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악화에 건국일 행사 대폭 축소
이집트, 이와 외교관계 격하 고려
ⓒ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14일 제76주년 건국기념일을 맞은 이스라엘이 안팎으로 어려움에 처했다. 지난해 10월 발발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전쟁이 장기화한 가운데 국내에서는 하마스에 강경책만 고집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아랍국 중 이스라엘에 가장 우호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집트는 이스라엘군의 라파 지상전 개시,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망자 급증 등을 이유로 외교관계 격하를 고려하고 있다. 라파 지상전을 거듭 반대해 온 미국과의 균열도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건국기념일 전날인 13일 ‘현충일’(전몰장병 추모일)을 맞아 최대 도시 텔아비브 등에서는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특히 하마스에 억류된 이스라엘 인질의 가족들은 네타냐후 총리의 사퇴와 조속한 인질 석방을 거듭 촉구했다. 일부 시위대는 네타냐후 내각의 최고 극우 인사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부 장관을 “쓰레기”라고 비판하며 정부에 반감을 드러냈다.
당국은 통상 현충일부터 불꽃놀이 등 다양한 축하 행사를 개최했지만 올해 대부분의 행사를 취소했다. 예루살렘 국립묘지에서 열리는 횃불 채화식도 원래 생중계했지만 올해는 녹화방송으로 대체됐다.
1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랍권에서 이스라엘에 우호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이집트조차 1979년 평화조약을 맺은 지 45년 만에 외교관계 격하를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간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협상을 중재해 온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는 같은 날 “라파 공격 탓에 휴전 협상이 진전을 보지 못했다”고 이스라엘을 비판했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은 아예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완전한 승리(total victory)’를 거두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13일 단언했다. 특히 전면 지상전을 강행하다 보면 이스라엘이 2001년 9·11테러 직후 대혼란에 빠졌던 미국과 비슷한 처지가 될 수도 있다는 직격탄을 날렸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또한 라파 공격 반대 의사를 거듭 밝혔다. 다만 라파에서 전면 지상전을 벌여 하마스를 궤멸시키겠다는 네타냐후 정권의 태도는 요지부동이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