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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애플이 비싼 덴 다 이유가 있다는 순진한 착각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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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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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한국 소비자를 등한시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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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우리는 애플의 '한국 시장 홀대론'을 다룬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유독 한국에서만 애플 신제품 출시가 늦고, 제품 가격과 수리비가 높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죠. 그러자 기사에는 "애플이 한국 소비자만 홀대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내용의 댓글이 적잖게 달렸습니다.

# 그중엔 이런 내용도 있었습니다. "애플이 한국에서 늦게 신제품을 출시하는 덴 이유가 있다. 국내 전파법에 따라 전파인증을 받느라 시간이 걸려서다. 그러니 애플이 한국 소비자만 기만한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최근 애플은 신제품 '아이폰16'의 1차 출시국으로 한국을 선정했습니다. 애플이 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단 방증입니다.

# 사실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애플의 행보는 따로 있습니다. 애플이 최근 새로운 태블릿 PC를 선보였는데, 이 제품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는 점입니다. 확 비싸진 가격, 관련 액세서리를 끼워파는 상술 등 애플 제품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애플 마니아조차 눈살을 찌푸릴 정도입니다. 한국을 홀대한다고 지적받았던 애플이 태블릿PC 이용자를 기만한다는 논란에 휩싸인 건데, 이번에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걸까요? 더스쿠프 IT언더라인 '애플, 자신감과 오만 사이' 첫번째 편입니다.

요즘 한국인의 '애플 사랑'은 그 어느 때보다 깊은 듯합니다. 일단 아이폰 이용자가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휴대전화 시장점유율에서 애플은 전년 대비 3.0%포인트 오른 25.0%를 기록했습니다. 스마트폰 이용자 4명 중 1명은 아이폰을 쓴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애플이 이런 한국 소비자를 홀대한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나옵니다. 일례로, 지금까지 애플이 신제품을 출시 때마다 한국을 1차 출시국에 한번도 넣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 소비자는 한달 남짓한 기간을 기다려야 신제품을 만나볼 수 있었죠. 최근 들어 비싸진 제품 가격과 수리비도 애플의 '한국 홀대론'에 기름을 붓는 요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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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는 지난 4월 '아이폰 짝사랑과 홀대론' 기사를 통해 이같은 애플의 행보를 분석한 바 있습니다. 그러자 기사엔 이런 댓글이 달렸습니다. "출시일은 전파법 때문에 전파인증을 받느라 매번 늦은 거다. 애플이 일부러 한국을 등한시한 게 아니다."

댓글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이렇습니다. 전파법 제58조의2에 따르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이동통신망을 이용하는 모든 휴대기기는 시판하기 전 국립전파연구원으로부터 전파인증을 받아야 합니다.

기기가 근처 전파환경에 위해를 주진 않는지, 전자파의 영향을 받지 않는지 등을 확인하는 게 바로 전파인증이죠. 간단하지 않은 절차인 만큼 당연히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전파인증 때문에 한국이 1차 출시국에 포함되지 못했다는 게 댓글의 요지인 셈입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이 무색할 만한 소식이 최근 업계에 퍼졌습니다. 지난 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신제품 '아이폰16(가제)'을 1차로 출시할 국가에 한국을 포함하겠다고 국내 통신사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럼 전파인증 문제는 어떻게 해결한 걸까요? 한국과 캐나다가 맺은 '전파인증 상호인정협정'을 이용하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긴 합니다. 이 협정으로 인해 캐나다와 한국 중 한 곳에서 전파인증을 획득하면 상대 국가에서도 바로 제품을 출시할 수 있습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캐나다에서 전파인증을 받은 아이폰을 한국에 들여오는 식으로 애플이 한국 출시 시기를 앞당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캐나다와 한국이 협정을 맺은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2019년입니다. 애플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출시 시기를 조절할 수 있었던 겁니다. 물론 현재 시점에서 애플이 이 방법을 쓸지 어떨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전파인증 때문에 출시 시기를 늦춘 게 아니란 건 이번 일로 분명해졌습니다.

