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금융AI 혁신②] 총성없는 '금융권 AI 전쟁'… 사령탑은 누구?

2024년 금융산업의 지형이 'AI 열풍'으로 급변하고 있다.

<디지털데일리>는 창간 19주년을 맞아 은행, 보험, 증권 등 국내 25개 주요 금융사를 대상으로 ‘금융권 AI 혁신’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총 5회에 걸쳐 금융권의 AI 도입에 따른 주요 성과와 향후 계획, 주요 현안 및 AI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인물을 조명한다. <편집자>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AI 대응 역량이 금융기업의 시장 경쟁력을 좌우하고 있다. 그런만큼 AI 부서의 역할도 조직내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생성형 AI'가 선보이면서 금융회사내 AI 조직의 업무 범위는 더욱 빠른 속도로 확장되고 관련 서비스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일선에서 AI 조직을 총괄하는 리더들로서는 한치의 방심도 허용하지 않는 현실에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2024년 현재, 국내 주요 금융회사들의 AI 전략은 누가 지휘하고 있을까.

<디지털데일리>가 창간 19주년을 맞아 25개 주요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크게 은행권과 2금융권의 AI 조직 담당 임원들의 배경과 출신에서 차별화를 보였다.

대체로 '외부 전문가'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금융회사 일반 부서에서 경험을 쌓은 내부 출신 임원들도 예상외로 많았다.

이는 AI가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한 과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금융 내부 업무를 잘 이해해야 한다는 현실적 과제와 사람(직원)의 업무를 보조하고 또는 대체하려는 민감한 영역이라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은행권에선 디지털부서를 비롯해 다양한 경험을 한 내부 출신자가, 2금융권에선 상대적으로 외부 전문가그룹 비중이 높았다.

한편 외부 전문가 그룹은 30~40대의 젊은피 보다는 IT 및 컨설팅, 기술기업 등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시니어급의 1970년대생이 많이 포진한 것도 특징인 것으로 분석됐다. 내부 출신 임원들도 1970년대생이 많은데 이는 국내 금융권의 평균 임원 연령대다.

또한 해외 유학파보다는 국내파 비중이 높았고, 2금융권의 외부 영입 임원들은 은행권에서 AI 혁신 경험을 한 인사들이 많이 포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학 전공', 1970년대생 '시니어급' 다수 포진

현재 금융권에서 AI 조직을 이끌고 있는 임원들은 공학 출신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신한은행의 AI조직을 총괄하면서 신한금융지주의 디지털파트장을 겸하고 있는 김준환 디지털혁신단장은 카이스트 공학박사 출신이다. 김 단장은 2003년 미국 국립표준 기술연구소 연구원과 삼성전자 글로벌기술센터 수석연구원, SK C&C 플랫폼 상무를 거쳐 2020년 신한금융에 영입돼 신한은행 데이터 유닛장 상무를 맡았다.

우리금융그룹 AI분야를 총괄하는 옥일진 우리은행 디지털전략그룹장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시카고대학교 MBA를 졸업했다. 현재 우리금융지주 디지털부문 부사장을 겸직하고 있다. 옥 부행장은 행정고시 출신(재경직 43회)으로 2005년 기획재정부 세제실 사무관을 거쳐 2020년 컨설팅기업인 AT커니에서 금융그룹 리더를 지냈으며 2022년 우리금융에 영입됐다.

국내 최초의 온라인 전문보험사인 캐롯손해보험 AI전략을 이끌고 있는 이진호 캐롯손해보험 기술전략본부장(CTO)은 미국 일리노이공과대학 컴퓨터과학 석·박사 출신의 AI 전문가다. 이 CTO는 애플에서 AI/ML 데이터사이언티스트로 일한 후 위메프 CTO를 역임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약 17년간 현장 경험을 쌓은 데다 맥밀란 러닝의 엔지니어링 디렉터, 인텔러스 러닝에서는 엔지니어링 부사장을 맡은 경험을 갖고 있다.

현대카드 디지털부문 대표를 맡고 있는 배경화 부사장은 부산대 전산학과, 영국 브리스톨대 컴퓨터 공학 석사 출신이다. 지난 2017년 현대카드 합류 전 야후,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테크기업과 삼성전자, SK플래닛 등에서 데이터 사이언스를 담당한 경험을 갖고 있는 AI 전문가다.

NH투자증권의 WM디지털사업부 대표를 맡고 있는 정중락 상무는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으며, 하이닉스 연구원과 PwC, IBM 컨설턴트, 딜로이트 파트너 등의 이력을 가졌다.

미래에셋증권 주세민 AI솔루션 본부장은 서울대 재료공학과를 졸업했으며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서 SaaS개발팀·AI서비스컨설팅팀, 국민은행 AI혁신센터 등을 거쳤다.

