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한국개발연구원(KDI)이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야당이 추진하는 '쌀 의무매입제'와 '농산물 차액 지급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향기 한국소비자연맹 부회장, 안병일 고려대 교수, 김태훈 KREI 부원장, 장수용 한국들녘경영체중앙연합회 회장. 이윤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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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의무매입제와 농산물 차액지급제가 시행되면 농민 간 소득 불평등이 확대될 것이다. 두 제도는 결국 대농(大農)에게만 더 많은 재정이 투입되는 구조다."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개정안에 대해 경제·농업정책 전문가들이 농산물 수급 불균형, 재정 부담, 사회적 갈등을 우려하며 한목소리로 반대했다.
17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한국개발연구원(KDI)이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지속가능 농정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한두봉 농경연 원장은 "두 개정안대로면 정부가 농산물 물량을 통제하고 시장 균형 가격을 파괴하고 왜곡한다. 새로운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토론회에는 최명철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관, 김태훈 농경연 부원장, 이승희 KDI 연구위원, 정혁훈 매일경제 농업전문기자 등이 참석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쌀 의무매입제는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시장 가격으로 매입하는 제도이며, 농산물 차액지급제는 농산물별 기준 가격을 정한 뒤 가격이 이보다 떨어지면 정부가 차액을 지급하는 제도다.
승준호 농경연 곡물경제연구실장은 "농산물 차액지급제의 경우 가격에 대한 명확한 기준 없이 제도를 도입하면 재정 부담 또는 예산 불용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꼬집었다.
김태후 농경연 연구위원은 가격 지지 방식 대신 농업인의 소득을 지지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대표적인 것이 현재 시범사업으로 운용하는 수입안정보험을 확대하는 방안이다. 이는 농업인이 작물, 면적 등에 따라 일정 보험료를 내고 생산 수입이 기준 이하로 떨어지면 보험금을 지불받는 방식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보험료의 상당 부분을 지원한다.
수입안정보험은 '농산물 차액보전제'와 같은 가격 지지 정책보다 재정 부담도 작다. 김 연구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내년도 전체 쌀 재배 농가 중 70%가 이 보험에 가입하고, 이에 대한 보험료 50%를 정부가 지원한다고 가정할 경우 국고로 지원하는 보험료 보조액은 1279억~1894억원에 불과할 전망이다. 5대 채소도 2235억~2423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둘을 합친 금액은 4000억원가량인데, 이는 양곡법·농안법이 개정될 경우 한 해 1조2000억원씩 총 2조4000억원 이상 소요될 것이란 전망치에 비하면 6분의 1 수준이다.
김상효 농경연 동향분석실장은 "두 개정안이 시행되면 농가 소득 불평등도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개정안은 결국 많이 생산하면 그만큼 더 많이 받는 구조다. 대농은 정부로부터 보장받는 금액이 많아진다"며 "현행 직불제는 대농과 소농 간 불평등을 줄이는 방향으로 개선되고 있는데 개정안은 거꾸로 이를 확대하도록 한다"고 지적했다.
이승희 KDI 연구위원은 "개정안에 따르면 비효율적 시장 분배가 이뤄지고 정부 재정 지출이 커져 사회 전체적 후생에 손실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최근 농산물 가격 급등은 기후변화가 주요 원인"이라며 "수입보장보험은 이렇게 기후변화로 인해 특정 작물에 국한되지 않고 경작 불확실성이 증대된 상황에서 더 적합하다"고 말했다.
정혁훈 매일경제 농업전문기자는 "두 개정안은 각각 양곡수급관리위, 농산물가격안정심의위 등 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했다"며 "위원회 설치 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결국 기준 가격을 높게 잡을 수밖에 없어 재정 투입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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