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추미애 누르고 의장 후보로 선출 |
(서울=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16일 5선의 우원식 의원을 22대 국회 전반기를 이끌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했다. 민주당이 압도적 과반(175석)인 만큼 차기 의장에 내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 의원의 승리는 '이변', '파란'이란 반응이 나올 정도로 예상을 크게 빗나간 결과다. '어의추(어차피 의장은 추미애)'라는 조어가 생길 만큼 이재명 대표의 의중을 뜻하는 '명심(明心)'이 추 당선인에게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조정식·정성호 의원이 막판 후보에서 사퇴한 것도 추 당선인을 의장으로 밀기 위한 친이재명계의 교통정리로 해석됐다. 이번 경선 결과를 두고 '추 당선인에 대한 거부감' 표출이니, '숨은 비이재명계의 반란'이니 갖가지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결과적 측면에서 볼 때 이 대표를 정점으로 한 친명계의 '일극체제' 완성 시도가 무위로 돌아갔다는 점만큼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 의원은 야권 내 계파 갈등 구도 속에서 균형추 역할을 해온 김근태계 모임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소속으로, 투쟁보다 협상을 중시하는 합리적 개혁성향으로 분류된다. 당내 을지로위원회(乙 지키기 민생실천위원회의)를 이끄는 동안 택배 노동자를 비롯한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소상공인 카드 수수료 인하, 가습기 살균제 사고 진상 규명을 주도해 '약자들의 대변인'이라는 자랑스러운 별명도 얻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랐고 노원구에서 한 차례 낙선을 경험해 수도권 민심 흐름에도 밝다. 다만, 우 의원의 최근 언행을 놓고 보면 우려할 대목이 적지 않다. 경선 기간 내내 이 대표와의 친분을 강조하는 태도를 보이다 경선 전날에는 "이 대표가 나한테 '형님이 딱 적격이다, 열심히 해달라'고 얘기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명심 마케팅'이 친명계의 표를 얻기 위한 선거용 전략이었길 바란다.
우 의원이 의장이 되면 거대 야당의 거수기 노릇과 단호히 선을 긋고 국회를 명실상부한 민의의 전당으로 만들어야 한다. 국회법이 의장의 당적 보유를 금지한 것은 의장에게 공정하고 불편부당한 중재자의 역할을 하라는 국민의 지엄한 명령이다. 우 의원은 입법부 수장이 헌법 가치를 수호하는 마지막 보루라는 점을 명심하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실현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우 의원은 경선 직후 문재인 정부 첫 원내대표를 지낸 점을 거론하며 "여야 간 협상과 협의를 존중할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한다. 새 의장에 거는 국민의 기대와 눈높이에 맞게 실천이 뒤따르길 기대한다.
우 의원에게 주어진 최대 과제는 일하는 국회를 만드는 것이다. 특히 국민이 먹고사는 민생 문제만큼은 여야가 무모한 진영 논리를 떠나 한뜻을 갖고 한목소리를 내는 게 필요하다. 고물가, 고금리 등 복합 위기에 처한 우리 경제가 저성장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 재도약의 계기를 마련하려면 무엇보다 정치가 제 기능을 발휘해야 하고, 그 중심에 국회의장의 역할이 있다. 22대 국회가 개원도 하기 전에 야당의 특검 공세와 이를 저지하려는 국민의힘이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여야는 의장 후보에게 이런저런 주문을 할 게 아니라 서둘러 국회 상임위 배분을 완료하고 국정 현안 처리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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