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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전셋값 치솟는데 집 사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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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12명 중 7명 “실거주자는 구매”
마용성 급매물 추천…갭투자는 주의


매경이코노미

전문가들은 서울 거주자라면 현재 살고 있는 전세를 매매로 전환해볼 만하다고 조언한다. 사진은 서울 시내 아파트 공사 현장 모습. (윤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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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란에 가까울 정도로 전세 가격이 치솟으면서, 실수요자 고심이 커지는 분위기다. 전세가는 대표적인 부동산 매매 선행 지표다. 일반적으로 전세 가격이 오르면, 일정 기간 시차를 두고 주택 매매 가격이 덩달아 상승하는 경우가 많다. 전세 세입자는 전세가와 매매가가 비슷해지니 아예 집을 매입하려 한다. 아무래도 전세를 끼고 사는 갭투자가 수월해져 주택 매매도 쉬워진다.

다만, 전셋값 상승이 곧장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단언하기는 힘들다. 고금리가 지속되는 데다 중동 분쟁에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등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다. 실수요자 고민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지금 주택을 매매해도 될지 전문가 의견을 들어봤다.

매경이코노미가 부동산 전문가 12명에게 “전세 세입자가 현재 살고 있는 집을 매입해도 될까”라고 물어보니 7명이 “차라리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매입하는 게 낫다”고 답했다. 올 들어 부동산 바닥론이 확산되면서 아파트 거래가 늘어나는 만큼 더 늦기 전에 주택을 매수해도 좋다는 의견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3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4060건으로 2021년 8월(4065건) 이후 가장 많은 거래량을 기록했다.

권일 리서치팀장은 “지금은 아파트를 매수하기 괜찮은 시기다. 전세 거주지 입지가 괜찮다면 구입해도 무방하다”면서 “상대적으로 더 나은 곳으로 옮길 수 있다면 급매물을 노려보거나 경매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전문가도 적잖다. 5명의 전문가가 ‘실수요자라도 지금은 관망해야 할 때’라고 답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전세가가 치솟고 있지만, 아직 전세가율 즉 매매 가격 대비 전세 가격 비율이 서울 기준 53% 수준으로 낮다. 전세 가격이 올라 매매 가격을 압박하려면 전세가율이 60%는 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태욱 전 동양미래대 경영학부 교수는 “역세권, 학군 등 입지가 좋은 단지면서 본인의 구매 능력이 있다면 매매해도 괜찮다”면서도 “과도한 대출을 받아서 사는 것은 금물이다”라고 조언했다.

매수 지역은 서울 강남권이나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지역, 그리고 분당, 판교, 광교 등 수도권 남부 신도시를 추천했다.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 투자는 주의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유가 있다. 서울은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시장이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재건축, 재개발 규제 완화가 난항을 겪을 경우 아파트 공급 물량이 급감해 매매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향후 3~4년 뒤 입주 물량 추이를 가늠할 수 있는 주택 인허가 수치는 감소 추세다. 지난해 전국 주택 건설 인허가 실적은 총 38만8891건으로 전년(52만1791건) 대비 25.5% 줄었다. 서울 인허가 실적은 40% 이상 감소했다. 반면 지방 부동산은 대구 등 일부 지역에 미분양 문제가 불거질 정도로 공급이 많다. 수요를 압도하는 형국이다.

김제경 투미컨설팅 대표는 “서울 아파트라면 구매를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공급이 한정적인 데다 지방 부동산과의 양극화도 점점 심해지는 만큼 전·월세보다는 매수를 권한다”고 말했다. 이은형 연구위원 역시 “서울과 지방뿐 아니라 서울 내에서도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같은 서울이라도 송파구는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10% 오르고 구로구는 1% 하락했다. 지역과 입지를 철저히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 전세 거주자라면, 전세 거주를 연장하라는 조언이 나온다. 주택 가격 향방을 지켜본 뒤 투자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것.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방 전세 세입자라면, 아직 관망해야 할 시기다. 계약갱신청구권 등 제도를 통해 돈을 아끼면서 전세 연장을 노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했다.

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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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 시점 왔나’ 설문조사해보니

서울은 OK, 지방 투자는 시기상조

주택을 매입하려면 적어도 ‘올해 하반기’ 안에 사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12명 중 8명이 연내 주택을 구매하라고 답했다.

다만 신축 아파트 분양가가 치솟는 만큼 거래가 가능해진 서울 강남권이나 마용성 지역 아파트 분양권, 입주권 매수를 추천하는 전문가가 적잖았다. 연식이 오래됐더라도 학군이 좋은 역세권 대단지라면 급매물을 노려보는 것도 방법이다.

김효선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주택 가격이 실거래가 기준 최고가 대비 10~50% 정도 하락했다. 지금도 하락 매물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본인의 자산 여력이 있다면 하향 안정기인 지금을 매입의 타이밍으로 삼는 것도 좋다”고 전했다.

다만, 신중론을 펼치는 전문가들은 2025년 하반기 이후 집을 매입하라고 주장한다. 김인만 소장은 “내집마련은 필요하나 시기를 못 박을 필요는 없다. 조정 기간이 더 길어지거나 2차 하락 후 바닥을 확인하고 구입해도 늦지 않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편 실수요가 아닌 갭투자를 활용한 부동산 투자를 두고서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대세다. 지금 갭투자를 추천한다고 답한 전문가는 3명에 그쳤다. 8명의 전문가가 “갭투자를 하기에는 이르다”고 답했다. 주택 시장 불확실성이 너무 큰 탓이다.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기준금리는 여전히 높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정세 악화 등으로 원자재 가격도 안정세에 접어들지 못했다. 윤재호 대표는 “실거주 용도가 아닌 투자 목적 갭투자는 당분간 바람직하지 않다. 고금리가 여전해 주택 시장 불확실성이 큰 만큼 금리 흐름을 지켜보고 투자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나마 투자 수요가 많은 서울도 갭투자는 당분간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권일 팀장은 “전셋값이 더 상승할 가능성이 큰 만큼 매매가와 전셋값 격차가 좁혀져 갭투자를 해볼 순 있다. 다만, 역세권이나 학군 좋은 신축 아파트 대단지가 아니라면 전세 수요가 감소할 수 있는 만큼 갭투자는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설문에 도움 주신 분들(가나다순)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 김제경 투미컨설팅 대표,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 이주현 월천재테크 대표,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한태욱 전 동양미래대 경영학부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9호 (2024.05.15~2024.05.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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