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서 방위비 문제 첫 공개언급
‘안보 무임승차’ 이어 ‘산업 약탈론’
韓 분담금 증액 압박 의도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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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사진)이 11일 대선 유세에서 “한국은 미국의 많은 산업을 빼앗아갔다. 그래서 (주한)미군에 방위비를 낼 수 있을 만큼 많은 돈을 벌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이 경제력에 비해 방위비를 덜 내고 있다’고 줄곧 주장해 왔지만 유세에서 주한미군 방위비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기존의 ‘안보 무임승차론’에 이어 ‘미국 산업 약탈론’까지 제기하며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하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뉴저지주 와일드우드 유세에서 “동맹들은 언제나 미국으로부터 이득을 취한다”며 한국을 거론했다. 그는 “한국은 4만2000명의 (주한)미군에 사실상 아무것도 내지 않았었다. 내가 그걸 바꿨다”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주한미군 규모 4만2000명은 실제 2만8500명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는 지난달 30일 미 타임지 인터뷰에서도 주한미군 규모를 4만 명이라고 잘못 언급했다. 병력 수를 부풀려 “이렇게 많은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만큼 한국이 많은 돈을 내야 한다”는 주장을 펴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국은 미국의 해운(shipping) 산업과 컴퓨터 산업을 가져갔고, 다른 많은 산업을 빼앗아갔다”며 “그들은 우리 군대에 돈을 지불할 수 있을 만큼 많은 돈을 벌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조선, 반도체 산업을 지칭한 것으로 보이며, 한국의 대미(對美) 무역 흑자를 명분으로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관철하겠다는 뜻을 강조한 셈이다. 한국의 대미 수출은 지난달 114억 달러(약 15조6000억 원)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1월 대선에서 맞붙을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내가 맺은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깨고 싶어 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재임 당시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기존보다 5배 많은 50억 달러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동맹에 끌려다니지만 자신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내세우려는 취지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개 유세에서까지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거론한 것을 두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소속 서유럽 국가에 이어 한국이 다음 방위비 증액 타깃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나토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최소 2.0%를 방위비로 부담하라고 요구했고 최근에는 이 수치를 3.0%로 높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동맹국은 항상 우리를 이용했기 때문에 나는 그들에 강경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내가 바로잡으면 괜찮아졌다”며 재집권할 경우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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