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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차주 빠진 반쪽짜리 PF 대책…연쇄부도 단절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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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개발협회, PF대책 관련 긴급 간담회 개최

시행사들 "PF 사업성 평가등급, 현실 반영 못해"

#. 서울의 한 주택 사업장은 2022년도 하반기 이후 브릿지론 만기를 벌써 3회 연장했다. 금융당국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통제로 금융사들이 브릿지론 만기 기간을 짧게 설정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같은 기간 1회만 연장해도 됐을 텐데 대외환경 변화와 금융권 요구로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단순히 만기 연장에 따른 퇴출 여부를 3회 이상과 같이 횟수로 평가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며, 현장을 모르는 금융권 관점의 정책이라고 A시행사는 지적했다.

아시아경제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부동산개발협회 대강당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책 방향' 관련 개발업계 긴급 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 사진=노경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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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개발업계가 금융당국의 부동산 PF 시장 연착륙 방안에 대해 "정책에서 차주인 시행사는 완전히 배제되고, 금융사와 시공사 입장에서만 나온 반쪽짜리 대책"이라고 반발했다.

한국부동산개발협회는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협회 대강당에서 긴급 간담회를 열고, 최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기준'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개발업계 관계자들은 "시장과 현장을 도외시하고 합리성이 결여된 정책"이라며 "부동산 공급 생태계가 파괴되지 않게 보완책이 나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개 사업장 정리가 미칠 연쇄 부도 가능성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13일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등급을 현행 3단계(양호.보통.악화우려)에서 4단계(양호.보통.유의. 부실우려)로 세분화하는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브릿지론과 본 PF 모두 연체 이자를 상환하지 못하고 만기를 4회 이상 연장했거나, 경·공매에서 3회 이상 유찰된 사업장에 '부실우려' 등급을 부여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새 평가 기준을 적용하면 부당한 평가를 받아 강제 구조조정이 되는 사업장이 나올 수 있고, 레고랜드 사태 이후 사업장끼리도 보증을 서게 해 연쇄 부도가 일어날 수 있다고 업계는 우려했다. 예컨대 한 시행사가 4개의 사업장을 가지고 있는데 그중 1개가 부실우려 등급을 받아 정리될 경우 나머지 3개 사업장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B시행사 관계자는 "레고랜드 사태 이후 2~3년 사이 금융권에서 다른 사업장 수익권까지 보증하라고 해서 (연대보증) 들어간 게 많다"며 "부실우려 사업장이 다른 사업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게 연대보증을 단절하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상적인 사업장은 그대로 진행해 사업 종료 후 그 수익을 회수하는 등의 정책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고도 했다.

또 공사비 상승에 따른 사업비 증가, 시장 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 등 불가항력적인 요인이 새 평가 기준 하에서 '유의' 또는 '부실우려' 등급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도권의 한 준주택 사업장은 본 PF 단계에서 시공사의 공사비 증액 요구로 사업비가 불어나면서 수익성이 악화하고, 수요 침체로 분양 개시 18개월이 지났는데도 분양률이 60%를 밑도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C시행사 관계자는 "시행사는 분양가와 사업비 차이에서 수익을 얻는데, 공사비와 금융비가 계속 올라 사업성이 떨어지고 있다"며 "분양가를 받쳐주는, 부동산 가격을 올리는 정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발표한 정책대로면 부실 사업장이 80~90%에 달할 것"이라며 "분류를 어떻게 할지 알 수 없다. 입맛에 맞는 곳들만 살릴 수밖에 없을 텐데 그럼 경착륙이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협회는 이날 참석자들의 의견을 취합하면서 "시장 상황에 근거해 평가 요인을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금융당국 정책에서 시행사가 배제되지 않게 보완·평가 과정에 시행사가 반드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김승배 부동산개발협회장은 "개발업계가 무너지면 공급 생태계가 무너진다. 도심 내 전·월세시장 안정에 기여하는 비아파트 주거 공급이 단절되고, 여러 생활기반시설 또한 공급이 멈춘다"며 "다주택자 세제 완화 등 시장 회복 정책은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일단 공급자부터 정리하겠다는 것이 과연 시장경제 논리에 맞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노경조 기자 felizk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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