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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9 (일)

러시아, 하르키우 닷새째 '맹공'… 미국, 블링컨 우크라 급파해 '맞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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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방어 중" 말했지만... 전선 확대 중
이미 30개 마을 피해·주민 6000명 대피
블링컨, 우크라 '깜짝 방문'... 지원 논의

러시아가 1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주(州)에서 맹공을 이어갔다. 지난 10일 국경을 넘어 지상전을 개시한 후 닷새째다. 자체 비행 기능을 갖춘 폭탄까지 투입한 공세에 최소 30개 마을이 피해를 입었고, 약 6,000명의 주민이 대피한 상태다.

한동안 전투가 잠잠했던 하르키우에서 새로운 군사 작전에 나선 러시아의 기세가 심상치 않자 미국은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을 우크라이나로 급파해 해결책 강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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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진군한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에서 공격을 피해 탈출한 주민들이 13일 하르키우 외곽에 있는 검문소에서 대기하고 있다. 하르키우=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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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활공폭탄 투하"... 하르키우 피해 눈덩이


15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올레흐 시네후보우 하르키우 주지사는 이날 오전 "키이우스키 마을이 러시아 활공폭탄 공격을 받았다"고 알렸다. 러시아군은 지난 7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다섯 번째 임기를 공식 시작한 지 사흘 만에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인 하르키우시를 겨냥한 진군을 시작해 닷새째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방어에 군사력을 집중하며 러시아 진군 속도는 다소 느려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3일 "우리는 하르키우에서 반격을 진행하고 있으며 점령군(러시아)의 보병과 기계를 파괴하면서 점점 더 많은 성과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 따르면 하르키우시에서 북동쪽으로 약 74㎞ 떨어져 있는 보우찬스크에서 특히 격전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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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맹공을 퍼붓고 있는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주의 보우찬스크에서 우크라이나 군인이 장애 노인의 대피를 돕고 있다. 보우찬스크=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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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효과적 방어가 이뤄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러시아군은 13일 기준 하르키우 국경을 따라 하티셰, 크라스네, 모로호베츠 등 약 10개의 마을을 점령했다고 주장했고, 이날 우크라이나군도 성명을 통해 "적군(러시아)이 몇몇 지역에서 전략적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날 미국도 "러시아가 향후 몇 주 안에 하르키우에서 추가 진전을 이룰 수 있다"(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대변인)고 전망했다. 특히 러시아는 구소련제 재래식 폭탄에 비행 날개와 자체 위성항법시스템을 장착해 만든 활공폭탄을 전방위로 쏟아부어 하르키우에서 피해를 키우고 있다.

무엇보다 러시아는 전선을 계속 확대하려 하고 있다. 시네후보우 주지사는 소규모 그룹을 이룬 러시아 병력이 새로운 지역에 출몰하는 상황이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다면서 "의도적으로 전선을 확장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3만 명 이상의 병력을 하르키우 공세에 투입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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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블링컨(왼쪽에서 두 번째) 미국 국무부 장관이 14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 기차로 도착한 뒤 브리짓 브링크 주우크라이나 미국대사(맨 오른쪽)의 영접을 받고 있다. 키이우=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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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긴급 방문한 블링컨... 젤렌스키 회담


심각한 상황이 이어지자 블링컨 장관은 14일 오전 우크라이나를 긴급 방문했다. 예고되지 않은 깜짝 방문이었다. 미국 당국자는 "매우 힘든 시기에 있는 우크라이나인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강한 신호를 보내려는 것"이라고 영국 로이터통신 등에 블링컨 장관의 방문 배경을 설명했다. 장거리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 등 미국산 무기도 우크라이나 최전선에 도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블링컨 장관은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회담 및 개별 연설 등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인 지원 의사를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전장에서 우크라이나가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논의도 집중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블링컨 장관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2022년 2월 러시아 침공 이후 이번이 네 번째로, 지난달 미국 의회에서 610억 달러(약 83조 원) 규모의 대(對)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승인한 이후로는 처음이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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