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6 (화)

이슈 연금과 보험

[단독] ‘특고’로 불리는 학습지교사·캐디…국민연금 사각지대 없앤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정부, 직장가입자 전환 추진

특수고용 종사자 셋중 한 명
연금 미가입·납부유예 상태

법안통과 땐 고용 사업자가
보험료 절반 대신해서 내야

연금지급 국가의무도 명문화
고갈에 대한 불신 해소 나서


매일경제

점심시간 서울 마포구의 한 식당가에 세워진 배달 오토바이. [사진 =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많게는 22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국내 특수고용직(특수형태근로종사자)은 직장인들처럼 계약을 통해 근로를 제공하고 그에 따른 소득을 얻는다. 하지만 국민연금 보험료를 납부할 때는 자영업자로 분류돼 직장인들보다 많은 금액을 납부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특수고용직의 국민연금 가입률은 현저하게 낮아 노후가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정부는 이처럼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놓인 특수고용직을 연금제도 안으로 끌어들여 노후소득을 강화하기 위한 법개정을 준비 중이다.

14일 매일경제 취재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특수고용직을 직장가입자로 전환해 보험료율을 낮추는 조항이 담긴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매일경제

개정안 초안에 따르면, 복지부는 배달노동자를 비롯한 특수고용직을 ‘노무제공자’로 정의하고 현행 직장가입자의 범위에 추가하기로 했다. 또 배달플랫폼처럼 특수고용직과 계약을 맺은 사업자는 ‘노무제공플랫폼사업자’로 규정하고, 이들이 매월 특수고용직들의 소득을 당국에 신고하도록 했다. 개정안엔 특수고용직의 규모와 부과 보험료를 파악하기 위해 국민연금공단이 고용노동부와 국세청에 관련 자료를 요청할 수 있는 내용도 포함했다.

특수고용직의 직장가입자 전환 필요성은 그동안 꾸준하게 제기됐다. 근로자와 다를바 없는 특수고용직들이 보험료에서 차별을 받는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초 민주노총은 “특수고용직은 당장 벌이도 적은데 국민연금 보험료를 100% 직접 납부해야 하다 보니 대부분 최소 납부액 정도만 내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매일경제

납부 부담이 크다보니 가입률도 낮다. 2021년 국민연금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역가입자 대상인 특수고용직 166만명중 연금에 가입한 비율은 37.5%에 불과했다. 지난해말 기준 전체 가입대상자(만 18~59세 인구) 가입률(73.9%)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가입자중 실제 납부가 된 비율을 나타내는 징수율로 따져도 특수고용 종사자들이 연금제도에서 이탈하고 있다는 것을 알수 있다. 특수고용직의 징수율은 51.7%로, 전체(98.4%)보다 현저히 낮다.

특수고용직이 직장가입자로 전환되면 보험료의 절반(4.5%)은 이들을 고용한 사업자들이 부과해 부담이 줄어든다. 이철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배달 노동자의 보험료 부담을 덜어줬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면서도 “배달업 특성상 노동자별 고용기간이 천차만별인 만큼 플랫폼업체 입장에선 보험료 계산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보험료 부담이 줄어들면서 특수고용직들의 가입유인이 늘어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매일경제

지난 2019년 종로구 조계사 앞 도로에서 민주노총 소속 특수고용노동자들이 ‘ILO(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 촉구 총궐기대회’에 참석,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사각지대에 놓인 국민들에 대한 보험료 지원은 이뿐 아니다. 정부는 경제적 사유로 보험료 납부가 어려운 저소득층의 보험료의 절반(월 4만5000원)을 지원하는 기간도 현행 1년에서 3년으로 넓힌다. 또 군복무기간을 연금가입기간으로 산입하는 군복무 크레딧, 아이 출산때 한명당 12개월씩 지급하는 출산크레딧도 출산·군복무 완료 즉시 지원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넣었다.

복지부는 국민연금 지급보장도 명문화했다. 현행 국민연금법엔 ‘국가는 연금급여가 안정적·지속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 시행해야 한다’는 표현이 들어가 있다. 하지만 이 조항은 ‘국민연금 재원이 떨어지면 국가가 보전해줘야 한다’는 의무규정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복지부는 이를 ‘국가는 연금급여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지급을 보장하여야 한다’고 개정안을 통해 지급보장을 확실히 한 것이다.

매일경제

[사진 = 연합뉴스]


이는 연금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다. 공무원연금이나 군인연금, 사학연금 같은 특수직역연금에서 급여가 부족하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도록 관련법에 ‘적자 보전조항’을 명시해 국가 지급을 법적으로 보장하지만, 국민연금엔 이같은 부분이 없었다. 이를 법으로 못박아 연금을 못받을 수 있다는 국민들의 불안감을 잠재우겠다는 것이다.

다만 재정당국은 지급보장 명문화를 반대하고 있어 법안이 온전히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국민연금 지급을 법으로 보장하면 국가의 잠재적 부채인 충당부채가 크게 늘어나 국가 재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급보장을 명문화할 경우 재정상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급보장 명문화와 관련해선 “연금 재정을 더욱 빠르게 고갈시켜 결과적으로 국민연금의 노후 보장 기능이 크게 약화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