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낀 약정매입 방식이 매입 84% 차지
화곡동 기준 약정매입 낙찰가 2억원 비싸
공실로 인한 세금낭비 비용은 1.2조 쓰여
3년 간 한국토지주택공사(LH)·서울주택도시공사(SH)·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매입임대주택을 매입하기 위해 약 14조 원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는 불필요한 약정매입 방식으로 약 1조 2300억 원의 혈세가 낭비됐다고 지적했다.
16일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은 서울 종로구 경실련에서 ‘연도별 LH·SH·GH 매입임대주택 매입 실태’ 기자회견을 열고 “불필요한 예산을 낭비하는 신축약정 방식의 임대주태 매입을 전면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정흔 경실련 토지주택위원장은 “국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편성된 예산이 (약정매입을 통해) 주택 가격을 폭등시키는 데 기여하고, 매입임대주택에 살지 않는 대다수의 서민들의 주택 가격을 높이는 효과를 발생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실련 조사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이들 3개 주택공기업이 매입임대주택 매입에 사용한 총 금액은약 13조 7000억 원이다. 그 중 서울·경기 지역에서만 약 9조3000억 원(67.7%)을 사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실련은 민간 건축 주택에 대해 사전 약정을 체결하는 ‘약정매입’ 방식이 임대 주택 매입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조사에 따르면 서울·경기 지역에서 세 공기업이 약정매입 주택을 사들이는 데 사용된 금액은 총 7조7802억 원(84%)이고, 기축매입에 사용된 금액은 1조 5163억 원(16%)이다.
3·4월 서울 화곡동 다세대 주택 경매낙찰가격과 지난해 매입된 LH·SH 다세대 매입임대주택을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직관적으로 나타났다. 전용면적 59㎡기준 화곡동 다세대 경매낙찰가는 3억 2000만 원인 데 비해 LH 약정매입 경매낙찰가는 5억 원, SG 약정매입 경매낙찰가는 5억 1000만 원으로 조사됐다. 반면 SH 기축매입의 경우 3억 7000만 원으로 조사돼 시세와 비슷한 수준에서 매입되고 있었다.
공실 발생으로 인한 매입임대주택의 세금 낭비 비용은 총 1조 2372억 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3개 공기업 매입임대주택의 공실률은 2018년 이후 평균 2~3%를 기록하고 있다. 정택수 부동산국책사업팀 부장은 “엄청난 혈세를 낭비하면서 매입된 주택이 공실 상태로 있다는 것은 이중으로 혈세가 낭비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경실련은 “매입금액의 산정 기준을 사전에 공론화하고 매입금액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LH는 기자회견에 대해 반박문을 내고 “LH·SH·GH 3개 기관 모두 신축 매입약정 사업의 가격은 감정평가 금액으로 산정되고 있다”면서 “각 기관이 매입한 주택의 입지·주택 여건에 따라 감정평가 금액은 달라질 수 있어 기관 간 단순 평균 매입가격 비교는 적정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경매낙찰가는 주택의 권리설정·이해관계 등 개별 주택의 특성과 부동산 경기에 따라 낙찰가율이 상이해 매입가격과 경매낙찰가를 단순 비교하는 건 현실을 적정 반영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고 부연했다.
LH의 반박에 대해 경실련은 “동일한 기준으로 주택매입을 하더라도 공기업마다 도출하는 결과는 전혀 다른 게 현실이다. 경실련의 가장 핵심적인 지적은 매입임대주택을 사들이는 감정평가 방식이 문제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경매낙찰가격은 엄연한 거래가격이자 거래가 실종된 상황에서는 실제 시장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며 “이를 무시하는 LH의 태도는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민주 기자 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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