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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국평 전세 1억 … 천안·아산 '세입자 모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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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해 12월 준공한 충남 천안한양수자인에코시티는 입주 6개월이 다 돼가는데도 전세 매물 180여 개가 남아 있다. 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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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가 끝도 없이 쏟아져요. 제일 흔한 게 신축이에요. 1억원만 있으면 방 3개 있는 신축에 들어갑니다."

지난해 12월 준공된 충남 천안 동남구 천안한양수자인에코시티는 풍세산업단지에 공급된 3200가구 규모 대단지 아파트다. 입주 6개월이 다 돼가는데도 전세 매물 180여 개가 남아 있다. 전용 84㎡ 전세가 최근 90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원룸세대와 본세대로 분리되는 32평인데, 실평수 26평 크기 본세대가 급전세로 9000만원에 나갔다"면서 "요즘 제일 흔한 게 신축 전세"라고 했다.

서울 전셋값은 52주째 상승해 '전세난'이 우려되지만, 공급 물량이 쏟아지는 지방은 전셋값 하락에 세입자 구하기 경쟁이 한창이라 저렴한 전세도 쏟아지고 있다.

3000가구 대단지 천안한양수자인에코시티 입주장에서는 신축 전세가 1억원 이내에도 거래되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전용 59㎡는 9000만~1억1000만원, 전용 84㎡는 최저 9000만~1억2000만원으로도 거주할 수 있다.

한 공인중개사는 "방 3개 20평대 신축을 1억원도 안 되는 돈으로 살(전세) 수 있어서 아산과 천안에서 많이 넘어왔다. 싼 매물이 많이 나가니 이제 1억원대 초반으로 (전세가가) 올라오고 있다"고 했다.

천안 동남구 쌍용동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3000가구 입주장이 전세 수요를 다 빨아들이고 있다. 신축이 워낙 싸기 때문에 전세 손님이 귀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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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과 인접한 아산시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아산은 2021년부터 초과공급돼 2026년까지 6년간 입주 폭탄이 예고돼 있다. 2021년 입주 물량은 2335가구, 2022년 5739가구로 적정 수요(1752가구)보다 많이 공급됐는데 지난해에는 1만124가구가 쏟아졌고, 올해도 4120가구 입주가 예정돼 있다. 여기에 내년 3126가구, 2026년엔 7640가구 등 입주장이 예정됐다.

'공급 앞에는 장사 없다'는 말처럼 아산시 전셋값은 2022년 7월 이후 줄곧 내리막이다. 한국부동산원에서 발표한 충남 아산의 전세가격지수는 2022년 7월 18일 106.5에서 올해 5월 6일 기준 94.0로 급감했다. 지난 1년간(지난 6일 기준) 서울 전세가 5.07%, 경기도 5.31% 뛸 동안 아산은 4.01% 하락했다.

아산의 초과공급은 연접한 천안에도 영향을 미친다. 천안 서북구 불당동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아산 신도시에 신축이 계속 들어서면서 천안 사람들이 아산으로 갈아타려고 하는데, 천안 자체도 입주가 계속되니 구축 매물이 쌓이고 있다"고 했다. 서북구 매물은 7076건으로 1년 전보다 22.7% 늘었다.

서울과 수도권은 공급 부족으로 전세난이지만 지방은 정반대다. 세입자를 못 구하니 신축 아파트가 빈집으로 방치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의 4월 입주율 조사 결과 지방 아파트 입주율은 60.4%로 전달보다 5%포인트 떨어졌다. 가장 큰 이유는 세입자 미확보(33.9%)다.

준공 후에도 팔리지 않은 '악성 미분양' 또한 지방에서 쌓이고 있다. 국토교통부 통계누리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준공 후 미분양은 전국 1만2194가구로 전월(1만1867가구)보다 2.8%(327가구) 늘었다. 지난해 8월부터 8개월째 증가다. 특히 수도권은 2261가구로 전월보다 소폭 줄었지만, 지방은 9933가구로 전월(9582가구)보다 3.7%(351가구) 늘었다. 미분양 현황을 공개하지 않은 단지도 많아 준공 후 미분양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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