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범 해병대2사단장, 지난 14일 군사법원에 '불출석 의견서' 제출
지난해 '이종섭 장관 지시' 직접 메모한 인물…'항명 재판' 중요 증인
"누구누구 수사 언급하면 안 됨" 발언 놓고 스스로 군검찰 진술 '번복'
"보고 이후 휴가 처리" 메모…'임성근 휴가' 지시 놓고도 증언 필요
정종범 해병대2사단장(왼쪽)이 해병대부사령관 시절인 지난해 8월 국회에 출석한 모습. 정 사단장은 지난 14일 군사법원에 재판 증인 '불출석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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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재판엔 '박 전 단장 항명 재판'의 중요 증인이자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인물인 정 사단장과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함께 증인으로 나오게 돼 있었는데, 정 사단장이 갑자기 출석하지 않겠다고 한 것입니다.
정 사단장은 해병대부사령관으로 근무하던 지난해 7월 31일,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이 '채 상병 순직 사건 이첩 보류'를 지시할 때, 바로 옆에서 그 지시 내용을 직접 받아 적은 인물입니다.
또 군검찰에 했던 진술을 번복하면서 유 법무관리관과 진술이 엇갈린 상태이기도 합니다.
정종범 해병대2사단장이 지난해 7월 31일 직접 적은 메모. 5번에 '누구누구 수사 언급하면 안 됨'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출처=JTB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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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누구 수사 언급하면 안 됨" 장관 지시 '깨알' 메모
━정 사단장은 지난해 7월 31일 이 전 장관의 지시를 '깨알같이' 받아 적어, 이번 수사 외압 의혹 사건에 많은 단서를 남겼습니다.
급하게 적어 글자를 정확히 알아보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다행히 군검찰에 출석해 받아적은 내용을 자세히 진술했습니다.
지난해 7월 31일에 받아 적은 내용을 나흘 만인 지난해 8월 4일 진술했으니, 가장 정확한 진술이었을 것입니다.
정 사단장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특정인을 빼라고 한 적 없다"는 이 전 장관의 말은 사실과 다른 것일 수 있습니다.
해병대수사단이 이미 임성근 해병대1사단장의 혐의를 포함해 보고했을 때 이 전 장관이 직접 결재했는데(7.30), 다음날 "누구누구 수사 언급하면 안 된다. 사람에 대해 조치하면 안 된다"고 다시 지시했다면, 수사단 입장에선 사실상 '특정인을 빼라는 지시'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공수처에 출석하는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정종범 해병대2사단장은 '누구누구 수사 언급하면 안 됨'이라는 발언을 유 법무관리관이 했다고, 진술을 번복했습니다. 〈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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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바뀐 진술 "유재은이 한 말이었다"…누군가는 거짓말?
━그런데 정 사단장은 한 달도 넘게 지난 지난해 9월 8일 스스로 군검찰에 출석해 자신의 진술을 번복했습니다.
장관님께서는 '누구누구 수사 언급'이라거나 '혐의자 특정'이라거나 '경찰 수사에 필요한 자료'에 대한 워딩으로 말씀하신 것은 없고, 그런 부분은 법무관리관이 당시 장관님께 법적 검토를 하고 보고를 드린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유 법무관리관은 지난해 8월 29일 군검찰에 출석해 당시 상황에 대해 다르게 진술했습니다.
군검사가 너무나 정확하게 당시 상황을 찍어서 물었기 때문에, 군검사 질문까지 그대로 살려서 적어보겠습니다.
군검사 : "부사령관(정종범)은 장관(이종섭)에게 '누구누구 등 수사 언급하면 안 된다, 법적 검토 결과 사람에 대해 조치하면 안 된다, 경찰에 필요한 수사 자료를 주면 된다'는 지시를 수명했다고 진술했는데, 진술인(유재은)은 장관이 부사령관에게 지시하기 전에 장관에게 어떤 내용의 법적 조언을 했던 것인가요."
유재은 법무관리관 : "당시 현안토의가 거의 끝나가는 와중에 부사령관이 회의에 들어온 것이었고, 장관님께서 해외 출장을 나서기 위해 일어나기 시작한 상황이라 어수선해서 부사령관에게 어떤 지시를 하는지 주의 깊게 확인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제가 현안토의 때 발언한 것 말고는 장관님께 따로 부사령관에게 어떤 지시를 하는 데 있어 법적 조언을 한 것은 없습니다."
정리하면, 정 사단장은 현안토의가 끝날 때쯤 들어와 이 전 장관에게 지시를 받았고, 유 법무관리관은 현안토의 때 말한 것 말고는 이 전 장관에게 조언한 게 없다는 것입니다.
정 사단장과 유 법무관리관의 진술이 완전히 어긋나, 둘 중 하나는 군검찰에서 거짓말을 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정종범 해병대2사단장이 지난해 7월 31일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의 지시를 받아 적은 메모. 6번에 '보고 이후 휴가 처리'라고 적혀 있습니다. 〈출처=JTB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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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의 "보고 이후 휴가 처리" 지시…또 엇갈린 메모
━정 사단장이 법정에서 또 증언해야 할 게 있습니다.
이 전 장관의 지시를 옮겨적은 메모 6번엔 "보고 이후 휴가 처리"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정 사단장은 군검찰에서 해당 내용을 이렇게 진술했습니다.
"(이 전 장관의 지시를 받고) 사령부로 복귀하던 중 군사보좌관에게 '1사단장에 대해서 휴가는 하루, 내일부터 정상 출근'이라는 간단한 전화를 받았습니다."
이 전 장관이 왜 해외출장 직전 그 급박한 시점에 '빼라고 한 적 없다'는 임 사단장의 휴가를 챙겼는지 의문입니다.
정 사단장은 당시 이 전 장관의 지시를 꼼꼼하게 옮겨적었는데, 나중에 보좌관을 통해 전달받은 내용을 메모 중간에 얹어서 적었다고 생각하기도 어렵습니다.
사단장을 언급한 적 없다는 이 전 장관의 말과 사단장의 휴가까지 적어놓은 정 사령관의 메모가 엇갈려, 내일 재판에선 이 부분에 대한 증언도 필요합니다.
군사법원을 향하는 박정훈 전 해병대수사단장. 내일 박 전 단장의 항명 혐의 재판에 정종범 해병대2사단장이 증인으로 출석할지 여부가, 앞으로 재판과 수사 외압 의혹 수사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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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은과 '사실상 대질' 가능한 기회…반드시 출석해야
━지난해 7월 31일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진실을 규명하는데 가장 중요한 날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중에서도 결정적인 '이 전 장관의 사건 이첩 보류 지시'를 함께 들었던 두 사람, 유 법무관리관과 정 사단장이 내일 재판에 같이 나올 예정이었습니다.
특히 두 사람은 "누구누구 수사 언급하면 안 된다"는, 특정인을 빼라고 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그 지시를 두고 진술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같은 날 법정에 증인으로 선다면, 사실상 '대질' 형태로 이 사건의 가장 중요한 단서 하나가 맞춰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해병대 측은 "정 사단장이 개인적으로 불출석 의견서를 낸 이유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전방 부대장의 특성상 경계 임무 등을 위해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상황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 이유라면 정 사단장은 앞으로 계속될 재판과 수사에도 출석하기가 어려워집니다.
군사법원이 정 사단장의 불출석 신청을 받아들일지가, 내일 재판과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 진상 규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유선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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