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공된 중앙간부학교 건물 외벽에 마르크스·레닌 초상화 포착
'주체사상' 근간은 '사회주의'…공통의 이념적 기원 앞세워 연대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완공된 당 중앙간부학교를 15일 현지지도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6일 보도했다. 건물 외벽에 마르크스와 레닌의 대형 초상화가 걸려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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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북한이 새로 완공한 노동당 중앙간부학교 건물 외벽에 그간 북한 내부에서 잘 포착되지 않던 마르크스와 레닌의 대형 초상화가 걸린 모습이 포착돼 눈길을 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6일 "우리 당 간부 양성의 최고 전당인 조선노동당 중앙간부학교가 주체 건축과 주체 교육 부문이 본보기적 창조물로 훌륭히 일떠섰다"라면서 김정은 총비서가 완공된 간부학교를 전날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간부학교 건물 중 한 곳에 마르크스와 레닌의 대형 초상화가 건물 외벽 양쪽에 각각 걸려있다. 건물의 용도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지만 입구 2개 중 한 곳에는 '조선노동당건설연구소'라고 적혀있다.
북한에서 사회주의 창시자인 마르크스와 레닌의 초상화가 등장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에는 북한에서 이들의 초상화를 종종 볼 수 있었지만 현재는 거의 사라진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 김일성광장 노동당사 외벽에도 마르크스와 레닌의 초상화가 걸려있었다. 그러나 김 총비서 집권 첫해에 해당하는 지난 2012년 철거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된 바 있다.
북한이 엘리트 당 간부를 양성하는 학교를 새로 지으면서 건물 외벽에 이들의 초상화를 보란 듯이 내걸고 이를 공개한 데는 여러 의도가 있어 보인다. 특히 시점상 중국, 러시아 등 사회주의 국가와의 연대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사상적 근간인 '사회주의'를 다시 부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회주의'라는 공통의 기원, 보편성을 내세워 러시아, 중국, 쿠바 같은 사회주의적 요소가 남아있는 국가와의 연대를 확보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지난 1956년 3차 노동당 대회에서 '마르크스-레닌주의'를 당 지도이념으로 당 규약에 명문화하고 '공산주의 사회건설'을 최종목표로 제시했다.
하지만 1980년 6차 당 대회에서 이를 삭제하고 이때부터 김일성 주석의 주체사상을 유일사상으로 확립해 왔다. 2009년에는 헌법개정으로 '공산주의'라는 표현도 없애면서 마르크스, 레닌과의 연관성은 더욱 희미해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마르크스와 레닌의 초상화를 다시 걸면서 자신들의 주체사상이나 '김일성-김정일주의' 역시 그 기본 바탕에는 사회주의라는 같은 사상적 기원을 갖고 있으며 사회주의 국가와의 연대 속에 있다는 것을 되레 보여주려 한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의 외교정책 기조와도 맥이 닿아있다. 북한은 지난해 연말 당 전원회의에서 "미국과 서방의 패권 전략에 반기를 드는 반제·자주적인 나라들과의 관계를 가일층 발전시켜 우리 국가의 지지 연대 기반을 더욱 튼튼히 다지고 국제적 규모에서 반제 공동 행동, 공동 투쟁을 과감히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연장선상에서 레닌의 반제국주의를 앞세워 이들과 반미·반제 전선에 함께 서 있다는 것을 부각하는 것일 수 있어 보인다.
한편으로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강화되는 가운데 이를 반영한 상징물일 수도 있어 보인다. 특히 푸틴 대통령의 방북 가능성이 점쳐지는 시점에 마르크스와 레닌의 초상화는 양국의 끈끈한 전통적 연대감을 재확인하는 요소가 될 전망이다.
yeh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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