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비트코인 채굴업계의 수익 지표로 일컬어지는 해시 가격은 이날 오후 2시 20분 기준 48.4달러(6만6200원)를 기록했다. 비트코인 반감기가 시작됐던 지난달 고점(170.8달러) 대비 71.6% 감소한 수준이다. 해시 가격은 채굴자가 하루에 초당 1페타해시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을 의미한다. 페타해시는 컴퓨터의 채굴 성능을 측정하는 단위로 1초당 1000조번의 해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 해시 가격이 하락한 것은 비트코인 반감기가 4번이나 발생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출시 당시 채굴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비트코인은 블록당 50개였다. 하지만 최근 반감기인 지난달 이후로는 3.125개로 줄었다. 채굴 난이도가 증가했는데, 이에 따른 보상까지 줄면서 수익이 나지 않게 된 것이다. 비트코인 반감기는 공급량을 제한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고안됐다. 2140년이 되면 채굴할 수 있는 비트코인은 하나도 남지 않게 된다.
대표적인 글로벌 채굴업체인 라이엇 플랫폼즈는 반감기에 직격탄을 맞았다. 주가가 지난 2월 18달러에서 반감기 이후 7.8달러로 폭락한 것이다. 라이엇은 1분기 1364개의 토큰을 채굴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6% 감소한 수준이다. 채굴 비용은 토큰당 2만3034달러로 전년 동기(9438달러)보다 114% 증가했다.
스트롱홀드 디지털 마이닝은 회사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스트롱홀드 주가도 지난해 말 11.3달러에서 이달 3달러까지 내려앉은 상황이다. 스트롱홀드는 버려진 석탄을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되는 전기로 바꾸는 회사다. 2021년 가상자산 ‘불장’ 때 등장해 이목을 끌었지만, 반감기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견뎌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래픽=손민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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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굴업체들은 채굴 수익성 하락을 극복하기 위해 사업 다각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의 채굴업체 코어 사이언티픽은 채굴에 사용했던 고성능 컴퓨터를 활용해 인공지능(AI) 애플리케이션을 작동시키기 위한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라이엇은 비트코인 채굴 기계를 작동시키는 데 투입됐던 대규모 전기를 여름철에 판매하고 있다.
가상자산업계는 채굴 업체들이 빠른 시간 안에 줄도산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채굴 수익성은 떨어졌어도, 비트코인을 전송·거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로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수수료는 비트코인을 채굴한 업체에 돌아간다. 지금까지 채굴업체의 수익 중 80~90%는 채굴 보상이었지만, 앞으로 수수료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에서 비트코인 채굴업체를 운영하는 국내의 한 관계자는 “이제 비트코인을 채굴해서 돈을 벌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이제는 비트코인 전송 수수료가 채굴업체의 주된 수입원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라고 전했다.
이학준 기자(hakj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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