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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논현광장] 금리보다 경기를 봐야 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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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진 삼프로TV 이코노미스트

이투데이

‘앨런 그린스펀(1987년부터 2006년까지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역임)이 앞으로 2년간 통화정책을 어떻게 펼칠지 내게 귀띔해 주더라도 나는 다르게 행동하지 않을 것이다.’ 투자의 귀재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인 워런 버핏이 오래전 한 말이다. 이 말의 의도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미루어

짐작하건대 아마도 경제나 금융환경의 여러 변화보다도 성장 산업과 쇠퇴 산업, 또 그 안의 기업가치에 집중하는 것이 투자에 훨씬 더 유익하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 아닐까 싶다.

아닌 게 아니라 요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말 한마디와 연준 인사들의 발언에 시장이 일비일희하는 것을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든다. 통화 유동성은 늘 자산시장을 지배하므로 이를 결정하는 금리정책의 중요성을 새삼 강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역사적으로 보면 통화정책 자체가 경기와 자산가격을 모두 결정했던 건 아니었다.

오히려 금리를 올릴 때 경제도 좋았고 집값과 주가도 더 많이 뛰었다. 경제와 자산시장이 모두 좋으니 금리를 올린 셈이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세수와 기업이익이 줄어들고 고용이 식은 시기는 대체로 금리를 내릴 때였고 정도의 차이는 물론 있었지만 그때 주가는 대개 약했고 기업과 가계도 공히 힘들었다. 이런 면에서 지금도 정작 중요한 것은 금리보다는 경기인지도 모른다. 특히 지금 투자자들이 중앙은행 인사들의 발언에 너무 집착할 필요가 없는 이유들을 다음 몇 가지로 정리해봤다.

첫째는 어차피 머지않아 연준은 금리를 내릴 것이기 때문이다. 울퉁불퉁하지만 물가는 분명 조금씩 잡혀가고 있고 ‘혹여 경기가 망가지는데 인플레 때문에 금리를 못 내릴까’ 하는 염려도 있는데 그럴 리는 없다. 스태그플레이션은 현실 경제에서 지속되기 어려운 현상이다.

금리인하를 실기하면 신용위험이 커지고 증시도 힘을 잃을 수는 있다. 하지만 금리인하 지연은 지금 어느 정도 시장에 반영되어 있고 혹시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건 저금리 때 무분별하게 부풀어 오른 부채와 탐욕의 결과이기에 금리를 내려도 발생할 일이다.또한 연준이 상황을 오판해 금리를 너무 늦게 내려 불필요한 경기위축을 불러올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연준은 지금 금리인하에 확신을 더할 데이터만 오늘 내일 학수고대하고 있다.

둘째, 금리인하가 늦어진다는 것은 5.5%의 기준금리(미국)에서도 경제가 잘 버티고 있다는 증거이니 시장에 악재가 아니다. (다만 문제라면 일부 종목의 경우 밸류에이션이 높다는 점이다. 따라서 주가가 천천히 오르면 ) 오히려 금리를 당장 내리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경기에 균열이 감지되고 곳곳에 금융위험이 드러나는 게 더 큰 문제다. 지금처럼 고용이 과열에서 정상으로 내려오는 과정은 경기순환상 호황은 좀 더 이어지고 물가 부담은 점차 해소되는 것을 시사한다. 금리인하 지연이라는 악재를 이길 반대쪽 호재가 자산시장에서 힘의 균형을 이루고 있음을 봐야 한다.

셋째, 비슷한 얘기지만 금리인하가 아무리 늦어져도 기업실적이 계속 좋다면 증시는 대세 하락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지금 특히 미 증시는 그간 금리와 주가의 동반상승으로 안전자산과 주식 수익률이 거의 붙어버린 만큼 이제부터는 새로운 에너지가 절실하다.

월가의 현재 전망대로 S&P500 기업들의 올해 주당순이익이 10% 이상 늘어난다면 투자자들은 당장 증시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특히 빅테크 외 다른 여러 업종에서 좋은 실적이 이어진다면 증시는 건강한 선순환을 보일 수 있다.

그간 주가상승이 오직 금리인하 기대 때문이었다면 연준의 금리인하 일정이 상당히 후퇴한 상반기 중에 주가는 더 크게 떨어졌을 것이고 앞으로도 금리인하가 미뤄지는 만큼 주가는 계속 밀려야 마땅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지금 투자자들이 보다 집중해서 봐야 할 것은 금리를 쉽게 못 내리는 이유, 즉 아직도 강한 경기 기조와 기업실적이다. 금리인하 자체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라 그 기저의 배경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 둘의 힘 겨루기 과정은 좀 더 지속될 공산이 크다. 현실적으로 지금은 실적이 뒷받침되면서 너무 비싸지 않은 종목 주변에 머물면서 이 줄다리기 싸움을 지켜보는 게 상책이 아닐까 싶다.

[이투데이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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