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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법원 판단 앞두고 의료계·정부 장외 공방···쟁점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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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입학정원 증원의 근거 및 과정에 대한 기자회견이 13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리고 있다. 김창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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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의료계가 서울고등법원의 의대 증원 효력 집행정지 항고심 판단을 앞두고 다투는 쟁점은 ‘2000명 증원 근거’와 ‘정부 결정의 절차적 정당성’으로 정리된다. 과학적 추계에 따라 수차례 회의를 거쳐 2000명 증원을 결정했다는 정부와 달리, 의료계는 ‘2000명’의 과학적 근거와 구체적인 의견 수렴이 없었다고 주장한다.

“2035년에 의사 1만명 부족”vs“지역·분야별 편중이지 부족 아냐”


13일 정부와 의료계 입장을 종합하면 양측은 ‘2000명 의대 증원 근거’를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증원 근거로 홍윤철 서울대 의대 교수, 신영석 고려대 보건대학원 연구교수, 권정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의 연구 보고서 3개를 지난 10일 서울고등법원에 제출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는 5000명이 부족하고 현재 수준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했을 때 1만명이 부족하다는 게 3개 연구보고서의 공통된 결론”이라며 “그래서 정부는 2035년 1만5000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고 그 중 1만명은 미래 공급을 통해 해소하자는 취지 증원이 되는 것이고 의대 교육과정 6년을 감안할 때 2025년 2000명 증원이 필요다는 계산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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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13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날 열린 의사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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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는 이들 보고서가 ‘2000명 증원’으로 이어지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김종일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장은 이날 대한의사협회(의협) 회관에서 열린 ‘2000명 과학성 검증 결과’ 기자회견에서 “보고서는 복지부의 의뢰를 받고 진행돼 이해충돌이 있을 경우를 감안해 해석해야 한다”며 “미래 의사 수 추계라는 건 가정을 어떻게 하냐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고 주관적 편견도 들어갈 수 있다. 경제적 요소, 닥터쇼핑, 의료인력 근무일수, 생산성 등 근거들이 (보고서에) 정확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3개 보고서 중 1건은 복지부 의뢰, 1건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1건은 병원협회 의뢰로 각각 진행됐다. 복지부는 3개 보고서 모두 정부의 내년도 의대 증원 추진 이전에 수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기본 전제에 대한 생각도 다르다. 정부는 한국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2.6명·2021년 기준)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3.7명)의 70% 수준이고, 이러한 의사 부족이 응급실 뺑뺑이와 소아과 오픈런, 지역의료원 의사 구인난 등 필수·지역의료 위기를 초래했다고 설명한다. 의료계는 의사 부족이 아닌 ‘배분’의 문제를 지적한다. 김종일 회장은 “해외 연구를 보면 한국의 의사가 2030년에 3800명이 남는다는 논문도 있다”며 “(복지부에서) 현재 의사가 5000명 부족하다는 추계자료를 썼는데, 수도권 등 지역별로 편중됐고 특정 분야에서 부족한 것이지 의사 수 부족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정부는 의사 수 부족 추계에 근거해 “증원 시기와 규모, 방법 등은 정책적인 결정 사항”이라는 입장이지만, 의료계는 증원 규모 등에 대한 논의가 의료계와 함께 다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은 “소비자주의가 정책 결정에 너무나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있어선 안 된다”며 “과학적으로 추계된 근거를 가지고 의료진 혹은 정부가 적절하게 참여해 논의하고 추계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총 37회 의견수렴”vs“2000명은 갑자기 튀어나와”


정부가 2000명 증원안을 수립할 때까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했는지도 쟁점이다. 서울고등법원은 의대 증원 2000명을 도출하기까지의 관련 회의자료나 녹취록 등을 제출하라고 정부 측에 요구했다. 정부는 법원에 낸 자료에서 “의협과 의료현안협의체 19회,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2회, 보정심 산하 의사인력전문위원회 9회 등 총 37회에 걸쳐 의사인력과 관련한 논의와 의견수렴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의협 측에 의대 규모에 대한 의견을 받기 위한 공문을 보내기도 했으나, 답을 받지 못했고 의협이 의대 증원에 반대 입장만 주장했기 때문에 정부가 받아들이기는 어려웠다고 했다. 의협 측은 의료현안협의체에서 2000명 증원안을 논의한 적이 없다고 맞선다. 이병철 변호사는 “정부가 강조하는 법정기구인 보정심 산하 의사인력전문위원회 회의가 가장 중요한데, 여기서 입학정원은 단 한 차례만 논의됐다. 그 회의 내용을 보면 다수는 1000명 증원을 이야기했다”며 “2000명은 갑자기 튀어나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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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입학정원 증원의 근거 및 과정에 대한 기자회견이 13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리고 있다. 김창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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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정부는 2000명 증원 계획을 올해 2월6일 보정심 회의에서 처음 공개했으며 당일 브리핑을 통해 공식 발표했다. 정부는 2023년 1월 의료현안협의체를 시작하면서 관련 현안을 포함한 필수의료 정책을 논의했는데, 그해 6월 의사인력 추계에 관한 전문가 포럼을 열어 2035년 1만명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사실이 공개됐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필수의료 혁신전략에서 의사인력 확충 계획을 발표했고, 올해 2월1일 윤석열 대통령이 의료개혁을 발표할 때 ‘2035년 의사인력 1만5000명 부족’을 근거로 의사인력을 확충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에 최종 발표 이전에도 대규모 증원을 예측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보정심 최종 회의에서는 참석자 23명 중 4명만 반대 의견을 냈다고 했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은 “보정심 위원 구성을 보면 시민단체나 정부 단체가 섞여 있는데 소비자 이익이 부분이 되는 부분에서 당연히 찬성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돼 있다”고 했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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