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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19년 경력자도 “이런 적 처음”···죽고 또 죽는 조선소, 대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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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벌써 13명 사망···‘죽음의 조선소’

정부 뽐내는 ‘상생협약’도 사망 못 막아

현장 노동자들에게 원인·대책 물어보니

경향신문

한 조선소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고소차를 타고 도장 작업 전 선박 표면의 염분을 씻어내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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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조선소에서 올해 들어 사고로 13명이 숨지는 등 중대재해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현장 노동자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다단계 하청구조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열악한 노동환경과 저임금이 고착화되며 숙련공들이 떠났고, 원청이 노동조건 개선 없이 생산속도만 앞세우면서 사고가 난다는 것이다.

15일 고용노동부 등 설명을 종합하면, 올해 조선소에서는 이날 기준 9건의 사고로 13명이 목숨을 잃었다. 조선업에서 ‘빅3’로 꼽히는 경남 거제 한화오션(2명)과 삼성중공업(1명), 울산 HD현대중공업(1명)에서는 모두 사망자가 발생했다. 경남 고성 금강중공업(2명)과 거제 초석HD(2명), 부산 대선조선(2명)에서는 복수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언론을 통해 알려진 조선소 작업 중 사망자는 3명이었다.

현장 노동자들은 다단계 하청구조가 사고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조선업은 오랜 불황 끝에 2022년쯤부터 호황을 맞이했다. 하지만 불황 시기 삭감된 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이 그대로 이어지면서 숙련공들이 조선소를 떠났다. 숙련공들의 빈자리는 단기 재하도급(물량팀) 노동자들과 저숙련자·이주노동자들이 채웠다.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하청노동자들이 2022년 여름 파업에 나선 뒤 정부는 ‘조선업 상생협약’을 이중구조 개선 대책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현장 노동자들은 현실이 개선되지 않고 다단계 하청구조가 오히려 악화됐다고 지적한다. 노동자가 배제된 채 원·하청 사용자들과 정부만 참여하는데다 법적 강제력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 조선업 상생협약 1년…노동계 “되레 재하도급 사용 늘어나”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403251614001


한화오션 하청노동자로 일했던 안준호 민주노총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노동안전부장은 “조선소에서 19년을 일했는데, 지금처럼 반년도 안 돼서 사망자가 10명이 나오는 건 처음 본다”며 “숙련공이 빠지고 공정 진행이 늦춰지다 보니까 사측도 공정을 쪼는데, 빨리빨리 진행하다 보니 사고 위험이 커진다”고 했다.

권오산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노동안전보건국장은 “안전보다는 생산속도 중심으로 가다 보니까 언제든 사고가 언제든 날 수 있는 여건”이라고 했다.

‘빨리빨리’ 공정 압박은 위험한 작업으로 이어진다. 잠수부 이승곤씨(24)가 숨진 지난 9일 삼호중공업 사고 당시에는 독(Dock·선박건조공간)에는 작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배 2척이 이중 계류돼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잠수부의 안전을 확인하는 감시자도 잠수자 2인당 1명이 배치돼야 하는데, 당시 잠수부 4명에 감시자는 1명 뿐이었다. 그 결과 이씨가 수중에서 의식을 잃었는데도 발견·구조가 늦어져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노조와 유족은 지적한다.

경향신문

지난달 27일 오전 9시11분쯤 경남 거제시 사등면 초석HD조선소에서 도장 작업 중인 선박에 불이 나 자재들이 불에 타 있다. 이 화재로 작업자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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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현장 생산의 80%를 차지하는 하청노동자들이 노동조건 개선과 안전에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된다. 하청노동자들이 원청에 개선을 요구하면 ‘소속 업체와 상의하라’고 하고, 하청업체는 원청의 기성금에 의존하는 터라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한다는 것이다.

안 부장은 “원청은 하청업체가 안전점검을 하고 필요하면 원청에 요구하면 된다고 하지만, 하청노동자 권리행사 자체가 안 되는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하청노동자는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압박에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고 했다. 권 국장은 “상생에 걸맞은 단가나 임금은 보장하지 않고, 노조 할 권리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지만 ‘솜방망이 처벌’이 계속되면서 사업주들의 안전인식이 흐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병훈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노동안전보건국장은 “경남 지역에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일어난 중대재해 102건 중 6건만 재판에 넘겨졌다”며 “사업주들이 다시 예전처럼 안전에 대해서 경각심을 안 가지고 생산 우선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권 국장은 “중대재해법이 있어도 생산체계나 다단계 하청구조 등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생산 위주로 가니 해결이 안 되는 것”이라며 “구조적 개선대책이 따라가지 않으면 구호만 난무하는 안전대책이 될 뿐”이라고 했다.

노동부는 “최근 중대재해가 다수 발생하고 있는 조선업의 상황을 엄중히 여겨, 앞으로도 조선업 사업장이 안전관리를 철저히 이행하도록 지도·감독하겠다”며 “오는 22일 실시 예정인 현장점검의 날에 조선업을 집중 점검·감독할 계획이며, 지방청별로 지역별 자체 기획감독 실시 여부도 검토·추진하겠다”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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