이택헌 키움증권 AIX팀장은 카이스트 전산학과(AI 전공) 출신으로 2009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를 거쳐 신한은행 AI센터, 국민은행 금융 AI센터에서 경력을 쌓았다.

KB증권의 경우 디지털과 IT부서에서 AI 혁신 업무를 분담하고 있는데, 하우성 전무(디지털사업총괄본부장)는 연세대 통계학과 출신으로 SK플래닛 11번가 마케팅본부장을 거쳤고, 홍성우 전무(IT본부장)는 숭실대 박사 출신이며 KB국민은행 서비스개발부장을 역임했다.

◆뛰어난 성과·풍부한 실무 경험… 내부 발탁 임원들 '강점'

공학을 전공하고 국내외 기업에서 빅데이터·AI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외부 전문가그룹과는 달리, 내부 출신 임원들은 금융사에서 다양한 현장을 경험, 해당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낸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특히 금융지주사 계열 2금융권에서는 은행 계열사 출신 임원 비중 높은데 이는 국내 금융권에서 은행을 중심으로 AI에 대한 선제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은행의 AI 경험을 2금융권에 안정적으로 이식시킬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KB금융지주 AI본부장을 겸하고 있는 육창화 KB국민은행 AI데이터혁신본부장은 전형적인 내부 출신 AI 임원 케이스. 2021년 국민은행 데이터플랫폼본부장(국민카드 데이터전략본부장 겸직)을 시작으로, AI부문에 본격 합류한 육 부행장은 이전까지 개인여신상품부장 등 현업에서 경력을 쌓았다. 지난해 KB금융지주 데이터총괄(CDO)겸 국민은행 데이터·AI본부장을 맡았고, 그리고 올해 다시 조직이 커진 AI데이터혁신본부장을 총괄하게 됐다.

올해부터 하나은행의 AI전략을 지휘하게 된 장일호 손님·데이터본부장도 내부 출신 임원. 국내 4대 금융그룹중 컨트롤타워 기능을 중시하는 특징을 반영하듯 장 상무는 역시 하나금융지주의 AI 데이터본부장을 겸하고 있다. 조선대 경영학과 졸업후 1995년 하나은행에 입행한 장상무는 채널1영업지원부장, 장충동지점장, 리테일상품부장, 리테일사업단장 등 풍부한 현장 및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한 AI전략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는 평가다.

삼성화재의 데이터사이언스 팀장을 맡고 있는 김민경 상무는 2010년 삼성화재에 합류, 12년만인 2022년말 임원으로 승진했다. 숙명여대 학·석사 졸업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통계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그동안 삼성화재에서 데이터분석, AI, CRM, 디지털마케팅 등을 담당해 왔다. 금융권 AI 조직에선 여성 임원이 드문편인데, 뛰어난 성과를 인정받아 중책에 기용됐다.

신한금융그룹 계열의 생보사인 신한라이프는 한상욱 상무(DX그룹장)이 AI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서울시립대 전산통계학과를 졸업한 그는 오렌지라이프에서 ICT그룹장을 지낸 후 신한라이프 ICT그룹장 등을 거쳤다.

DB손해보험은 심진섭 전략혁신본부장이 AI조직을 총괄하고 있다. 1997년 DB손보에 입사한 심 본부장은 2017년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국가품질명장으로 선정되는 등 뛰어난 실무능력을 검증받아 2021년까지 국가기술표준원 국가품질상 심사위원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NH농협금융그룹 계열의 NH농협생명의 AI조직은 임순혁 부사장(마케팅지원부문장)이 지휘하고 있다. 임 부사장은 농협은행에서 실무 경험을 풍부하게 쌓은 베테랑으로 농협은행 정보보호부장(2020년), 서울영업본부장(2022년)을 거쳐 지난해부터 농협생명 마케팅전략부문장을 맡았다.

대형 손보사인 현대해상은 정규완 상무(디지털전략본부장)가 AI조직을 이끌고 있다. 정 상무는 연세대 철학과 졸업후 1997년 현대해상에 입사해 조직내 다양한 실무 경험을 쌓았으며, 디지털전략추진부장을 지낸 바 있다.

외국계 생명보험사인 AIA생명의 AI전략을 총괄하는 서동훈 테크놀로지 본부장은 직전 처브(CHUBB)라이프에서 CIO(정보화담당책고책임자)와 CISO(정보보호최고책임자)를 역임한 IT전문가 출신이다.

금융지주사의 AI전략 담당 관계자는 "생성형AI 출시로, AI에 기반한 업무 확장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이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조직체계 구성이나 인력 확보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며 "질과 양 모든 측면에서 전사적인 AI 인력 육성 프로그램이 병행돼야 하고, AI 조직의 범위도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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