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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세입자 ‘생존본능’에 우상향…서울 전셋값 1년 내내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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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원 주간 기준 역대 4번째 오름세

상승 지속 전망에 정부 곧 대책 발표

빌라·오피스텔 대신 아파트 찾아

매매 시장 관망세로 전세 수요 ↑

구축 저가 아파트 전셋값도 상승

‘임대차 2법’ 영향 계속 오를 수도

전세 대안 장기 민간임대 등 확대

정부 처방으로 전세난 완화 주목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1년째 매주 계속 오르고 있다. 전세 물량보다 전셋집을 구하는 사람이 더 많은 ‘공급자 우위 시장’이 고착화하면서 가격 상승 추세가 한동안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심상치 않은 상황에 정부가 곧 관련 대책을 발표하기로 했지만 효과에 대한 시장 기대는 크지 않은 분위기다.

14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서울지역 전세가격지수는 이달 첫째 주(6일 기준)까지 전주 대비 51주 연속 상승했다. 16일 발표되는 13일 기준 조사에서도 서울 아파트 전세가는 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을 낮출 요인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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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밀집 지역의 모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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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되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지난해 5월 넷째 주(22일 기준)부터 한 주도 빠짐없이 올랐고, 주 수로 따지면 딱 1년 치인 52주 연속 상승이 된다. 날짜 기준 20일 조사에서 오름세가 계속된 것으로 나타난다면 실제 1년을 꽉 채워 내내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부동산원이 관련 통계를 제공하기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4번째로 긴 상승세다. 만약 이달 말(27일 기준)까지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역대 3번째 기록(54주)과 같게 된다.

역대 최장 전세가 연속 상승 기록은 135주(2014년 6월 셋째 주∼2017년 1월 둘째 주)다. 이어 134주(2019년 7월 첫째 주∼2022년 1월 셋째 주), 54주(2017년 1월 넷째 주∼2018년 2월 첫째 주) 등의 순이다.

이런 전세금 비정상 상승 배경에는 수요 증가가 자리 잡고 있다. 사회문제로 불거진 전세 사기 여파로 빌라·오피스텔 대신 중소형 아파트를 찾는 이들이 늘어난 데다 최근 매매 시장 관망세로 매매 수요도 전세 수요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최저 연 1%대 금리의 신생아 특례 전세대출 등 저리의 정책자금이 풀린 점도 상승세에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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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이달 첫째 주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전주보다 0.8p 오른 100.1을 기록해 2021년 11월 넷째 주(100.5) 이후 처음으로 100을 넘어섰다. 지수가 100을 웃돌면 세를 놓으려는 집주인보다 전세를 구하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뜻이다.

아파트 쏠림 현상으로 구축 저가 아파트도 전셋값이 오르고 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신규 계약이 가능한 매물이 감소하면서 그동안 상승세가 크지 않았던 구축 저가 단지에서도 상승 거래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족한 전세 물량에 숨통을 틔워줄 서울의 향후 아파트 공급 물량도 적은 상황이다. 직방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4139가구로, 전년보다 21% 줄어든다. 또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 조사에 따르면 9일 기준 전국 아파트 분양 물량 계획 대비 공급실적(분양진도율)은 27.7%로 나타났는데 서울은 13.6%로 특히나 저조했다. 당장 입주할 새집도 부족하지만 3∼4년 이후 신규 아파트 공급 물량도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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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세 수요가 늘고 매물은 줄면서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가 약 2년 5개월 만에 기준선인 100을 넘어섰다. 세를 놓으려는 집주인보다 전세를 구하려는 사람이 더 많아진 것이다. 사진은 지난 12일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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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오는 7월 시행 만 4년 차에 접어드는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의 영향으로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가 계속될 수 있다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그간 전셋값을 5% 이상 올리지 못한 일부 집주인들이 신규 임차인을 상대로 4년 치 인상률을 적용해 전셋값을 크게 올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아파트 전셋값 상승 원인은 복합적인데, 빌라 전세 사기 여파로 인한 아파트 전세 수요 증가의 영향이 가장 크다”며 “아파트 쏠림 현상은 세입자의 생존본능”이라고 짚었다. 이어 “전세 재계약이 부쩍 많아진 것도 한 요인”이라며 “전세 갱신 계약을 통해 보증금을 5% 이내로 올리는 증액 갱신 비중이 과거에는 30%를 밑돌았으나 올해 들어서는 35%를 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문재인정부에서 시행된 임대차 2법에 대해 ‘원상 복구’가 맞다는 판단 아래 관련 문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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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국토교통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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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대책 곧 발표… 효과는?

국토교통부는 전세 시장에서의 아파트 쏠림 문제 등을 해소하기 위해 다음 주 대책을 발표한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날 정부세종청사 차담회에서 “빌라 전세는 가격이 떨어지고 아파트 전세는 오르는 상황이라 조심스럽게 시장을 관찰하고 있다”며 “다음주 전세 대책과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구조적 한계점을 지닌 전세의 대안으로 ‘장기 민간임대주택’ 공급 확대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다음 달에는 기업형 장기 민간임대주택 모델을 발표한다. 박 장관은 기업형 장기임대주택 사업자에 대한 임대료 증액 규제를 없애고, 기업이 임대주택을 사면 취득세 13%를 부과하는 세제도 완화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의 김인만 소장은 “수요적 처방이 먹히지 않는 현재 전세난을 완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장기 민간임대주택이지만 이는 정부가 의지를 갖고 제대로 추진했을 때 이야기”라며 “원룸 같은 소형주택 말고 전용 59㎡, 방 3개, 화장실 2개 정도를 대규모로 필요한 곳에 공급해야만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러한 조건의 장기 민간임대주택을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공급하게 하려면 그에 걸맞은 세제 혜택이나 지원금을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문도 서울디지털대 교수(부동산학)는 “공공임대주택이 가장 좋지만 이것만으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으니 장기 민간임대주택이 필요하다”며 “충분한 주택 물량이 공급되면 전세난도 완화할 수 있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태로 위기에 처한 중소건설사를 구제할 수도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다만 상대적으로 고가인 민간 임대주택 확대로 실수요를 흡수하는 게 가능할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이강진·채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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