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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인터넷 사용하면 더 행복해질까?…뜻밖의 연구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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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포드大 등 연구팀, 인터넷-웰빙관계 분석

"인터넷 연결이 삶의 만족도 높인다" 결론

일반적으로 인터넷이 유해한 영향을 끼친다는 믿음이 퍼져 있는 가운데 오히려 인터넷 사용이 웰빙과 긍정적 관련이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1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영국 옥스퍼드대학과 네덜란드 틸뷔르흐대학 연구팀이 이러한 내용을 담은 논문을 미국 심리학회가 발행하는 학술지인 '기술, 마음, 행동'(Technology, Mind and Behaviour·TMB)에 게재했다고 보도했다.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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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2006년부터 2021년까지 국제 여론조사 기관인 갤럽월드폴을 통해 168개국의 15세 이상 참가자 중 매년 1000여명씩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뷰 등 약 240만명이 참여해 만든 자료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인터넷 접속과 사용은 물론 삶의 만족도, 사교 생활, 삶의 목적, 지역 사회의 복지와 같은 8가지 웰빙 척도에 대한 참가자들의 응답을 3만3000여개의 통계 모델을 이용해 분석했다.

그 결과, 인터넷 연결과 웰빙 사이에 84.9%의 긍정적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정적 연관성은 0.4%에 불과했으며 14.7%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연관성이 없었다. 이어 연구팀은 인터넷에 접속한 사람들의 삶의 만족도가 8.5% 더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논문의 공동 저자인 앤드루 프르지빌스키 옥스퍼드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인터넷과 모바일 인터넷 접속, 그리고 정기적인 인터넷 사용과 행복과의 관련성을 시험한 최초의 국제적 연구라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지금까지의 연구는 북미와 유럽에 초점을 맞춘데다 인터넷과 같은 기술이 젊은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를 주로 살폈기 때문에 연구 결과가 제한적이었다"고 지적했다.

프르지빌스키 교수는 인터넷,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웰빙에 미치는 잠재적인 영향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기술에 대한 정책은 증거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기존의 강력한 믿음과 획일적인 해결책만으로는 젊은이들에게 더 안전한 온라인 세상을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워릭대학의 슈웨타 싱 박사는 안전한 인터넷이나 무해한 SNS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며 이번 연구 결과를 반박했다. 싱 박사는 인터넷으로 인한 10대 캐나다 소년들의 성 착취 사례 증가 보도를 예로 들면서 "이번 연구 결과가 전체적으로 사실이기를 진심으로 바라지만 불행히도 반드시 그렇지 않다는 증거와 주장이 많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사용이 정서와 인지능력에 끼치는 영향을 놓고 찬반양론의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일부 연구자들은 인터넷과 SNS가 정신적 건강은 물론 신체적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비판하는 반면 기술 기업 등은 오히려 인지능력을 높이고 문제해결 능력과 창의력을 향상한다고 주장한다.

국내에서도 SNS 이용이 많은 초등학생은 낮은 '신체 자아상'을 갖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 2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학술지 '보건사회연구' 최근호에 실린 '코로나19 전후 초등학생의 미디어 이용과 신체 자아상 간의 관계'(교신저자 정익중) 논문을 보면 SNS 이용이 많은 초등학생은 낮은 신체 자아상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 자아상은 자신의 신체와 외모에 대한 지각, 평가, 태도 등을 의미한다. 이번 연구의 분석 대상은 초등학교 고학년인 12~13세 아동이다.

연구진은 대상자를 미디어 이용 행태에 따라 학습과 정보 검색을 주로 하는 '정보추구형', 게임과 엔터테인먼트를 이용하는 '오락추구형', 페이스북,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같은 SNS를 주로 이용하는 '관계추구형' 등 3가지 형태로 나눴다. 이 가운데 정보추구형 미디어 이용과 오락추구형 미디어 이용 정도와 신체 자아상의 점수 사이에는 상관관계는 없었지만, 관계추구형 미디어 이용과 신체 자아상 사이에는 '부'(마이너스)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즉 SNS 이용을 많이 할수록 키나 외모 등 자신의 신체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논문은 "SNS에서는 사진에 포스팅, 공유, '좋아요'를 누르는 등의 '소셜 그루밍' 활동이 활발하고, 이상적인 신체에 대한 동경이나 외모 비교를 정당화하는 경향이 있다"며 "사춘기에는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경향이 있고, 인터넷 등 미디어의 영향을 크게 받아 청소년기 부정적인 신체 자아상은 우울, 불안, 섭식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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