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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