그럼 애플은 왜 올해 한국을 1차 출시국에 포함했을까요. 이는 지난해 아이폰 판매량이 급격히 늘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애틀러스리서치앤컨설팅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출시한 아이폰15 첫달 판매량은 전작(아이폰14) 대비 41.9% 증가했습니다. 특히 기본 모델 판매량이 같은 기간 130.6%로 급증하면서 전체 판매량을 견인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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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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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관점을 적용한다면 애플이 한국 출시 시기를 앞당겨 '아이폰 잘 팔리는 나라'에 걸맞은 대접을 해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어찌 됐든 '찬밥 신세'였던 한국 소비자 입장에선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애플의 행보는 또 있습니다.

애플은 지난 7일(현지시간) 홈페이지와 SNS 계정 등을 통해 온라인 이벤트 '렛 루즈(Let Loose)'를 열었습니다. 이벤트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건 신형 태블릿PC인 아이패드 프로(iPad Pro)와 아이패드 에어(iPad Air) 등 2종입니다. 애플이 새로운 아이패드를 내놓은 건 2022년 10월 이후 18개월 만입니다.

오랜 기간에 걸쳐 준비한 만큼 애플은 신형 아이패드에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아이패드 프로에 전작을 뛰어넘는 자체 프로세서 칩 'M4'를 탑재한 게 대표적입니다. 이 칩은 아이패드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입니다.

이전 모델 'M2'를 탑재한 아이패드 프로보다 최대 1.5배 향상된 연산 성능을 자랑합니다. 그 덕분에 수십개의 악기가 어우러지는 오케스트라 음악을 만들거나, 동영상에 세밀한 효과를 삽입하는 등 복잡한 작업을 더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신형 아이패드 프로가 이전 모델과 다른 점은 또 있습니다. 역대 아이패드 중 처음으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화면을 장착해 선명한 화질을 갖췄습니다. 이전 모델 대비 화면이 11인치에서 13인치로 커졌는데도 두께가 6.4㎜에서 5.1㎜로 얇아진 것도 주목할 점입니다.

문제는 이 제품의 가격이 무척 비싸다는 점입니다. 이전 모델인 아이패드 10세대가 2022년 11월 30일 국내에 출시했을 때의 가격은 와이파이 모델 기준으로 64GB가 67만9000원, 256GB가 91만9000원이었습니다. 현재는 가격이 52만9000~75만9000원까지 떨어졌죠.

신형 아이패드 프로의 가격은 어떨까요? 이 제품은 화면 크기에 따라 2종으로 출시했는데, 11인치 와이파이 모델의 가격은 149만9000원(이하 256GB 기준), 13인치는 199만9000원부터 시작합니다. 아이패드 10세대보다 82만~132만원 더 비쌉니다. 가장 비싼 아이패드 프로 모델은 379만9000원(13인치 2TB, 무선통신 모델)에 달하죠. 이는 웬만한 냉장고 가격을 가볍게 뛰어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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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아이패드를 상위 라인업인 아이패드 프로와 비교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말할지 모릅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만,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나온 아이패드 에어와 비교해 봐도 비싸긴 마찬가지입니다. 아이패드 에어 11인치 모델의 가격은 아이패드 10세대보다 32.4% 오른 89만9000원(128GB) 으로 책정됐습니다.

그래도 가격만 올랐다면 소비자 입장에서 어느 정도 납득할 순 있습니다. 제품 성능이 확연히 좋아졌으니까요. 하지만 키보드나 태블릿 펜 같은 액세서리 가격 또한 만만찮다는 게 문제입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애플이 액세서리 장사로 한몫 단단히 챙기려 한다"는 날 선 지적을 늘어놓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애플이 어떻게 판매 정책을 세웠길래 이러는 걸까요? 이 이야기는 '애플, 자신감과 오만 사이' 2편에서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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