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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북, 조태열 방중 “청탁·구걸” 비난…중국엔 ‘잔소리 말라’ 견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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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북한 외무성의 박명호 중국담당 부상(차관)은 조태열 외교장관의 중국 방문과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두고 “‘청탁’과 ‘구걸’로 일관된 외교”라고 비난하는 담화를 16일 발표했다. 조태열 장관(왼쪽)이 지난 13일 중국 베이징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만나 한-중 외교장관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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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외무성의 박명호 중국담당 부상(차관)은 조태열 외교장관의 중국 방문과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두고 “‘청탁’과 ‘구걸’로 일관된 외교”라고 비난하는 담화를 16일 발표했다.

박명호 부상은 조선중앙통신으로 발표한 “‘청탁’과 ‘구걸’로 일관된 대한민국 외교가 얻을 것이란 수치와 파멸뿐이다”라는 제목의 담화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앞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 13~14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했다. 지난 2017년 11월 강경화 외교장관의 방중 이후 한국 외교장관으로는 6년 반 만의 방중이었다.

박명호 부상은 “(중국) 행각(방문) 기간 조태렬은 ‘북이 통일을 부정하고 남북을 적대관계로 규정하였다’느니 횡설수설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 북의 비핵화를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중국에) 거듭 당부했다고도 한다”라며 “적반하장의 극치”라고 주장했다. “조선반도 정세 악화의 근원과 병집은 미국과 그에 추종하는 대한민국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곤 “미국 주도의 반중국 군사동맹권에 두발을 잠그고 나선 하수인의 신분으로 중화인민공화국의 수도에 찾아가 ‘건설적인 역할’ 운운한 것은 대한민국의 후안무치함과 철면피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조태렬이 ‘한중 협조의 새 국면을 공동으로 개척할 용의가 있다’느니 하며 호기를 떨어댔는데 미국이라는 전쟁 마부가 몰아대는 ‘신냉전’ 마차에 사지가 묶여 있는 처지에 수족을 스스로 풀고 뛰어내릴 용기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아냥댔다.

특히 박명호 부상이 담화에서 “주권은 국권이고 국권은 곧 생명”이라며 “한국 외교관들이 아무리 그 누구에게 건설적 역할을 주문한다고 해도 우리는 자기의 생명과도 같은 주권적 권리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사실은 각별한 주목을 요한다. ‘중국’을 입에 올리지 않았지만, 조태열 장관의 부탁에 따라 중국이 북한에 뭔가를 말하더라도 ‘받아들일 생각이 전혀 없다’는 노골적 의사 표현이어서다. ‘박명호 부상 담화’는 형식상 대남 비난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내용적으론 중국 외교 당국에 ‘우리한테 잔소리하지 말라’는 거부의 신호를 보내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른 한편 박명호 부상은 “한국이 아무리 아무리 피해자 흉내를 낸다고 해도 조한관계는 되돌려세울 수 없게 돼 있다”고 주장했다. 남북관계를 외국과 양자 관계를 뜻하는 ‘조한관계’라 표현한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의 “북남관계는 적대적 두 국가관계”라는 규정을 근거로 남북관계를 ‘조미·조일·조중·조러’ 관계와 같은 맥락의 ‘조한관계’라 규정한 것이다. 북한 당국의 대외 발표에서 ‘조한관계’라는 표현이 사용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이주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조 장관은 금번 방중 시 한반도 평화·안정과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당부하였으며, 중국은 대한반도 정책에 변함이 없다고 했다. 우리 정부는 한중의 공동 이익인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서 계속 중국 쪽과 건설적 협력을 모색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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