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농작물·가축 재해 보험 수준 그쳐
보험연구원 "개인 상해·생산성 저하 보장 상품 필요"
날씨 지표 따라 일정 보험금 지급하는 '지수보험'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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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대비한 보험상품으로 농작물·가축·양식물 등이 주 대상인 정책보험을 넘어 개인의 상해나 생산성 저하 등을 보상하는 상품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16일 보험연구원의 5월 리포트에 따르면, 기후변화에 대비한 개인 대상 소액보험상품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농작물이나 가축 재해를 보상해주는 보험과 달리, 개인을 대상으로 폭염 등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생길 수 있는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간 이상기후 발생에 따른 보험금 지급액은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농작물재해보험의 경우 지급보험금이 2001년 14억원에서 2022년 5558억 원으로, 가축재해보험은 같은 기간 42억원에서 1552억 원으로 각각 397배, 37배 증가했다. 가입률도 덩달아 늘었다. 같은 기간 농작물재해보험은 17.5%에서 49.9%로, 가축재해보험은 21.7%에서 94.6%로 크게 확대된 바 있다.
다만 이러한 기후변화 관련 보험상품은 자연재해나 사고 때문에 대규모 손해가 발생해 산업이나 사회에 큰 피해를 초래할 경우를 대비하는 성격을 갖고 있다. 이제는 개인 단위의 기후변화 대비 상품도 나와야 한다는 게 보험연구원의 설명이다.
천지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기후변화는 더 이상 농작물 피해에 한정되어 있지 않으므로, 개인을 대상으로 폭염 등 자연재해 발생 시 발생할 수 있는 신체상의 상해나 생산성 저하 등을 보전해주는 보험 도입 검토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개인 온열질환의 경우 환자 수와 진료비용이 계속 늘고 있어 기후변화에 따른 문제가 일부 산업뿐만 아니라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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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해외에서도 폭염 피해에 대응하는 보험이 출시된 바 있다. 미국 보험 스타트업 '블루마블'의 경우 지난해 록펠러 재단과 인도여성자영업협회(SEWA)와 제휴해 인도 여성을 대상으로 '폭염 소득 보험(Extreme Heat Income Insurance)'을 내놓은 바 있다. 이는 3일 이상 폭염 지속 시 보험가입자인 노동자에게 일당 3달러를 지급하는 보험상품이다. 극심한 더위 때문에 발생하는 불안전한 작업 환경이 초래할 수 있는 소득 손실을 보상하기 위함이다.
보험연구원은 개인 대상으로 하는 '지수보험' 형태의 소액보험상품 개발을 제안했다. 지수보험은 기온·강수량 같은 기후지수에 기반해 설정된 객관적 기준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이다. 피해 규모에 따라 보험금을 결정하는 일반 보험과는 다르게, 손실 정도와는 상관없이 미리 정해진 일정액의 보험금이 책정된다는 특징이 있어 보험사의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다. 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고객 건강 관리부터 부가서비스 제공에 이르기까지 '건강 가치사슬'에서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수익 흐름을 다양화할 수 있겠다"고 설명했다.
특히 건강 면에서 더욱 날씨에 따른 타격이 큰 저소득층의 가입 유도를 위해, 정책보험으로 발전시키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회사가 기후위기 대응 방안의 일환으로 소액보험상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지방정부 등과의 협의를 통해 보험료 지원을 끌어낼 수 있다면 정책보험의 성격을 띨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서용민 상명대 경역학과 교수는 "재산상의 피해가 될지 신체나 생명에 영향을 주는 피해가 될지에 따라 다양하게 상품 구성이 가능하다"며 "다만 위험 수준을 판단하는 지표로 기능하는 지수를 정할 때, 지수에 따라 보험금이 자동지급된다는 점을 고려해 섬세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실이 없어도 지수에 따라 보상을 유발해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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