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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여성 신도 24명에 ‘그루밍 성범죄’ 일삼은 목사…미성년 시절 피해 증언도 나와 [플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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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 목사가 담임목사로 재직하던 교회의 여성 신도 24명에게 ‘그루밍 성범죄’를 저지른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미성년자 시절 성폭력을 당했다는 피해자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향신문

이미지컷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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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 의왕경찰서는 김모씨(69)를 준강간 및 강제추행 등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김씨는 2021년까지 경기 군포시의 한 교회 담임목사로 10년 넘게 재직하면서 여성 신도 여러 명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수사는 김씨로부터 성폭행·성추행 피해를 당했다는 피해자들의 고소장이 지난달 접수되면서 시작됐다. 고소장을 낸 여성 신도는 현재까지 총 8명이다. 고소인 중에는 미성년자 시절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여성도 있다. 경찰은 피해자 규모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으며, 강제수사 전환을 염두에 두고 피의자 신병 확보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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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 목사 김모씨가 최근 한 교회에서 설교하고 있는 모습.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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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피해자 24명’이라고 적시된 합의서 등 증거자료를 기반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김씨는 2021년 8월 변호사 입회 하에 성범죄 사실을 비밀로 하는 대신 합의금을 지불하는 내용으로 합의서를 작성했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합의서를 보면 양측 도장·서명과 함께 “피해자(총 24명)의 대표인 A, B, C 등 3인과 가해자 김씨는 피해자들의 성범죄 피해에 관해 합의한다”고 명시했다. 합의서에는 “김씨는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할 것, 김씨는 사죄의 의미로 피해자 전체에게 총 8억원의 합의금을 법률대리인이 지정하는 계좌로 지급할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양측 모두 피·가해 사실을 누설하면 안 된다는 내용이 합의서에 담겼으나 최근 김씨가 억울함을 표출하며 일부 피해자 신원을 유출하자 피해자들이 형사 고소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고소인 중 한 명인 A씨는 “김씨는 ‘네가 이렇게 하는 게 하나님의 영광이 되는 거야’라는 식으로 신도들에게 접근했다”고 말했다. A씨는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피해를 당한 피해자 중에는 몇 년째 정신과 치료를 받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스트레스로 유산을 한 사람도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피해자 측 변호사는 “가족이나 지인이 알게 될까봐 김씨를 고소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는 피해자들도 있다”면서 “합의서 작성 당시에도 상담만 하고 나서지 않았던 신도들이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실제 피해자 수는 24명이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해당 교회 담임목사직에서는 해임됐으나 최근까지 다른 교회 등에서 목회 활동을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가 담임목사로 재직했던 교회의 2021년 12월17일 회의록을 보면 “(김씨는) 최근까지 10년 이상 수십명의 성도들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가해 혐의가 제기됐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김씨는 담임목사에서 해임됐을 뿐 목사 면직 등 감리회 교단 차원의 추가 징계는 이뤄지지 않았다.

김씨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자세한 내용을 설명할 수 없다. 성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면서 혐의를 부인했다. 김씨는 변호사 입회하에 작성한 합의서에 대해 “강압에 의해 작성했던 것이고 잘못을 인정하는 취지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 강은 기자 eeun@khan.kr

플랫팀 기자 fla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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